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몰락의 길로 들어선 한국 자동차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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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10.07 10:17:48
  • 최종수정 2019.10.20 14:42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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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멕시코에 밀린 한국...궤멸 피할 수 없어 보여
오거돈 부산시장, 일감 달라고 프랑스 르노 본사 찾아간들 소용 없어
완성차 업체는 부품업체 줄도산 위기에 비하면 양반 수준
일본 토요타처럼 고통스러운 혁신과 원가절감 못하면 망한다
文정부, 한국 자동차 산업 망할 짓만 골라서 해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추락의 길로 들어선 것 같다. 판매대수가 말해준다. 2012년 450만대로 세계 5위이었지만 2018년에는 402만대로 7위로 내려앉았다. 인도와 멕시코가 한국을 제치고 5, 6위로 올라섰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절대적, 상대적으로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추락하는 현실은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느껴지고 있다. 르노삼성 자동차는 르노 본사로부터 생산 물량 배정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오죽했으면 오거돈 부산시장이 프랑스 르노 본사에 찾아가기 까지 했겠는가. 르노삼성 공장에 일감이 없어지면 부산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GM Korea도 아주 불안한 상태다. 한국GM은 2018년 614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4년 이후 5년째 연속 적자다. <니케이 아시아 리뷰>에 따르면 GM 본사는 북미 5개 공장을 폐쇄에 이어 적자 늪에 빠진 한국 공장의 폐쇄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한다. 현대차의 경우 그럭저럭 매출은 유지하고 있으나 이익은 곤두박질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10.3% 이던 영업이익률은 추락을 거듭해서 2018년 2.5% 까지 떨어졌다.

완성차 업체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부품업체들 중에는 이미 부도 위기에 처한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3조 5천억원의 구제 금융을 지원해서 겨우 집단 부도를 막아 놓은 상태다. 완성차 업체로부터의 주문 물량이 줄어든 데다가 낮은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 부품업체들이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한 것이 치명타였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서플라이체인 유지를 위한 최소의 생산 규모가 400만대인데 한국은 바로 그 임계치를 눈 앞에 두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추락하는 이유는 결국 차가 안 팔리기 때문이다. 또 팔아봤자 이익이 안남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잡지 못해 매출이 줄었고, 또 원가가 높기 때문에 팔아도 이익이 남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 자동차 산업은 궤멸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토요타의 사례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승승장구하던 토요타가 품질문제로 2009년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 명령을 받게 된다. 신용의 추락, 비용증가 등으로 회사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새로 사령탑을 맡은 도요타 아키오 회장은 품질경영을 최고의 모토로 내걸고 경영과 생산방식을 혁신해나간다. 그와 동시에 생산의 개념 자체를 바꾸어 나간다. 전통적인 플랫폼 방식에서 레고블럭형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것을 통해서 생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이 모두가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지만 엔지니어와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었기에 성공적인 변신이 가능했다. 그 결과 2013년부터 연간 판매대수 1000만대를 달성하게 된다. 세계 최고 자동차 기업으로 부활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반면 같은 일본 자동차 기업이면서도 미쓰비시 자동차는 생산방식 등 기존의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즉 제품도 생산방식도 혁신하지 못했고 원가도 낮추지 못했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결국 2016년 르노-닛산 그룹에 인수되었다.

결정적인 차이는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이다. 제품을 혁신하고 원가를 낮추는 것은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경영진과 노동자들이 마음을 합쳐 고통을 견뎌내는 곳은 부활의 가능성이 있지만 기존의 관행을 바꾸지 못하는 기업은 몰락을 면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기업들이 토요타처럼 부활할 수 있을까? 글쎄... 오히려 그 가능성을 스스로 차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GM은 지난 9월 9일 대규모의 파업을 벌인데다가 자기 회사인 GM차 불매운동에까지 나섰다. 르노삼성 자동차 역시 지난 6월 파업을 했다. 그나마 현대차는 분규 없이 임금협상이 타결되었지만 알고 보니 1.7% 인상을 사측이 먼저 제시한 결과다. 회사의 매출과 이익은 줄어드는데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임금은 계속 올라 회사의 명줄을 조이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어려움은 고통스러운 혁신과 원가절감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파업과 시위와 경제 민주화를 한다고 그 어려움이 줄어들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사정이 뭐였든 소비자가 차를 사주지 않으면 기업은 수입이 줄고 적자가 발생한다. 노조가 거리로 뛰쳐나가 구조조정 반대와 재벌개혁을 외쳐봤자 안 팔리던 자동차가 갑자기 팔릴 리 없다. 차가 좋아지고 가격이 낮아져야 자동차가 팔리고, 원가를 줄여야 이익이 생겨서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구성원들은 그 모든 기회를 차버리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자동차에 희망을 걸고 있는 모양이다. 수소차가 과연 언제 얼마나 팔리게 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설령 수소차로 매출이 생긴다 해도 지금의 무겁고 둔한 생산조직을 그대로 안고 간다면 현대차는 미래가 없다. 수소차와 전기차가 보급되면 기존의 부품들이 필요 없어지게 되고 기존의 노동자들은 모두 유휴인력이 된다. 기존의 생산 조직은 자산이 아니라 부채로 변한다. 오죽하면 현대차를 자문하는 외부 전문가가 인력의 40%를 줄이지 않으면 공멸한다고 경고를 했겠나. 기울어가는 배의 침몰을 막자면 누군가는 먼저 뛰어 내려야 한다. 누구도 내릴 수 없다고 파업을 하고 있으니 배는 빠른 속도로 가라앉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켜왔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52시간 근무제, 정규직 전환 압박 등으로 완성차와 부품업체들의 숨통을 조여 왔다. 민노총 등에 대해 법을 느슨하게 적용하다 보니 불법 파업은 더욱 쉬워졌다.

희망 섞인 대안을 내놓고 싶지만 어디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몰락해가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모습을 뻔히 보고도 한탄만 하고 있어야 하는 필자의 마음이 답답하고 착잡하다.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김정호의 경제TV 대표, 전 연세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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