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풍현 카이스트 교수
성풍현 카이스트 석좌교수

1. 원자력 발전소의 특징

원자력 발전소에는 네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원자력발전소는 엄청나게 에너지 밀도가 높다. 우라늄 1그램을 핵분열하면 석유 9드럼이나 석탄 3톤을 태워서 나오는 에너지를 얻는다. 그래서 석탄, 석유, LNG처럼 전기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료를 공급할 필요가 없다. 일년이나 일년 반에 한번씩 발전소를 세우고 연료를 한 차례 갈아주면 일년이나 일년 반 내내 전기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다른 발전설비에 비해 발전소 부지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발전설비에 비해 원자력 발전소에는 철강이나 콘크리트 같은 재료도 상대적으로 훨씬 적게 사용된다.

둘째, 원자력발전소는 아주 저렴하게 전기를 만들 수 있다. 1kwh 전기를 만드는 비용이 원자력의 경우 62원이고 LNG일 경우 120원, 풍력일 경우 201원, 그리고 태양광일 경우 194원이다.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원자력은 에너지밀도가 높아서 연료비가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연료비가 전체 전기생산비의 약 1/10밖에 되지 않는다. 혹자들은 이 낮은 가격에 사용후핵연료 처분이나, 원전해체하는 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분명히 언급하는 것은 본 비용은 사용후핵연료 처분비용과 원전해체 비용 모두가 포함된 발전 단가라는 것이다. 적게 잡은 것은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 사용후핵연료 처분 비용은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2-3 배 정도 더 많이 잡고 있다. 탈원전 한다고 원자력 발전소를 부지런히 운영하지 않고 LNG로 발전해서 2016년 LNG 수입비용이 14조원에서 2018년 26조원으로 약 두 배 늘어났다. 탈원전은 또한 일년에 몇 조씩 영업이익을 내던 한전을 비롯해 여러 에너지 공기업이 작년에 무더기로 적자를 낸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원자력발전소는 온실가스나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발전소이다. 얼마 전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원자력이 가장 깨끗한 에너지라고 한 이유이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제일 많이 배출하는 발전 방식은 석탄화력 발전이고, LNG 발전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석탄의 약 절반정도이지만 메탄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사실 실제적인 영향은 석탄 발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 미세먼지는 정부에서 LNG 발전이 석탄화력 발전의 1/8밖에 안 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우리나라에서 LNG의 질소산화물 전환계수를 EU 기준의 약 1/8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만일 EU와 똑같은 전환 계수를 사용하면 1/8이 아니라 미세먼지 발생량이 석탄의 1/2 – 1/3로 높아진다. 그리고 LNG 발전소는 도시 주변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멀리 떨어져 있는 석탄 화력보다 실제로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많은 일반대중이 LNG가 청정에너지라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LNG 발전소는 온실가스 미세먼지 둘 다 많이 배출한다. 이에 반해 원자력발전소는 온실가스도 미세먼지도 배출하지 않는 친 환경 발전소이다. 여기에서 혹자는 "원자력 발전소는 그 대신 사용후핵연료를 배출하지 않느냐" 그리고 또, "사용후핵연료는 아직 제대로 처분하는 방법이 없지 않느냐" 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네 가지 반론이 있다. 먼저 사용후핵연료는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다. 사용후핵연료 안에는 충분히 자원으로 재 사용이 가능한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많이 남아있다. 이 자원을 영구히 버리느냐 아니면 재처리해서 다시 사용하느냐는 아직 많은 나라에서 토론 중에 있다. 둘째, 이 사용후핵연료의 양이 아주 적다.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고 나면 엄청나게 많은 사용후핵연료가 나올 것 같지만 위에 언급한대로 처음에 쓰이는 연료의 양 자체가 적어서 사용 후 핵연료 양도 적다. 60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60년동안 가동했을 때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 양은 아파트 한 동의 크기보다도 작다.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양은 당연히 이 것보다 적다. 셋째,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 저자가 미국에 1982년 유학을 가서 수행한 석사과정 연구가 사용후핵연료 처분이었다. 그때 저자의 지도교수가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 한 말이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기술적인 문제점은 없다. 단지 정치적인 문제만 있을 뿐이다." 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7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때면 오랜 세월 동안 거의 녹이 슬지 않는 구리로 싸고 벤토나이티로 싸고 다시 티타늄으로 싼다. 그 것을 다시 땅속 500m에 묻는다. 지금 스웨덴에서 하는 방식이다. 또한 땅속에 묻지 않아도 상당히 오랫동안 문제 없이 보관할 수 있다. 현재 스위스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그렇게 건물 안에 보관하고 있다. 네번째, 사용후핵연료의 보관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데 그 것은 이 글 후반부 미래원자력기술에서 다시 설명하고자 한다.

