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화와 옹호하기에 여념없는 국내 언론의 저자세
펜스 美부통령이 ‘외교적 결례’ 저질렀다는 국내 언론

● 북한 미화와 옹호하기에 여념없는 국내 언론의 저자세

상당수 국내 언론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 및 김여정 방한에 과도하게 집중해 다른 이슈들은 물론 올림픽까지 뒷전에 놓는 행태를 보였다.

종합 뉴스통신사 연합뉴스는 우리나라를 '남측', '남한'으로 칭하며 북한의 3대 세습독재 정당화를 인정하는 '백두혈통'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김여정을 띄우기 위한 모습을 보였다.

김여정의 입국부터 출국 시까지 올림픽의 화두는 김여정이었다.

연합뉴스는 김여정 입국 당시인 지난 9일 그녀의 의상에 대해 <北 김여정, 모피털 포인트 코트…"차분하고 품격있게 연출">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김여정의 첫 인상을 '차분', '고급', '수수', '자연스러움'으로 표현했다.

청와대 방명록에 남긴 김여정과 김영남의 필체도 이슈화했다. 연합뉴스는 지난 10일 <독특한 김여정 방명록 필체 눈길, 김일성 서체와 유사>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빌려 김영남과 김여정의 필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서술했다.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김여정의 필체는 '긍정적', '낙천적', '목표지향적'이라고 말하며, 김영남은 "공손함과 포용, 관용, 온후, 관대, 자연스러움, 열린 마음, 친밀, 유연한 성격을 가졌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다수 언론들은 미국 CNN, WP, WSJ 등 주요 언론의 김여정에 대한 호평 보도를 인용해 "김여정이 '모나리자 얼굴'로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북한의 이방카다'라는 보도를 부각했다.

여러 매체들의 메인화면은 단연 김여정이었다. 김여정이 웃고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김영남이 울고 있는 모습까지 내보였다.

언론은 전세계를 위협하며 끊임없이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북한을 마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대상으로 삼는 듯했다.

지난 1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메인화면
지난 12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메인화면

한편 문재인 정권이 평창올림픽을 활용해 계속해서 '평화적인 장면 연출, 평화분위기 조성'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언론도 앞장서서 돕는 모습이다. 연합뉴스를 비롯한 대다수 매체들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과 평화 분위기 연출에 도움이 될 법한 내용들이 실리고 있다. 文정권의 궤를 같이하며 어용언론으로 전락한 모습마저 보인다.

북한 응원단이 김일성을 연상케 하는 가면을 응원 도구로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는 통일부의 입장표명에 '억측 해프닝'으로 규정하고 보도했다.

북한이 사용한 가면을 보고 여러 사진을 비교하며 김일성은 상당히 타당성 있는 추측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연합뉴스는 '억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이러한 중대한 논란을 '해프닝'으로 끝내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CBS노컷뉴스도 이러한 통일부의 압박 때문인지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사과문까지 게재했다.

지난 11일 '김일성 가면'관련 연합뉴스 보도
지난 11일 '김일성 가면'관련 연합뉴스 보도

● 펜스 美부통령이 ‘외교적 결례’ 저질렀다는 국내 언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올림픽 개회식 직전 주최한 만찬을 겸한 리셉션에 늦게 참석했다가 5분만에 퇴장했다. 이에 대해 대다수 국내 언론은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고 지적했으며, 심지어 ‘남북 대화무드ㆍ해빙관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비판한 매체마저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에는 전후맥락을 자르고 ‘결과론적인 시각’과 지극히 피해자 입장에서만 사건을 바라본 보도행태라는 비판도 나온다.

연합뉴스는 9일 <美펜스, ‘외교결례’ 불구 北김영남 접촉 피해...북미대화 선긋기>라는 제하의 보도에서 “역내 안보협력 파트너에 해당하는 미국과 일본이 사실상의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뚜렷한 이유 없이 리셉션 행사장에 늦게 참석한 데다 행사 도중에 자리를 뜨는 등 전례를 찾기 힘든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라며 이같은 행동을 통해 ‘미일이 외교적 불만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개회식에서 또한 문 대통령은 뒤에 앉아 있던 김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반갑게 악수한 모습과 달리 “펜스 부통령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은 채 남북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애써 외면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며 남북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못 마땅해한다는 늬앙스를 풍겼다.

이외에도 대다수 매체에서 ‘외교결례’를 지적한다.

YTN은 11일 보도 <펜스 美부통령 출국...평창서 북미 접촉 끝내 없었다>에서 “‘외교적 결례’ 논란을 무릅쓰면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만남을 피한 것은, 혹여 마남이 북미대화의 신호탄으로 읽힐 만한 여지를 차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서술한다.

