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화이트리스트서 韓 제외 열흘앞...美中분쟁 여파에 WTO개도국 논란까지 이래저래 '흔들리는 韓'
日 화이트리스트서 韓 제외 열흘앞...美中분쟁 여파에 WTO개도국 논란까지 이래저래 '흔들리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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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 90일간 심사받는 개별허가, 韓기업 적기에 日의 소재·부품 조달하는 그림은 어려울 전망
韓의 최대시장인 美中, 양국 간 분쟁으로 국내 경제 심각한 타격 입어...수출 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
中위안화 가치 절하로 韓원화 가치 동반 하락...원:달러 환율 폭등하면 해외 투자자 이탈로 증시 폭락 장세 불가피할 수도
美, 韓 포함한 11개국에 WTO 개도국 지위 포기하라고 압박...韓 선진국으로 분류될 경우 개도국 특혜 잃게 돼
한일 무역갈등./연합뉴스
한일 무역갈등./연합뉴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본 개정안에 따라 대일(對日) 소재 수입 절차가 엄격해져 한국 기업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까지 장기화하며 한국의 대외무역은 악재를 맞아 수출 부문 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이 한국의 WTO 개발도상국(개도국) 지위를 흔드는 것도 우리나라 무역 환경을 덮칠 또 하나의 악재로 관측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일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2일 일본 각의를 거쳐 통과됐으며, 28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번 조치의 최대 쟁점은 ‘개별 허가’로 지정된 일본의 수출 품목이 최장 90일간 경제산업성에 의해 심사를 받게 된다는 점에 있다. 한국은 화이트리스트에 지정된 2004년 이후 3년에 한 번씩 포괄적 수출 허가를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매 수출 건마다 최장 90일이 소요되는 개별 수출심사를 거쳐야 한다. 전략물자 비민감품목은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전환됐고, 비전략물자라도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품목은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한국의 수출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 소재 조달은 대일(對日) 의존도가 높아 적기에 소재·부품 등을 수입해 생산에 나서는 그림은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본은 지난 8일 수출 우대조치 중단 품목인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을 허용하며 안보 우려가 없다면 수출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임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수출관리 품목 대상은 확대할 것이라 밝혔다. 따라서 당분간 한국 기업들의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해 전반적인 경기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 전방위 확산./연합뉴스
미중 갈등 전방위 확산./연합뉴스

한국 경제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는 양상도 한국 경제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1.0% 감소한 641억달러 수준으로 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조업일수를 고려하면 일평균 14.5%가 떨어졌다. 지난달 대(對)미국 수출은 0.7%, 대(對)중국 수출은 16.3% 감소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계가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지는 양상이 특히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자동차는 16년만에 최악의 영업 실적을 냈다. 현대차 중국 법인의 올 상반기 중국내 영업손실은 3700억원이다. 사드 여파 직격탄을 맞은 2017년보다 심각하다. 현대차는 이미 베이징 1공장의 생산을 중단했고, 3공장 생산도 줄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위축된 중국 내수 시장이 회복될 기미가 없다.

미중 무역분쟁에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전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도 주춤하고 있다. 거기에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수익성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월 34만장 규모의 8세대 LCD TV 패널 생산이 가능한 LG디스플레이의 파주공장은 최근 가동률이 60% 선으로 떨어졌다. 지난 7월 43인치 LCD 패널 평균 판매 가격은 지난해 1월보다 27%나 급감했다. 수익성이 바닥을 치면서 LG디스플레이의 상반기 영업적자만 5008억원에 달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사업장의 LCD 생산라인을 감축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중국의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 이상을 유지하는 것도 한국의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요인이다. 중국은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위안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춰 관세의 상쇄 효과를 노렸다. 문제는 위안화와 상관관계가 높은 원화 역시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달 안에 달러당 1250원까지 환율이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더 내려 원:달러 환율마저 폭등하고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면, 지난 6일의 증시 폭락 장세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이 제시한 WTO 개도국 제외 분류 기준./연합뉴스

미국이 WTO의 한 축인 개도국 지위를 흔드는 것도 한국에는 위험요소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WTO에서 개도국 지위에 한국 등 11개국이 무임승차해 있다며 90일 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고 최후통첩성 발언을 했다.

WTO는 개도국을 국제 자유무역질서 내 편입시키기 위해 ‘개도국에 대한 특별대우((S&D·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s)'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 이를 통해 협약 이행에 더 많은 시간을 허용받고, 농업관세 및 보조금 규제에서 혜택을 받아왔다.

한국은 199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당시 선진국으로 분류하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농업 분야에서 미칠 영향을 우려해 농업을 제외한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개도국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이 제시한 개도국 지위 해제 기준인 △OECD 회원국이거나 가입 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 △현행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국가 △세계 무역량에서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등 4가지에 한국은 모두 해당된다. 미국이 이처럼 개도국 지위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되나 결국 한국도 미국의 압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WTO 개도국 특혜를 잃게 될 경우 한국 무역 환경에 또 하나의 악재가 겹칠 전망이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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