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회동, 역사적 만남으로 기록됐지만 취재와 보도 측면에서 보면 남측은 철저하게 배제"
"춘추관 국장,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본인 노력 강변할 뿐 알 권리 확보 고민 찾아보기 힘들어"
판문점 회동 당시 文・韓 패싱, 야권서 여러 차례 지적돼와...나경원 "대한민국 대통령은 한마디도 말 못하는 손님 자처"

문재인 대통령(左), 북한 김정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左), 북한 김정은.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영상기자단 일동이 지난달 말 ‘판문점 회동’에서 한국 언론이 소외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청와대 영상기자단은 4일 ‘6.30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에 우리는 없었다’는 성명을 내고 “6월 30일 판문점 회동은 남북미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으로 기록 됐지만 취재와 보도 측면에서 보면 남측은 철저하게 배제된 현장이었다”라며 “대한민국 방송사 영상기자는 단 한 명 뿐이었고, 그마저도 떠밀리고 가로막혀 역사의 현장을 제대로 전할 수 없었던 것이다. 청와대 공보 담당자들의 안일한 대처와 미흡한 준비로 최소한의 보도 여건조차 확보하지 못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트-김’간 이뤄졌던 대화에 참여하지 못한 것과 더불어, 한국 언론마저 ‘패싱’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기자단은 또 “남북미 판문점 회동의 역사적 장면을 대한민국 방송사는 단 한명만 커버할 수 밖에 없었다는 상황을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라며 “그런데도 청와대 보도지원 실무 책임자인 춘추관 국장의 인식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춘추관장은)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북미 정상 회담은 원래 우리가 취재할 수 없었던 사안으로 한 명의 취재진을 확보한 것도 최선의 결과물이다’(라고 했다). 결국 본인의 노력을 강변할 뿐 대통령이 화면에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고 국민의 알권리를 어떻게 확보할 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은 찾아보기 힘들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측에 ▲판문점 남측 지역인 자유의 집에서 북미정상 회동이 이루어지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동행하고 있는데도 한국 취재진의 접근을 거부하는 것이 합당한가 ▲미국, 북한과 달리 대한민국에는 한 명의 카메라 기자에만 취재 비표를 발급한 게 적절한 조치였다고 보는지 ▲청와대 국장이 말한 저격수가 실은 북측 촬영 담당자 였다는 점, 그리고 우리 측 양해 없이 올라가 촬영한 점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보는지 ▲앞으로 비슷한 사안이 생길 경우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지 등에 대한 답을 요구했다.

이날 청와대 영상기자단이 성명을 내기 이전에도, 자유우파 진영 일각에서는 판문점 회동 당시 문 대통령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회동이 있었던 대한민국 영토인 판문점 ‘자유의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미국 측 경비원에 진입을 통제당했다. 이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대한민국 대통령은 한마디도 말 못하는 객(客), 손님을 자처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아래는 청와대 영상기자단 일동이 남긴 성명 전문(全文).>

<6.30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에 우리는 없었다>

6월 30일 판문점 회동은 남북미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으로 기록 됐지만 취재와 보도 측면에서 보면 남측은 철저하게 배제된 현장이었다. 대한민국 방송사 영상기자는 단 한 명 뿐이었고, 그마저도 떠밀리고 가로막혀 역사의 현장을 제대로 전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여러 돌발 변수가 많았던 상황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청와대 공보 담당자들의 안일한 대처와 미흡한 준비로 최소한의 보도 여건조차 확보하지 못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미국 8 북한 7 한국 1’ 지금까지 파악된 판문점 회동 당시 각국의 영상취재진 숫자다. 청와대 보도 지원 담당자인 춘추관 실무 국장의 말에 따르면 미국 취재진 수가 취재와 영상을 합해 16~17명이라 하니 북측까지 합친다면 취재진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더군다나 판문점 회동 당시 백악관 직원이 포토라인 등의 지휘를 담당했고 우리 측은 철저히 외면된 것이 현장에 있던 기자의 전언이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의 역사적 장면을 대한민국 방송사는 단 한명만 커버할 수 밖에 없었다는 상황을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우왕좌왕 흔들리는 화면에 세 정상들의 동선을 따라가기 조차 힘든 영상, 세간에는 한국 취재진의 역량과 준비 부족으로 역사적 현장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 보도지원 실무 책임자인 춘추관 국장의 인식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북미 정상 회담은 원래 우리가 취재할 수 없었던 사안으로 한 명의 취재진을 확보한 것도 최선의 결과물이다” 결국 본인의 노력을 강변할 뿐 대통령이 화면에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고 국민의 알권리를 어떻게 확보 할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례로 북측 취재진이 확보한 부감 영상을 우리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자유의집 옥상에 보이던 취재진에 대해 문의하자 춘추관 국장은 경호를 위한 저격수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말은 다음날 조선중앙 TV가 내보낸 화면으로 허위라는 게 드러났다. 이에 대한 해명도 납득하기 힘들다. “통일부에서 저격수라고 말한 것을 내가 어찌 아느냐”며 오리발을 내미는가 하면 북측 경호원이 북측 촬영 담당자를 데리고 부감 취재를 올라갔을 거란 말까지 버젓이 했다. ‘자유의 집’은 공동경비구역 남측 관할인데도 말이다.

당시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는 점만 내세워 결과에 대해 평가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같은 일은 또 발생할 것이다. 국민들은 아직도 한국에 있었던 수많은 방송사가 준비가 부족했던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 대통령과 북미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장면을 흔들리고 불안정한 모습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는 데에 많은 국민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도 이럴진데 대통령을 국민과 소통하고 알리는 청와대 춘추관 보도지원 국장의 안이함은 두고두고 아쉬움과 걱정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된다. 

“내가 책임지고 그만 두도록 하겠습니다. 알았어요. 그만하세요” 하며 큰 소리 치고 나가는 춘추관 핵심 국장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에 관련해 청와대 출입하는 영상기자 일동은 대통령 홍보 전반을 담당하는 책임자에게 묻는다.

1. 판문점 남측 지역인 자유의 집에서 북미정상 회동이 이루어지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동행하고 있는데도 한국 취재진의 접근을 거부하는 것이 합당한가?

2. 북・미 두 나라와 달리 우리는 단 한 명의 카메라 기자에게만 취재 비표를 발급한 것이 적절한 조치였다고 보는가?

3. 청와대 국장이 말한 저격수가 실은 북측 촬영 담당자 였다는 점, 그리고 우리 측 양해 없이 올라가 촬영한 점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보는가?

4. 앞으로 비슷한 사안이 생길 경우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가?

국민들은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는 역사적인 모습을 생생하고 제대로 볼 권리가 있다.

2019 년 7월 4일

청와대 영상기자단 일동 (KBS, MBC, SBS, YTN, MBN, OBS, JTBC, 채널A, TV조선, 연합뉴스TV, 아리랑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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