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노조든 실업자와 해고자도 가입할 수 있다...전교조부터 합법화될 전망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도 가능해져...새로운 형식의 파업 예고
경영계의 요구는 소극 반영...사업장 점거 파업 앞으로 금지

고용노동부./연합뉴스
고용노동부./연합뉴스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내놓은 입법안이 노조계 권력을 확대할 것으로 평가돼, 국회 통과 시 강성 노조의 힘만 더 불려 파업의 일상화가 예고된다. 아울러 이 법안으로 해직자와 실직자의 노조활동이 가능해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합법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30일 ILO 협약 비준을 추진하기 위한 노동관계법 입법안을 발표했다. 이어 오는 9월 9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 정식으로 법안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ILO 협약 중 결사의 자유(핵심협약 87호·98호)’와 충돌이 예상되는 현행 ‘노조법’, ‘공무원 노조법’, ‘교원 노조법’ 등 3개 법을 일부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어떤 노조든 실업자와 해고자도 가입할 수 있다

이번 입법안의 핵심은 ‘어떤 노조든 실업자와 해고자도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해고자와 실직자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지만, 입법안을 따를 경우 불법파업으로 해고돼 자격을 잃은 조합원도 노조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

이에 전교조부터 합법화될 전망이다. 전교조는 2013년 해직 교사를 조합에 가입시켜 법적 노조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교원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합법적인 활동이 가능해진다.

개정안은 또 5급 이상 관리직 공무원의 노조 가입도 허용하도록 했다. 총괄 업무 등에 종사하는 5급 이상 공무원은 노조 가입이 불가능하지만, 사실상 공무원 노조를 허가한 터라 정부 정책에 노조가 관여할 길을 터준 셈이다. 단, 공무원의 파업은 지금처럼 제한된다. 헌법에서 불허하기 때문이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도 가능해진다

현행법 상 사용자는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입법안에서는 이러한 지급 금지가 폐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허용된 범위에서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이로써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급을 위한 새로운 형식의 파업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금 지급의 허용된 범위는 향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복수노조를 가진 사용자가 모든 노조와 공평하게 교섭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특정 노조에게만 특혜를 주고 나머지 노조를 무력화하는 노조 파괴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경영계의 요구는 일부 반영

정부는 경영계의 요구에 따라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장 3년으로 연장했다. 노조가 파업 때 최후 수단으로 삼은 사업장 점거도 앞으로 금지된다. 파업을 하더라도 사업장 내 생산시설과 업무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것 자체가 제한된다.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의 노조 가입은 입법안에서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파업 중 대체근로를 허용해 달라는 경영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도 그대로 유지된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은 대체근로 금지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부당노동행위로 사용자를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정부의 이번 입법안은 친노조 법률 개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력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할 시점에 더 큰 후퇴를 조장하는 입법안을 내놨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 노사 관계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대립적, 투쟁적이고 폭력적, 불법적인 상황인데 해고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된다면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