JTBC는 9일 <펜스, 아베와 회동하다 지각…'김영남에 불만' 분석도>라는 보도를 통해 “북한에 대한 불만은 차치하더라도 미국과 일본이 심각한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문제삼았으며, 경향신문은 10일 사설을 통해 “펜스의 행동은 올림픽 주최국이자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 있을 수 없는 결례를 범한 것이다...펜스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는 <'펜스 부통령님, 남의 잔치에 찬물 끼얹으러 오셨어요?'>라는 보도를 통해 비유적인 이야기를 통해 이른바 ‘결례’를 지적한다.

지난 9일 JTBC 뉴스룸 '펜스 '외교 결례' 논란' 보도 캡쳐 화면
지난 9일 JTBC 뉴스룸 '펜스 '외교 결례' 논란' 보도 캡쳐 화면

그러나 이러한 보도행태에는 두 가지 비판이 나온다.

첫째는, 앞서 펜스 부통령측은 올림픽을 기점으로 방한하기 이전부터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해 적극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므로, 그에 앞서 ‘북한측과 만나지 않게, 동선을 조율해달라.’고 입장을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실제로 펜스 부통령은 탈북자 면담, 천안함 기념관 방문 일정을 통해 북한의 '폭정'을 강하게 비판하며 북한의 위장평화공세를 견제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번 리셉션 또한 같은 맥락이다. 펜스 부통령은 앞서 우리 정부에 북한 대표단과 동석할 가능성이 있는 행사에 좌석이나 사진 촬영 위치가 가깝게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자신의 뜻과 달리 만찬 자리 배치가 이뤄지자 퇴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섣불리 평화적 장면 연출은 자제하며 문 대통령이 주도하는 ‘대화 노선’과는 선을 그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문 대통령은 미북의 대화 성사를 통해 평화적인 모습을 연출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거듭 요청을 무시한 채 정부는 일방적으로 ‘미북 간 대화’를 연출함으로써 평화적인 장면을 보여주고자 한 꼴이다. 청와대측이 자연스러운 만남을 빌미로 억지로 만남을 성사시키려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일방적인 기획과 행보에 대한 선(先) 지적이 없이, 결과론적인 모습만을 통해 ‘결례’라고 지적한 것은 언론의 무책임한 태도로 비출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언론의 이중잣대이다. 북한의 인권유린, 북 미사일, 핵실험 등 국제적인 폭거나 북한의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에 대한 전후맥락없이, 무조건적인 미국이 우리나라에 어울리는 행보를 보이기를 원하는 양상이다. 또한 미국이 우리나라가 원하는 행보를 보이지 않으면 ‘피해자’를 자처하는 보도양상마저 보인다.

미국측이 먼저 웜비어 사건, 북한 인권을 지적했는데도 불구하고 언론은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정부와 마찬가지로 묵인하고 모른 척에 여념없는 모습이다. 오히려 북한 인권에 대한 지적을 공조함으로써 한미동맹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조차 없다. 북핵이나 북한 인권이라는 현실은 묵인한 채 오로지 ‘선언적 평화’ 장면 연출에 온 신경이 곤두선 모습이다.

해외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평화적 장면 연출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는 평가가 주류인 상황에서, ‘오히려 인권 유린에 대해 규탄하는 의지를 한국에서 보여줬다면 미국의 행보는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청와대는 이러한 보도행태가 혹시 ‘한미 불화’로 비출까 전전긍긍한 모습을 보였다. 애초에 언론이 눈치를 보고 앞장서서 ‘결례’를 타박한 것인지 전후관계는 알수 없지만, 청와대는 바로 ‘펜스 부통령이 미국 선수단과 선약이 있었다는 점을 사전 고지 받은 상태다’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그래서 (헤드)테이블 좌석도 준비되지 않았다. 포토세션에 참석한 뒤 바로 빠질 예정이었으나 문 대통령께서 ‘친구들은 보고 가시라’고 해서 리셉션장에 잠시 들른 것”이라고 해명하며 언론의 보도로 갈등이 격화되는 것을 봉합하고자 대처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 또한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애초 개회식 사전 리셉션의 헤드테이블에는 펜스 부통령 부부가 나란히 앉아있는 예상 좌석배치도를 공개했다.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는 것으로 돼 있었다.’고 꼬집었다.

분명 청와대는 이날 오전 리셉션에 펜스 부통령이 참석할 것이라고 확인했고, 헤드테이블에 명찰까지 올려놓았고, 아무런 일정상의 변경 공지도 하지 않았던 것은 청와대 측도 펜스 부통령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며 ‘억지스러운 해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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