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 이탈서 비롯된 2함대 허위자백 사건, 기강해이와 보고체계 붕괴 드러나...野, 정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근무지 이탈서 비롯된 2함대 허위자백 사건, 기강해이와 보고체계 붕괴 드러나...野, 정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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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2함대사 사건 축소은폐 및 늑장 보고...스스로 비판 자초
2함대사 거동수상자, 또 내부 소행자란 사실에 불신의 목소리 높아
軍 보고체계 완전히 붕괴됐다는 비판도 제기돼
野, 정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국방부가 지난 4일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 안에서 적발된 거동수상자는 부대 안에서 근무하는 병사로 확인됐다고 13일 밝혔다. 사건 발생 후 9일간 잡히지 않던 범인이 국방부 수사단이 파견된 지 하루도 채 안 돼 검거된 사실에 일각에선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애초 범인을 놓쳐 무고한 병사를 허위자백시켰던 군이 하루 만에 잡은 범인도 내부 소행자라는 발표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또한, 부실한 초동수사로 거수자를 놓친 데다, 허위자백·은폐조작 사실을 알고도 상부에 알리지 않은 해군 지휘부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5일 발생한 북한 목선 ‘귀순 사건’과 이번 2함대 사건을 비롯해 군의 잇따른 경계실패와 사태 은폐 조작 혐의를 근거로 15일 책임자인 정경두 국방부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본회의에 제출했다.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정문./연합뉴스

해군 2함대사령부 거동수상자 적발 경위

국방부는 2함대사령부에서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조사본부를 편성하고, 거동수상자 검거를 최우선으로 하되 허위자백 종용 및 사건발생 경과 등을 함께 수사했다. 그리고 13일 오전 1시 30분 거동수상자를 검거했다며 범인은 합동 병기탄약고 초소와 인접한 초소의 경계병이라고 밝혔다.

A상병은 밤 10시 2분쯤 초소에서 동료 병사와 근무 중 “음료수를 구매하기 위해 잠깐 자판기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총을 버려둔 채 근무지에서 이탈했다. 그는 약 200m 떨어진 생활관 건물에 설치된 자판기에 다녀오다 탄약고 초소 경계병에게 발견됐다. 하지만 세 차례 수하에 응하지 않고 달아났다.

국방부는 "A상병과 동반근무자는 두려운 마음에 자백하지 못하고 근무지 이탈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수사당국은 이들 병사에게 군 형법을 적용할지 등에 대한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 군 형법에 따라 A상병에게 ‘수소(守所·일정한 구역을 지키고자 마련된 장소) 이탈’ 혐의를, 동반 근무자에게는 ‘수소 이탈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법리 검토 결과에 따라 군 형법 적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간부 주도의 허위자백 및 사건 조작·은폐 시도 사건

군 수사당국에 따르면, 4일 거수자 포획을 지시한 지휘통제실(지통실)의 B장교는 수색에 실패하자 다음날 오전 6시 근무 병사 10명을 휴게실로 불렀다. 사건 당일 모두 비번이었던 병사들이다. B장교는 전날 발생한 상황을 이들에게 설명한 뒤 사건이 장기화하면 부대 운영에 어려움이 생긴다며 "누군가 (허위)자백하면 사건이 조기 종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B장교와 눈이 마주친 C병장이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고, 나머지 인원이 휴게실에서 나간 뒤 둘이서 허위자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C병장은 다음 달 전역을 앞둔 병사로, B장교와 지휘통제실에서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에도 이 장교를 잘 따랐다는 후문이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B장교가 부하 병사들에게 허위자백을 종용해 사건을 조기 종결시키려고 한 배경에 대해 "지휘통제실에서 근무하고 있어 자신의 책무에 대한 생각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B장교는 현재 직권남용 및 권력행사 방해죄 외에도 허위보고 혐의를 받고 있다. C병장에 대해선 '일단 피해자로 보고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는 2함대 사령부 법무팀 의견에 따라 법례 검토가 진행 중이다.

심승섭 해군총장(좌측)과 박한기 합참의장./연합뉴스

軍의 보고체계 붕괴

2함대 사령부에서 발생한 초병의 근무지 무단이탈과 간부에 의한 허위자백 종용 사실이 국방부장관과 합참의장에 적시 보고되지 않은 것도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박한기 합참의장은 4일 거동수상자 상황에 대해 5일 구두 보고를 들었다. 하지만 허위자백 종용은 9일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에게까지만 보고됐다. 정경두 장관이나 박한기 합참의장은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에 의해 사건이 폭로되고 나서야 12일 오전 진상을 파악했다.

해군은 2함대 차원에서 이 사건을 관리했고, 거동수상자에 대한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정 장관 등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군 소식통은 조선일보에 "심 총장은 조사가 끝난 뒤 군 수뇌부에 보고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시는 국방부와 합참이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시점이었다. 군 당국이 안팎에서 비판을 받고 있던 와중에 심 총장이 고의로 늦장 보고를 했다는 것은 사실상 군의 보고체계가 붕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안 제출하겠다./연합뉴스

野, 정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15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강원 삼척항과 고성군에서 잇따라 북한 목선이 발견된 데 따른 군 경계실패, 해군 2함대사령부의 허위자백 사건 등을 이유로 정 장관 해임을 요구한 것이다.

한국당은 해임건의안 표결을 위해 오는 18일과 19일 본회의를 열자는 입장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여야는 강하게 충돌했다. 이어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본회의 개최 일정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했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정경두 지키기'에 골몰하며 방탄국회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렵사리 문을 연 6월 임시국회를 묻지 마 추경의 거수기 국회로 만들려던 여당이 이제는 국방장관의 방탄국회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방부 장관 해임과 국정조사를 동시에 요구한 전례가 없다"며 "국방과 안보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방안보 정쟁화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 과반의 찬성으로 국무위원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건의안의 법적 구속력은 없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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