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 해결 성과 원해” 중국에 S.O.S. 보낸 김정은...“힘이 닿는 한 돕겠다” 화답한 시진핑
시진핑 "中, 北우방국으로서 안전보장부터 경제분야까지 적극 지원 아끼지 않을 것"
中, 美北 비핵화 협상에 적극 개입 의지 시사
김정은·리설주, 평양공항서 시진핑 부부 영접...中국가주석 14년만에 訪北
美, 北中회담 하루 전날 대북제재 위반 러시아 금융회사 전격 제재

무대에 오르는 김정은과 시진핑[신화사 캡처]
무대에 오르는 김정은과 시진핑[신화사 캡처]

김정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5차 북중 정상회담을 갖고 향후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서 한 목소리를 내기로 결의했다. 이후 이들은 ‘북중 우호’를 주제로 한 집단체조 '불패의 사회주의'를 관람했다. 북한의 집단체조는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을 강제 동원해 유엔 아동권리협약 위반으로 ‘야만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김정은과 시진핑 주석은 이날 오후 4시경부터 금수산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정은은 이날 회담에서 미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드러냈지만 인내심을 갖고 미국과 계속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 주석은 “힘이 닿는 한 돕겠다”며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 개입할 여지를 비췄다.

20일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방북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왼쪽)가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와 함께 집단체조와 예술공연 관람 중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치고 있다.
20일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방북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왼쪽)가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와 함께 집단체조와 예술공연 관람 중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치고 있다.

김정은은 “과거 1년간 한반도 형세 긴장을 피하고, 형세를 통제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많이 취했지만 관련 당사국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북한이 보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관련 당사국’은 미국을 가리킨다.

그러나 김정은은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며 “동시에 관련 당사국과 마주 보고 가며서 각자의 합리적 안보 우려 해결 방안을 탐색해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 진전이 있기를 원한다”고 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뜻을 밝힌 것이다.

김정은은 “조선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을 높게 평가한다”며 “계속 중국과 소통하고 협력해서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 진전을 거두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정은은 현재 북한이 민생 개선에 중점을 둔 새로운 전략 노선을 관철 중이라며 북한은 중국의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의 경험을 더욱 배우고 싶다고 했다.

시 주석은 미북 비핵화 협상에 적극 개입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북핵) 정치적 해결의 진전을 위해 왔다”며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와 발전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이 닿는 한 돕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중국이 북한의 우방국으로서 안전보장부터 경제분야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해석된다. 이날 정상회담에는 중국 경제정책 총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허리펑 주임(장관)과 종산 상무부 부장(장관)이 참여해 북중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이 마련될 것임을 시사했다.

시 주석은 “북한이 보여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비핵화 추동을 위한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며 “과거 1년 한반도 문제의 대화 해결을 위한 기회가 나타났고 국제사회는 조미(북미) 대화가 성과가 있기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는 복잡하고 민감하다는 점에서 해결을 위해서는 멀리 내다보는 자세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계속해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한다”며 “북한 및 관련 당사국들과 협력을 강화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지역의 장기 안정을 위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이후 김정은과 시 주석은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오후 9시 30분부터 북중우호를 주제로 한 집단체조를 관람했다. 펑리위안 여사와 리설주도 함께 관람했다. 북한은 시 주석의 방북에 맞춰 이번 특별 공연을 준비했다.

북한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북한 인공기와 중국 오성홍기가 나란히 무대 배경 중앙에 걸린 가운데 양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개선문과 천안문이 무지개로 연결된 장면이 연출됐다.

통신은 이날 집단체조를 관람하기 위해 10만여 명의 관중이 경기장에 모였다고 전했다. 경기장 곳곳에서는 ‘시진핑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를 열렬히 환영합니다’ ‘평양-베이징’과 같은 플래카드가 걸렸다.

