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통합재정수지 38조 적자...통계 작성이후 최악
상반기 국세수입은 작년보다 1조원 감소...하반기 전망 더 어두워
기재부 관계자 "文정부, 재정건전성 고려 없이 일단 쓰고보자는 식"

 

올해 상반기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올 1~6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38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재정 건전성 지표인 통합재정수지가 이 정도 규모 적자를 보인 것은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이후 처음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59조5천억원 적자로 나타났다. 2011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올 상반기 재정 건전성이 크게 나빠진 것은 예고된 결과다. 정부는 경기 침체 우려를 이유로 최대한 재정 지출을 앞당겨 쓰겠다고 공언해왔다. 1~6월 정부가 쓴 돈(총지출)은 284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조2000억원 증가했다. 

쓰는 돈은 늘었지만, 세금 수입은 줄었다. 1~6월 국세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원 줄어든 15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국세 수입이 통상 전년보다 늘어나고 2015년 이후엔 매년 20조~30조원 증가해온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세금이 걷히는 속도는 더뎌졌다. 1~6월 세수진도율(예산 대비 실제 걷힌 세금의 비율)은 53.0%로 지난해 같은 기간 진도율(예산 기준)보다 5.6%포인트 줄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심해지고 있어 하반기에도 세수가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달 예정된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이 우려된다. 기업들은 중간예납 때 올 상반기 영업이익을 토대로 법인세를 낸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125개 주요 상장사의 상반기 영업이익 합계는 44조870억원으로 작년보다 36.9% 줄었다. 하반기엔 일본의 경제보복과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영향으로 부가세, 소득세 등 다른 세수 여건도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정부의 늘어나는 재정 지출 대비, 줄어드는 세수에 대해 기재부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정책을 통해 경제를 개선시킬 생각보다는 당장 성장률 방어만을 위해 재정 풀기에 집착하고 있다"며 "일단 급하게 재정을 투입하려 하다 보니 재정이 생산적인 곳에 쓰이지 못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있다. 특히 재정건전성에 대한 주의 없이 일단 쓰고 보자는 기류가 강하다"고 말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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