넷째, 원자력발전소는 가장 안전한 발전원이다. 이 말에 많은 사람들이 좀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체르노빌 사고 말고 원자력발전소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경우가 없다. 후쿠시마 사고 때에도 원자력 때문에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죽은 사람 모두 쓰나미 때문에 죽은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2012년 미국 포브스 잡지에서 내놓은 통계가 있다. 그리고 랜셋에서 2007년도에 발표한 비슷한 통계도 있다. 여기서 방사선에 관해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방사선은 한꺼번에 100 mSv 이상을 받아야 미미하게나마 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것까지는 밝혀졌는데 전문가들도 100 mSv 이하에서는 그 방사선과 신체 이상 징후의 연관성을 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100 mSv보다 훨씬 큰 방사선을 한꺼번에 맞아야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살면서 일년에 약 3~4 mSv정도를 자연으로부터 받게 된다. 이를 자연방사선이라 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X-ray찍고 CT찍고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도 방사선을 맞게 된다. 이 것을 인공방사선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은 일년에 1 mSv의 인공방사선을 허용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원전 때문에 추가로 받는 방사선은 일년에 0.052mSv이다. 모두 100mSv에 훨씬 못 미치는 아주 작은 수치들이다. 이제껏 심각하게 100mSv 보다 훨씬 큰 방사선 환경에 사람이 노출되었던 케이스는 체르노빌 사고 밖에 없었다. 체르노빌 원전은 격납건물도 없고 고유안전성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소련제 원전이다. 결론적으로 원자력 발전소는 일반 상식과는 달리 타 에너지원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

이상과 같이 원자력발전소는 우리나라 같이 에너지 자원이 부족하면서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를 갖고 땅이 좁으며 전기가 많이 필요한 나라에게 아주 적합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원이다.

2. 탈원전의 후유증

그러면 왜 우리나라는 탈원전을 하겠다고 야단일까? 그 이유는 대통령의 잘못된 지식에 근거한 성급한 선거 공약이 제일 큰 이유인 것 같고 태양광이나 LNG 관련 사업자들의 경제적 이해에 의해서도 탈원전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럼 우리나라 탈원전 정책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우선 지난 정부에서 세웠던 신규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맨 처음 원전이 가동을 시작할 때 운영허가를 3, 40년 주고 그 운영허가가 끝날 때쯤 되면 안전성과 경제성을 검토해서 대부분 연장을 해 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것도 안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잘 쓸 수 있는 고리 1호기를 2017년 6월에 퇴역시켰고 월성 1호기도 아직 운영허가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기퇴역조치에 들어갔다. 그런데 막상 탈원전을 하니까 위에서 이야기 하지 않았던 일들이 우리나라에서 여기저기 벌어지고 있다. 첫째, 전 같으면 큰 문제가 아닌 것을 가지고 원전을 자꾸 정지시킨다. 탈원전 전 90%가량의 이용률을 보이던 원전이 작년에는 65.7%의 이용률을 보였다. 2016년에 약 1400일이었던 원전정지일이 2018년에는 약 2800일이 되었다. 원전은 하루 정지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이 거의 20억원 안팎에 이른다. 둘째, 원자력 전문가가 들어가야 할 많은 자리에 환경단체 출신의 사람들이 대거 진입했다. 예를 들어 원자력 안전에 관해 최종심사를 해야하는 자리인 원자력 안전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에 원자력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원자력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원자력전문가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했다. 셋째 탈원전이 아니었으면 부지런히 노력해서 해결했을 일들이 그냥 방치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월성 원전의 맥스터 시설 추가설치문제이다. 탈원전이 선언되기 전이었던 2016년에 한수원에서 원자력 안전 위원회에 맥스터 추가설치 관련 안건을 올렸으나 삼 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후에는 공기업인 한수원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별로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전 정부에서 2016년에 고준위 폐기물 처리를 위한 정부안을 발표했었는데 새 정부에서 이 안의 기초가 된 공론화에 참가한 사람들이 충분하지 않아 재검토 해야한다며 일방적으로 폐기했다. 다시 공론화를 한다고 이야기는 하였으나 부지런히 진행되고 있지 않다. 탈원전이후 정부기관도 그렇고 공기업도 그렇고 상부 압력 때문인지 아니면 상부 눈치 보는 것 때문인지 진심으로 원자력이 당면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위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탈원전 정책으로 표면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신규원전 포기, 운영허가 연장 불허이지만 실제로는 큰 문제도 아닌데 원자력발전소 세우기, 원자력전문가 무시하기, 원자력발전 현안처리 미루기 등 많은 문제들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탈원전 정책이 시행되고 발생한 후유증들에 대해 여섯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인 손실이다. 태양광 발전소나 풍력 발전소를 설치하면 LNG같은 지원 발전소를 지어야 한다. 태양광 발전은 햇빛이 있을 때만 그리고 풍력발전소는 바람이 불 때만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서 햇빛이 안 나거나 바람이 없을 때 같은 불가피한 상황을 대비해서 LNG 같은 발전 방식을 준비해 갑자기 해결 못하는 전력 수요량을 대비 해야한다. 신재생 발전은 제 때에 제대로 늘지 않고 석탄도 늘이지 못하는데 탈원전을 한다고 큰 문제도 아닌 것 가지고 원전을 정지시켜 놓으니 부족한 전력 수요량을 LNG 발전을 통해 채울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2016년에 비해 2018년에 LNG를 12조원만큼 더 수입할 수 밖에 없었다. 도입 단가가 45% 늘었고 LNG 발전량 증가에 따른 도입량도 28% 증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LNG 발전소의 핵심부품인 가스터빈이 전량 외국산이다. 현재 국내에 44개의 가스발전소가 있는데 가스터빈 150개 전량이 GE, 지멘스, 미쓰비시히타치파워 등 해외 제조사의 제품이다. 신평택복합화력발전 (서부발전)과 남제주복합화력발전(남부발전) 등 내년에 완공될 예정인 LNG 발전소의 가스터빈 모두 외국산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외국산 가스터빈의 구매와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19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그리고 가스터빈은 프린터와 같은 물건이다. 프린터를 구매하고 사용함에 따라 토너를 꾸준히 교체해야 하듯이 가스터빈을 구매한 뒤에는 가스터빈의 블레이드를 꾸준히 교체해 주어야한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정부가 LNG발전을 늘리면 외국 기업들의 배만 불려준다는 지적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을 늘릴수록 값싼 제품을 공급하는 중국 기업들만 수혜를 보는 상황과 꼭 닮았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탈원전 때문에 많은 국내 에너지 공기업이 적자로 돌아섰다. 아마 조만간 산업용뿐 아니라 가정용 전기요금도 인상될 것이라 생각된다.