공연은 북한 사회주의 성과와 북한주민들의 생활상, 북중 우호관계 계승과 발전, 시 주석의 방북 환영을 주제로 펼쳐졌다. 북한의 국립교향악단, 공훈합창단, 삼지연관현악단 등 북한의 3대 악단이 최초로 한 무대에서 협연하며 시 주석을 위한 특별 무대를 선보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은과 시 주석 부부는 공연이 끝난 뒤 직접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고 공연 관람을 마쳤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오전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전용기를 이용해 1박 2일 북한 방문길에 올랐다.시 주석의 북한 방문은 2005년 10월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사진은 서우두 공항 활주로에 대기하는 전용기에 수행단이 탑승하는 모습(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오전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전용기를 이용해 1박 2일 북한 방문길에 올랐다.시 주석의 북한 방문은 2005년 10월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사진은 서우두 공항 활주로에 대기하는 전용기에 수행단이 탑승하는 모습(연합뉴스)

앞서 시 주석은 현지 시간 오전 9시 10분 경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평양으로 출발해 오전 11시 40분경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김정은과 리설주는 이날 평양공항에 나와 시 주석 부부를 직접 영접했다. 김정은 부부 외에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리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과 리용호 외무상 등이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숙청설이 돌았던 김영철 당 대남 담당 부위원장도 시 주석의 국빈방문 영접 행사에 동행했다.

평양 공항에는 시 주석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걸렸고, 1만 명의 군중이 꽃다발을 흔들며 환영했다.

시 주석은 김정은과 인사 후 환영식과 의장대 사열 등을 했고, 공항을 나서 김정은과 함께 무개차(오픈카)를 타고 김일성, 김정일의 시체가 미라로 보존된 금수산기념궁전으로 이동했다. 시 주석 부부는 이곳에서 김정은 부부와 함께 조선노동당 지도자 간부와 평양시민 대표들의 인사를 받았다. 외국 지도자가 금수산궁전 광장에서 인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시 주석 부부는 속소인 금수산 영빈관으로 이동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의 북한 방문은 2005년 10월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시 주석은 앞서 9시 11분(현지시간)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전용기를 이용해 북한으로 출발했다. 그는 '조중 우호 70주년'을 맞아 김정은의 초청으로 1박 2일 일정으로 북한을 첫 공식 방문했다.

북한과 중국은 각각 미국과의 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에 대한 '레버리지(영향력)'를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패권전쟁으로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 회의(G20)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비핵화에 있어 중국의 영향력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중국이 대북제재 완화와 식량 원조를 도와주기를 원한다. 지난 18일 유엔에서 미국이 북한이 연간 정제유 수입 상한선을 초과했다며 대북 정제유 공급 차단을 요구하자 중국은 "정세와 맞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중국은 지난 4월에도 40억 원 상당의 비료를 북한에 무상 지원했다.

이번 시 주석의 방북길엔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딩쉐상(丁薛祥)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楊潔篪) 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왕이(王毅) 국무위원 국무위원 겸 외무부장,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대혁위원회 주임 등이 동행했다.

방북 이틀째인 21일에는 북중 우의탑을 참배 후 귀국한다.

앞서 시 주석은 방북을 하루 앞둔 1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도록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기고문을 게재했다. 미북 비핵화 협상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19일 일본 도쿄에서 가진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시 주석을 통해 새로운 비핵화 협상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 주석을 미국과의 중개역으로 세우려는 것이 김정은의 계획이라는 뜻이다.

한편 미국은 북중 정상회담 하루 전인 19일(현지시간) 대북제재를 위반한 러시아 금융회사를 전격 제재했다. '북한 김씨 정권이 핵프로그램 개발 자금 확보를 위해 세계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도록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다. 이번 제재에 따라 러시아 파이낸셜 소사이어티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인들과의 거래도 일체 금지된다. 미 국무부는 20일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 비핵화 달성’이라는 목표를 강조하면서 대북 제재 이행을 촉구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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