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과장되고 기만적”

‘영변 핵시설을 완전 폐기하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27일 발언에 대해 미 의회 의원들은 “영변 핵 시설 검증과 폐기만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북한 비핵화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기는 미흡하다”고 밝혔다. 영변 외 핵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이 큰 데다가 추가 핵시설을 만들 역량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적어도 핵 프로그램 신고와 핵 물질 생산 중단이 미북 협상에서 첫 번째로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 위원장인 브래드 셔먼 민주당 의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불가역적인 단계에는 핵 프로그램 신고가 포함될 것”이라며 “북한이 농축우라늄 추가 생산만 중단해도 좋겠지만 돌이킬 수 없도록 하려면 원심분리기와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해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셔먼 의원은 “핵 시설 한 곳을 폐기해도 또 다른 곳에서는 농축 우라늄은 추가 생산하기 때문에 부분적 제재 완화라는 상응조치를 제공할 만큼의 불가역적 비핵화 조치는 아니다”며 “모든 곳에서의 추가 핵무기와 핵물질 생산이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상원 외교위 벤 카딘 민주당 의원은 VOA에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하는 조치는 북핵 프로그램 신고”라며 “신고와 검증을 통해 북핵 프로그램 전체를 완전히 이해하고 영구적 폐기와 검증체계, 시간표 등이 포함된 전체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소한 이런 부분이 함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3차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을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의 전문가들도 영변 핵 시설 폐기가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핵 전문가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문제안보연구소 소장은 26일 VOA에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핵 개발 상황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영변 핵 시설 폐기를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단계로 규정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하는 셈”이라며 “북한의 전체 핵무기와 시설들을 알아야만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즉 북한의 핵무기 규모와 종류, 폐기 방안에 대해 알아야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의 첫 단계는 핵 물질 생산 중단과 핵무기 해체”라며 “중요한 첫 단계는 모든 핵분열 물질의 동결과 핵무기 폐기, 플루토늄 반출과 고농축 우라늄의 처리”라고 밝혔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조정관은 “영변 비핵화는 북한의 핵무기 생산 중단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는 말 그대로 핵무기 생산 시설들의 전면 폐쇄이며 영변 외 시설들의 추가 신고와 폐쇄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부차관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 합의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과장된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영변 비핵화는 중요한 단계지만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전체 핵시설 신고가 필수라는 것이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대사는 “영변 핵시설의 비핵화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단계의 첫 조치가 될 수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위해서는 핵무기, 단거리와 장거리 미사일을 포함한 운반시스템의 해체, 모든 핵분열 물질 생산 시설의 해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북한에 적대적인 정책 실무자들이 있는 한 비핵화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에 대해 “북한의 전형적인 수사”라고 평가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지난 2년 간 북한은 미국과의 실무회담에 관심이 없었다”며 “북한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실무회단을 거부했고 회담을 열어도 비핵화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의 담화는 김정은이 3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협상하기를 희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그러나 미국은 예비회담을 갖기 전에는 3차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의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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