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수사기록 20만페이지 제출...재판부는 주 4회 재판 진행...'개인 방어권 완전 무력화'
지난 1월, 변호인단 11명 전원 사퇴하며 불만 표출하기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제공]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제공]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 중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불공정 재판을 우려하며 2일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 윤종섭 부장판사에 대한 기피(忌避)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법관기피신청은 형사소송법 제18조에 따라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을 때 검사 또는 피고인 등이 제기할 수 있다. 기피신청이 접수되면 소속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기피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한다. 법원은 소송 지연 목적이라면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신청 자체에 대한 재판을 따로 연다. 이 경우 진행 중이던 재판은 중지된다.

특히나 이번 같은 경우는 고위 법관을 지낸 인사가 후배 판사의 불공정성을 우려하며 기피신청을 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드문 사례다.

임 전 차장은 기피 신청서에서 "윤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첫 재판에서부터 현재까지 소송지휘권을 부당하게 남용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했다"며 "어떻게든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고 말겠다는 굳은 신념 내지 투철한 사명감에 가까운 강한 예단을 가지고 매우 부당한 재판 진행을 해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자세한 기피 사유는 추후 서면을 통해 밝힐 예정이다.

이에 대해 윤 부장판사는 "아직 사실관계 파악 전이라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전했다.

임 전 차장 측은 그동안 재판부가 ‘재판 강행군’으로 피고인의 방어권 및 변호인의 변론권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해왔다.

지난 1월에는 첫 정식 재판을 하루 앞두고 재판부가 주 4회 재판을 예고한 것에 대한 불만으로 변호인단 11명이 전원 사임하기도 했다. 검찰이 20만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법원에 제출한 것에 더해 주 4회 재판을 연다면 임 전 차장 측에선 관련 자료를 모두 읽지도 못한 채 재판에 임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임 전 차장이 새로운 변호인단을 꾸린 3월에서야 첫 공판이 열렸다.

그러나 새 변호인들도 "주 3회 재판을 하려니 기록 검토 시간조차 부족하다"며 재판부에 계속 문제 제기를 해왔다.

반면 검찰 측은 임 전 차장이 석방 후 공범들과 말을 맞추거나 증인을 회유·압박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고자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비판해 오고 있다.

이러한 양측의 신경전이 임 전 차장의 구속 연장 여부까지 진행됐으나 법원은 검찰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달 13일 임 전 차장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자유 우파 법조인 단체인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사법부가 대통령에 굴종했다”라며 규탄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달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원로화의 대화에서 ‘사법농단이 사실이라면 이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사법부에 관련 재판 가이드라인(지침)을 제시한 것에 대해 사법부가 호응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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