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진 의원 5명, 참의원 비례대표 의원 1명만 도쿄 음식점에서 만나...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
서청원, 위안부 문제 등으로 어려움 겪을 때도 의원외교 막힌 적 없어...지금은 “틈바구니” 조차 안 보여
국회 한·일 의회외교포럼' 출범했으나 일정조차 못 잡아
북한과의 관계만 중시하면 한일 동맹에 균열 생길 수도...한미일 삼각동맹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국회 의원대표단, 29일 도쿄의 한 음식점(연합뉴스)
국회 의원대표단, 29일 도쿄의 한 음식점(연합뉴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소속 의원으로 구성된 의원대표단이 29일 일본을 방문했으나 일본 측에 의해 문전박대를 당했다.

자유한국당 윤상현 외통위원장, 유기준·정진석(자유한국당), 천정배(민주평화당), 이정현의원(무소속) 등 5인은 1박2일 일정으로 28일부터 냉각된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서 도쿄로 의원외교 출장을 갔다. 

국회 의원대표단은 방일 일주일 전부터 주일 대사관 등을 통해 일본 중의원(하원) 외무위원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의원(상원) 와타나베 미키 외교방위위원장만 만났다. 이날 한일 양국 의회 간 면담은 도쿄의 한 음식점에서 이루어졌다. 

일본이 중의원 우위의 의원내각제 체제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중진 의원 5인을 참의원 1인이 상대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원외교 격” 에 맞지 않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와타나베 위원장은 면담에서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 관련) 중재위 구성 요구를 거부하면 다음 달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국)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간의 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국내 언론과의 통화에서 "우리 측은 중진 의원 다섯 명이 갔는데 비례대표 초선인 참의원 혼자 나온 것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이자 푸대접"이라며 "한·일 관계가 상상 이상으로 냉랭하고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윤 위원장은 29일 도쿄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일 관계가 얼마나 악화됐는지 도쿄에서 피부로 절감했다. '코리아 배싱(Korea Bashing·한국 때리기)'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국회는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한일관계 회복을 위해 앞서 24일 여야 중진 의원으로 구성된 '국회 한·일 의회외교포럼'을 출범했다. 그러나 일본 측과 협의가 되지 않아 방일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회장인 서청원 의원은 "위안부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의원외교가 막힌 적은 없었고, 물밑 협상은 이어져 왔다. 지금은 틈바구니가 안 보인다"고 설명하고 "G20 정상회의 전에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본을 방문해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원외교’(또는 ‘의회외교’)의 목표는 정부 외교를 뒷받침하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외교활동을 할 수 없는 국가나 지역에서 유연성을 내세워 교섭 활동을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대만이다. 

한일 관계가 경직되었을 때에도 양국 간의 의회 교류는 지속됐고, 양국 정부의 관계 회복에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일본의 국회 의원대표단 면담 거절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의원외교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만 중요시하다 한일 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으며, 나아가 한미일 삼각 동맹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가 한일 양자 외교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나서서 얽힌 실타래를 풀고 모든 채널을 동원하여 상대방을 움직이도록 노력해야지 ‘코리아 배싱’ 운운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차광명 기자 ckm181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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