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칼럼] 안보 고립 심화시킬 지소미아(GSOMIA)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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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08.27 09:47:10
  • 최종수정 2019.08.2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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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파기가 의미하는 상징성과 방향성은 결코 간단치 않다...한국 생존에 치명상 줄 수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공유하는 일본과 협력 불가피...지소미아는 한국이 사용할 대일카드 아니었다
한국의 왜소화·고립화 자초하는 文정부의 이념적 결기...지소미아 파기의 최대 수혜자는 북한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지난 7월 23일 독도 상공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한국 안보가 처한 누란지위(累卵之危)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중·러의 군용기들이 대놓고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유린했고, 이어서 러시아 조기경보기가 한국의 영공을 침범했다. 한국이 전투기를 발진시키자 일본이 “독도 상공은 일본의 영공”이라며 전투기들을 출격시키고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에 항의했다.

그 와중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줄기차게 계속되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단거리 미사일은 미국을 위협하지 않으므로 불쾌하지 않다”고 했다.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인 한국은 물론 주한미군과 한국에 체류하는 20여만 명의 미국인들의 안위까지 위협할 수 있는 북한의 무력시위에 면죄부를 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것이다.

바야흐로 한국 안보가 북한이 무력도발을 지속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을 때리는 항미격남(抗美擊南)을 하고 일본이 한국을 압박하는데 동맹국 미국까지 한국을 경시하고 통북봉남(通北封南)하는 오면초가(五面楚歌)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것도 부족했는지, 8월 22일 文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을 파기한다고 발표했다. 저간의 한일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은 안중에도 없었다.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2016년 11월 23일 한일 간에 지소미아가 서명됨으로써 한국과 일본은 2014년 한‧미‧일 삼국 간에 체결된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관한 정보공유약정(TISA; Trilateral Information-Sharing Agreement)’ 체제의 한계를 넘어 직접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한국이 파기를 발표함에 따라 2019년 11월 22일부로 한일 지소미아는 종료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지소미아를 통해 교환한 정보들이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으므로 지소미아의 파기가 한국에 치명적이지 않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상징성과 방향성은 결코 간단하지 않으며, 한국의 생존에 치명상을 줄 수도 있다.

지소미아는 한국이 사용할 대일(對日)카드가 아니었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지소미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첫째,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이 북핵 위협에 공동 대처하는데 필요한 장치로서 양국 모두의 안보이익에 부합하지만, 일본은 북핵의 직접적인 타깃이 아니므로 일본보다는 한국에게 더욱 절실한 장치다. 5기의 정찰위성, 1,000km 이상의 탐지거리를 가진 4식의 지상감시레이더, 20여 대의 조기경보기, 80여 대의 해상초계기, 6척의 이지스함 등의 방대한 정보자산을 운용하는 일본은 기술정보력에 있어 한국을 압도하며, 잠수함 정보와 감청능력(SIGINT)에 있어서도 최강의 능력을 자랑한다. 북한의 핵무기 및 투발수단 개발이 간단없이 이어지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배치가 임박한 상황에서, 일본의 정보력은 한국의 안보에 소중한 보탬이 될 수 있다.

둘째, 지소미아는 한일 간의 문제일뿐 아니라 한미동맹과도 직접 연계되어 있다.

지소미아의 파기는 한국이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를 거부하는 것이므로 이는 곧 미국 동맹정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선택이며 인도-태평양 전략 불참을 재확인하는 것이 된다. 지소미아 파기로 한미동맹이 더 많은 파열음을 낼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셋째, 장기적인 안목에서도 볼 때 지소미아는 한국의 생존과 번영에 필요한 장치다.

현재 동북아에는 군사·경제적으로 급성장한 중국이 러시아 및 북한과의 군사적 결속을 강화하여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신냉전 구도가 심화되고 있으며, 중국은 대국굴기(大國崛起)와 강군굴기(强軍崛起)를 외치면서 남중국해 및 동해의 내해화(內海化)와 함께 주변국들에게 수직적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한국이 생존과 번영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공유하는 일본과 협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런 합리적 분석들은 문 정부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한국의 왜소화·고립화 자초하는 文 정부의 이념적 결기

전술한 바와 같이 북한 위협으로부터 가장 다급하게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국가는 한국이고 지소미아를 통해 교환되는 군사정보의 최대 수혜국도 한국이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지소미아 파기가 한국의 대일(對日) 카드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 판단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한미 정부 간의 간극은 더욱 넓어질 것이고, 트럼프 행정부와 아베 정부는 더욱 밀착할 것이며, 文 정부의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경제대국 일본과의 무역전쟁에서 한국이 더 많은 피를 흘리게 됨도 자명하다.

미 국무부는 이례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실망과 우려’를 표방했고, “미국이 양해했다는 문 정부의 설명은 거짓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과거사와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서 대체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왔지만 앞으로는 일본을 두둔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며, 일본의 재무장에 대해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명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당장 맞닥뜨려야 할 당면 도전과제들이다.

여기서 미 국무부가 ‘한국’이라고 하지 않고 ‘문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라고 한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文 정부의 좌파적 행보나 지소미아 파기를 한국 국민 다수의 뜻으로 보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바꾸어 말해, 한국 국민이 文 정부의 좌성향 행보나 지소미아 파기를 지지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동맹정책의 근본을 재검토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 상황이 오면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이 공공연하게 거론될 수 있으며, 미국 내에서도 제2 애치슨 라인을 선포하라는 요구들이 분출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의 배경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혹자들은 종료일인 11월 22일까지 시한이 있으므로 이 기간 동안 진행될 한일 협상에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지만, 그보다는 文 정부가 이념적 결기로 정무적 이유에서 지소미아를 파기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더 강한 편이다. 예를 들어, 각종 의혹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있는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를 살리기 위해 또는 2020년 총선을 의식하여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끌어내기 위한 선물로 보는 시각들이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재인 정부는 오로지 국익만을 바라보면서 펼쳐야 하는 안보·외교 정책을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 되고 만다.

이런 시각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취해왔거나 추진 중인 자해적(自害的) 안보조치들, 이를테면, 국정원 대공기능 무력화, 군 기무사 해체·개편, 병력 감축, 예비사단 해체, 전방 초소 감축, 비무장지대 지뢰 제거, 주적 개념 폐지, 북한군에게 많은 이점을 제공하는 9·19 군사합의 서명, 한미 연합훈련 중단·축소, 연합사 해체 및 전작권 조기 전환, 지소미아 파기 등의 최대 수혜자가 평양정권과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사실이다.

안보가 오면초가의 위기에 처하고 외교 부재로 인한 고립이 심화되는 것을 보면서도 文 정부가 기존의 정책기조들을 고수하는 것을 보면,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안보에 무지해서 그렇게 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경제논리를 몰라서 국가경쟁력을 훼손하는 반기업•친노동•탈원전 등의 정책을 고집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남북한이 합작하는 ‘평화경제’로 북한보다 경제력이 130배나 더 큰 경제대국이자 기술대국인 일본과의 경제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경제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그토록 강한 이념적 결기를 가지고 줄기차게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존속과 번영을 희망하는 국민이라면 이제 이런 것들을 두고 고심해야 한다.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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