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의원 "文정부 3년째 통계청 미공개 자료제공 급증" 분석에 통계법 위반 정황도 드러나
文 '최저임금 인상 긍정효과 90%' 발언 뒤엔...홍장표, 통계청 담당자 靑회의 불러내 자료 요구
"가계동향자료 강신욱(보사연 실장)에 제공하라" 압력에 황수경 통계청장 보고없이 반출돼
통계법상 미공개 자료 제공은 '통계기관의 長'에 문서로 신청해야...자료 제3자 전달은 금지

문재인 정권 들어서 공표 전(前)이거나 외부 공표를 하지 않는 통계청 자료를 무단·편법으로 반출하는 사례가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분기 빈부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진 상황에서도 '근로자 외 가구'를 제외한 엉터리 소득 통계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강변한 사례도 통계청 자료 무단반출의 결과물이었다고 한다.

11일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에 따르면, 통계를 공표하기 전에 해당 자료가 관계기관에 사전 제공된 건수는 ▲2017년 336건 ▲2018년 514건 ▲2019년 1~8월 467건으로 2년 사이 40% 가까이 늘었다. 올해 1~8월 467건 기준으로 보면 제공 건수가 2016년의 3배를 넘는다. 

통계법은 제27조의 2 2항에서 "누구든지 통계작성기관에서 작성 중인 통계 또는 작성된 통계를 공표 전에 제공 또는 누설하거나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2016년 1월27일 신설된 조항으로 정부가 공표 전 통계자료를 받아보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려는 취지다.

다만 '관계기관이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통계자료를 예외적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있는데, 문 정부가 근무일 기준 1일 2건꼴로 이 예외적 허용제도를 남용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 긍정효과 90%' 발언의 근거자료를 만든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왼쪽)과 강신욱 전 보건사회연구원 소득보장정책연구실장(오른쪽). 두 인물은 각각 현재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 통계청장 직을 수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 정권에선 '청와대 주도'로 통계법에 따른 미공개 자료 반출 절차를 무시하고 자료를 빼낸 사례가 있는 것으로도 드러났다.

추경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 직후 청와대는 통계청에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소득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해당 년도 1분기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대비 8% 급감한데다, 상위 20%의 월 소득을 하위 20%의 월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이 5.95배에 달하는 '역대급 빈부격차'가 확인되자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시도였다.

자료 반출 이후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 긍정효과 90%" 발언이 나왔고, 언론과 정치권 등에서 발언 근거를 추궁하자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현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장)은 통계청 자료를 '재가공'해 만든 자료를 제시했다.

홍장표 당시 수석은 재가공 자료를 근거로 "전체 근로자 중 최하위 10%만 소득이 감소했다"고 했는데, 이는 최저임금 대폭인상으로 수익이 급감한 자영업자, 실업 또는 구직실패로 늘어난 무직자 등 '근로자 외 가구'를 제외한 것이었다. 또한 '근로자 가구 근로소득'으로 한정하더라도 총 10분위 중 1분위(최하위 10%)뿐만 아니라 4분위(하위 30%~40% 구간) 소득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10분위 중 9개분위 소득 유지·개선이라는 해석도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관한 논란에도 홍 수석은 '근로자 가구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전혀 잘못된 게 아니다'는 취지로,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도 "문 대통령은 비근로자까지 포함해서 90% 효과 있다고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강변한 바 있다. 청와대가 당초 국민들을 상대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전체 가구 소득이 개선됐다'는 듯한 인식을 심으려 했으나, 대통령발(發) 가짜뉴스 책임 부정으로 논점을 후퇴시킨 것이다.

통계청 미공개 자료를 재가공한 청와대의 '엉터리 통계 여론전' 이면에는 통계법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한다.

통계법 제31조 1항과 2항에 따르면, 통계자료를 이용하고자 하는 자는 '통계작성기관의 장'에게 '사용목적·내용 및 범위의 타당성'을 밝히고 문서로 통계자료 제공을 신청해 심사받아야 한다.

이처럼 미공개 통계자료를 이용하려면 통계청장에게 사전 신청을 해야한다는 원칙은 청와대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추 의원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당시 홍 수석은 청와대에서 열린 대책회의에 통계청 담당자를 불러 강신욱 당시 보건사회연구원 소득보장정책연구실장에게 "미공개 자료를 강신욱 실장에게 보내라"고 지시했다. 강 실장은 당해 8월 차기 통계청장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대책회의 이튿날 담당자는 강 실장에게 관련 자료를 이메일로 송부했는데, 이 과정에서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에게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홍 수석이 신청한 자료가 제3자에게 무단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점에서, 통계법 31조 1·2항은 물론 "제공받은 목적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자에게 제공해선 안 된다"는 4항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사상 가구의 식별 정보가 포함된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가 외부로 나간 것은 당시가 유일무이했다고 조선일보는 짚었다. 한 통계 전문가는 이 신문에 "문서로 자료 요청을 했더라도 청와대가 어떤 식으로 활용할 것인지 짐작이 되는 사안이기에 (통계청은) 제공을 거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통계법 시행령 48조(통계자료의 보호) 1·2항은 통계기관의 장에 대해 통계자료 요청자가 자료의 사용 목적·방법 등에 대한 제한, 자료 보안(대여·복제 금지 등) 확보 등 조치를 미흡하게 했다고 판단되면 자료 제공을 중지하거나 제공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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