‘복면금지법’ 발효 이후 홍콩시위 새 국면 접어들어...시위대 여전히 복면쓰고 거리 나섰다
차도 점거하고 바리케이드 세우는 등 강경 행동 벌여...일부는 지하철역에 화염병 던지기도
수천명이 2km 인간 띠 만들고 경찰 만행 규탄하기도...15세 소녀 의문사 경찰 소행으로 의심

홍콩 도심 센트럴의 시위대와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연합뉴스
홍콩 도심 센트럴의 시위대와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연합뉴스

지난 6월 9일 ‘범죄인 인도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민주화 시위가 ‘복면금지법’이 발표된 후에도 반(反)민주적 노선을 걷는 홍콩 행정부에 대한 저항을 4개월 넘게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시위에 참여한 15세 여중생이 경찰에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됐다는 소문 등 충격적인 소식이 떠돌며 일부 시민들은 경찰 만행을 규탄하기 위한 ‘인간 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1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시민들은 ‘복면금지법’이 발효된 상황에서도 검은 복장에 복면을 쓰고 카오룽 반도 침사추이에서 삼수이로 행진했다. 경찰에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이날 시위대는 차도를 점거하고 교차로에 바리케이드를 세우는 등 강경 행동을 벌였다. 복수의 언론 등은 이날 시위참가자 수를 수천명으로 추산했다.

SCMP는 오전부터 진행된 시위가 오후 3시(현지시간)쯤을 지나면서 격렬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일부 시위대가 카오룽 퉁 지하철역 안으로 화염병을 수차례 던져 시설을 훼손시킨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화염병에 부상당한 사람은 없으며, 곧바로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현장 수습에 나섰다.

한편 전날 타이표 지역에서는 시민들이 모여 2km 길이의 인간 띠를 만들고 경찰 만행을 즉시 멈출 것을 경고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 15세 소녀의 의문사가 경찰과 관련돼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지난 11일 빈과일보 보도 등에 따르면 홍콩 시위에 참여한 15세 소녀의 시신이 바닷가에서 발견됐다. 조사결과 지난달 19일 실종된 천옌린(陳彦霖)으로 밝혀졌으며, 평소 수영대회에 나가 수상했던 만큼 익사했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두고 홍콩 각계에서는 경찰이 여성 시위자를 성폭행한 후 살해했다는 등의 소문이 돌고 있다.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유혈진압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일 췬안지역 타이호 거리에서 시위대를 구타하는 등 과잉진압을 벌이던 경찰은 18세 고교생의 왼쪽 어깨를 향해 실탄을 발포했다. 경찰은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5차례 실탄을 쏘며 경고사격을 해왔다.

또한 평화적으로 시작된 홍콩 시위가 갈수록 폭력적으로 심화되는 배경에 조직 폭력배와 잠복경찰들이 시위대에 잠입해 폭력을 조장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평화 시위의 성격을 변질시켜 과잉 진압의 명분과 정당성을 행정부가 손에 쥐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날로 17주차에 접어든 홍콩 시위는 기존에 주장하던 5대 요구사항인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에 이어 ‘경찰 해체’를 추가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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