둘째,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문제가 심각해졌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탈원전으로 모자라는 전기를 LNG를 이용해 충당하는, LNG가 석탄화력 발전의 1/3-1/2 정도의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그리고 LNG 발전소는 도시 근처에 위치해 실제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멀리 떨어진 석탄화력 화력 발전소보다 더 심각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에 프랑스 파리 COP21 총회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BAU 대비 37%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을 진행하며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여 당초의 목표달성이 힘들게 되었다.

셋째, 탈원전 정책이 실행된 이래 2018년에 우리나라 최대 전력수요가 정부에서 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예측한 값을 열 번 이상 초과했다. 갑자기 늘어난 전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급전지시를 하고 정지해 있던 비싼 석유발전소까지 가동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전력 예비량이 10% 이하로 된 날이 여러 번 있었다. 우리나라는 전력망이 유럽이나 북미같이 외국과 연결되어있지 않아 전기가 한순간이라도 부족하면 대정전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데 이것도 탈원전 정책의 영향이다. 전력안보가 상당히 불안한 상황이다.

넷째, 원자력 산업의 미래를 담당할 학생수가 현저히 줄었다. 카이스트는 입학할 때 전공 선택없이 입학하고 1년이 지난 후에 전공을 선택하는데, 전에 20명, 25명하던 진입생 수가 작년에는 5명, 올해는 4명으로 줄었다. 이 현상은 유니스트에서도 일어나고 있고 서울대에서는 얼마 전 원자핵 공학과에 입학한 입학생 32명중 6명이 자퇴하였다. 앞으로 가동중인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중국이나 일본과 원자력관련 외교를 할 때에도 우수한 원자력 전문가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10-20년 후의 우리나라의 원전 안전과 핵관련 외교 미래에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섯째, 탈원전 시행후 우리나라의 원전관련 기업체에서 많은 인재가 유출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에서도 유출되고,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에서도 유출되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 건설의 대표기업인 두산중공업과 많은 중소기업들이 현재 탈원전으로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이 붕괴 중이다.

마지막으로 여섯째,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이 영향을 받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탈원전은 하더라도 원전수출은 지원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탈원전선언의 폐단으로 UAE에 수출된 원전의 정비 및 핵연료공급계약이 단기계약으로 축소되었다. 한국 원전 산업 및 기술의 지속을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우리나라가 우선협상대상국 지위에서 빠졌다. 또한 유력하던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이 불리하게 변화되고 있다.

