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韓 훈련재개 망설이면 北과 대화 저해될 수 있어"
트럼프 "다른나라 핵전력 멈추면 우리도 2분내 멈춘다"
틸러슨 "대화는 北 결심에 달려"…펜스, '文의 확약' 강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 방한 이후로 미국 정부와 언론 등에서는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한 행동 표출, 한국의 올림픽 이후 한미연합훈련 재개가 '미북대화'의 조건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과 새로운 외교가 한반도에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에 이은 남북 대화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부터 방북 요청을 받은 상황을 짚었다.

또한 지난해 집권 이후부터 북한과의 대화를 원해 온 문 대통령이 북측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던, 최대의 대북 경제·외교적 압박을 가해 북한의 핵·미사일 모험을 철회시키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은 어떻게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다만 호전적 발언을 거듭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그의 참모진조차 북한과의 대화 자체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며, 최근 펜스 부통령이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언급한 '대북 대화 가능'의 전제를 들어 소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화 시작을 빌미로 북한 김정은에게 제재 경감이나 핵 보유 인정이라는 보상을 주는 것을 가장 반대한다"는 것이다.

사진=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2월13일자 'Capital Journal' 캡처
사진=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2월13일자 'Capital Journal' 캡처

이런 전제 하에 대북 최대 압력과 '새로운 외교' 병행되려면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는 게 핵심이라고 WSJ는 짚었다.

하나는 '한국이 여전히 올림픽으로 인해 지연된 한미 연합훈련 재개에 동의하는지'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압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외교를 진행하길 원하는데, 한국이 (훈련 재개를) 망설인다면 (대북) 외교는 저해될 수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또 한 가지는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북한이 핵 및 미사일 시험을 재개할 것인지'로, "시험이 재개된다면 궁극적인 배신의 신호로 비쳐질 것"이라고 WSJ는 경고했다.

마지막은 '남북 대화가 미북간 직접 대화로 연결될지'다. "만약 (남북) 대화가 진지하게 이뤄진다면 모두가 알듯이 두 핵심 주체(two key players)간 협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다른 나라들이 핵 개발을 중단한다면 미국도 "2분 안에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주지사 및 시장들을 만나 "우리는 새로운 핵전력을 현대화하고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솔직히 다른나라들이 그같이 하기 때문에 우리도 해야 한다. 그들이 멈추면 우리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가 구체적으로 어떤 국가인지 언급되지 않았지만 북한을 겨냥한 것으로 이 매체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이 (핵 야욕을) 멈추기를 바라고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하면 우리도 2분 안에 멈출 것"이라며 "나는 많은 무기를 없애고 싶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완벽하게 현대화되고 새로운 브랜드의 핵전력을 가질 것"이라며 "우리가 절대로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 향후 수년간 그것들을 줄일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은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경고했다.

같은날 미 외교노선을 담당하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중동 순방차 도착한 이집트 카이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진지한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결정하는 것은 북한에게 달렸다"며 "현 상황이 외교적 과정의 시작인지 판단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밝히기도 했다. 

틸러슨 장관은 특히 "(미북) 대화 테이블 위에 무엇이 올라와야 할지는 그들(북한)도 알고 있다. 그런 진지하고 의미 있는 미북 대화를 언제 시작할 것인지도 북한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방점을 찍었다.

펜스 부통령을 인터뷰한 WP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전날 CNN에 출연해 펜스 부통령이 한국에서 문 대통령을 만난 8일과 10일(한국시간) "미국이 대화 국면 확장(further engagement)을 지지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번 대북 관여 정책은 과거와 어떻게 다른가"라고 질문했다고 밝혔다.

남북대화 조성에 골몰하는 문 대통령에게 '돌직구'를 던진 셈이다. 결국 문 대통령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 없는 보상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답하는 식으로 대북 대화에 대한 시각차를 일부 좁혔다고 조시 로긴은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는 올림픽 성화가 꺼진 뒤 대북 관계의 해빙 관계가 끝나길 바란다'는 입장도 직접 밝혀뒀다고 한다. 그는 10일 한국을 떠나면서부터 줄곧 문 대통령에게서 '대화 용의가 있다는 것만으로 북한에 보상을 주지 않는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은 대북 '최대 압박' 기조에 변함이 없으며,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눈에 띄는 행동에 먼저 나서야만 소위 미북간 '대화를 위한 대화'라도 가능하다고 시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에는 최대 압박 기조에 협력해야만 대북 대화가 보장된다고 에둘러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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