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지지하는 다음 팬카페에서 모금...서울 및 수도권 주요지역 오가는 공항버스에 "힘내요! 조국" 광고
경기고속 측, 시민들과 일부 정치인들의 반발 이어지자 광고 철회
"피의자 조국 응원 광고를 멈춰 주시길 간곡히 부탁"...서울 지하철 공사에서도 거절한 광고를 왜?
전문가들 "홍보PR로 법치 무너뜨려"..."최소한의 기준과 합리적 토론 실종된 팬덤 정치의 문제"
黨靑, 지난 28일 촛불집회 이전과 이후 '팬덤 정치' 활용...급기야 "국민의 목소리다"

출처: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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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팬카페에서 조 장관 응원 광고를 내 논란이 일고 있다. 팬카페는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공항리무진 버스에 "힘내요! 조국"이라는 문구를 도배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8일 서울중앙지검 앞을 메운 촛불집회와 같이 '팬덤(fandom) 정치'가 휩쓸고 있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조 장관을 놓고 나라가 극도의 갈등과 분열에 휩싸여있는 상황에서 조 장관 지지자들은 끊임없이 여론전을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 검색어 순위에 "조국 힘내세요"가 1위로 오르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여기엔 문재인 대통령의 다음 팬카페인 '젠틀제인' 등도 발벗고 나선 것이 주효했다. 이번에는 조 장관을 지지하는 다음 팬카페에서 자체적으로 광고비를 모아 광주, 과천, 사당에서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왕복운행하는 공항리무진 버스에 "힘내요! 조국"이라는 광고가 붙었다.

이처럼 공항과 서울 및 수도권의 주요지역을 오가는 광역버스에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광고문구가 걸리자 시민들 사이에서 즉각 논란이 제기됐다. 광고비를 받고 광고 허가를 내준 경기고속 측은 해당 노선의 리무진 버스 총 9대에 다음달 말까지 광고를 내주기로 했다. 그러나 민원을 넣는 시민들과 우파정당 정치인들이 문제제기에 나섰다.

시민들은 경기고속 측에 "5160번에 광고 중인 피의자 조국 응원 광고를 멈춰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면서 "서울 지하철 공사에서는 거절한 광고를 왜 시민들이 타고 다니는 공항리무진에는 게재된건가요?"라고 항의했다. 

이어 "그런 수치스런 자가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교통수단인 경기고속 소속 공항리무진 버스에 도배되어 있는 것 자체가 경기고속 이용자들을 모욕하는 행위"이고 "피의자 조국을 응원하는 광고게재는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 방문객들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등도 조치가 필요하다며 성토에 나섰다. 경기고속 측은 이 같은 반응이 계속되자 지난 1일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면서 "해당 부착물은 현재 모두 제거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설가 공지영을 비롯한 유명인사들은 조 장관을 지지하는 시민들과 함께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조 장관 지지자들은 "I Am Cho kuk(내가 조국이다)"라는 문구를 앞에 새긴 티셔츠를 팔고 있다. 해외 상거래사이트 등에서도 구입이 가능한 이 티셔츠 뒷면에는 딸의 생일케이크를 들고 귀가하는 조 장관 뒷모습도 그려져 있다. 판매자들은 "Let's change Korea(대한민국을 바꾸자)"라면서 구입을 권장하고 있다.

서울시내 일선 대학의 교수는 "숫자로 법치를 무너뜨리려 하는건가. 홍보PR로 법치를 이기려 하는건가"라며 탄식했다. 한국사회가 '팬덤 정치', 즉 열성팬에 호소하는 정치로 골병이 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소한의 기준과 합리적 토론없이 좌우진영, 내지는 특정인물 중심으로 나뉘어 맹목적 갈등만 벌이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사회학과의 모 교수는 "나라의 굵직한 정책들도 팬덤 정치에 의해 흔들리는 현상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 28일 촛불집회를 사례로 들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인사들은 팬덤 정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집회 시작과 집회 이후에도 국민의 목소리라며 과도한 의미 부여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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