3. 세계 원자력의 현황

현재 2018년 8월을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총 453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에 있고 55개의 원전이 건설 중에 있다. 31개의 기존 원전보유국 외에 4개의 새로운 나라가 원전을 건설하고 있고 6개의 새로운 나라가 원전의 건설을 계획 중이고 다시 새로운 3개의 나라가 원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모두 합치면 총 44개의 나라가 원전을 가동 중이거나 건설 또는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31개의 원전 가동국 중 오직 다섯 나라만 현재 원전을 축소, 폐지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독일 (현재 총 원전 개수 7), 스위스 (5), 벨기에 (7), 타이완 (4), 한국 (24) 이다. 총 453기의 원전 중 탈원전을 추진하는 나라의 원전 수는 47개다. 이중 한국을 제외하면 23개다. 전 세계 원전의 약 5% 밖에 안된다. 그런데도 탈원전을 지지하는 세력들은 탈원전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이야기한다. 2018년에 발표된 48차 IPCC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2030년까지 원전이 59% 에서 106%로 증가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주요국의 원전 현황에 관해 알아본다. 미국은 98개의 원전을 가동 중인데 그 중 87기가 60년의 운영 허가를 받았고 80년 동안 운전하기 위해 6기가 연장 갱신 신청을 했다. 현재 2기의 원전을 새로 짓고 있다. 프랑스는 현재 58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데 원전 집중도를 완화하기 위해 당초 2025년까지 원전 발전 비중을 50%로 낮추려고 했었는데 최근 이 계획을 2035년으로 연기하였다. 빠른 기간 내에 원전 비중을 낮추는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1개의 원전을 새로 짓고 있다. 중국은 현재 46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고 11기의 원전을 짓고 있는 중인데 2030년까지 총 150 GW의 원전을 가동할 계획이다. 보통 1GW는 1개의 원전의 크기이다. 일본은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 – 22%로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는 37기를 운전 중이고 6기를 현재 건설 중이며 25기를 계획 중이다. 영국은 현재 15기를 운전 중이며 4개국으로부터 13기의 원전 도입을 협상 중이다.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고 오히려 2013년 이후 전세계 원전설비 용량은 증가 추세이다.

4. 미래 원자력 기술

마지막으로 현재 개발되고 있는 원자력 기술 중 두가지를 간단하게 소개한다. 첫번째로 마이크로 소프트 창시자인 빌게이츠가 세운 테라파우어에서 개발중인 Traveling Wave Reactor (TWR)이다. 한 번 장전하면 몇 십년 동안 연료 걱정은 잊어버리고 전기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이다. 이는 원자로 내부의 감손 우라늄으로부터 새로운 연료를 만들어내는 기술로 실제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사용후 핵연료 양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의 부소장을 지내고 원자력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로렌스 상을 수상한 한국계 미국인 장윤일박사가 개발한 IFR (Integral Fast Breeder Reactor)이다. 이 발전소는 SFR (Sodium Cooled Fast Rector)과 Pyro-processing 기술이 합쳐진 형태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버려지는 우라늄을 플루토늄으로 전환하여 기존의 핵연료의 양을 170배로 늘릴 수 있다. 또한 30만년의 관리가 필요한 사용후핵연료를 핵종변환을 시켜 300년 정도의 관리만 필요하게 할 수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이 2012년부터 시작해서 2020년까지 공동연구중에 있으며 2020년에 PGSFR (Prototype Gen-IV SFR) 프로토타입 건설허가를 받고 2028년에는 건설을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계획이 폐기될 가능성이 있어 이 기술이 이 기술을 갈망하는 러시아나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5. 맺는 말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 선언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은 전 세계가 선망하는 대상이었다. 우리나라는 6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원전 건설의 노하우도 많이 축적하여 대한민국은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예산으로 원전건설을 마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전통적 원전 강국인 프랑스와 일본도 받지 못한 표준설계인증 NRCDC를 미국에서 획득했다. 2017년에는 최 단기간인 2년만에 유럽형 우리나라 원전인 EU-APR이 유럽사업자협 본 심사를 통과 하였다. 미국과 유럽에 우리나라 원전을 수출할 자격을 획득한 셈이다. 또한 미국 MIT에서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PR-1400이 세계에서 가장 가격 경쟁력이 높은 원자력 발전소다.

우리나라 원자력은 그동안 항상 위기를 기회로 삼아왔다. 1979년 TMI 사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 지으며 노하우를 축적했고,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있었어도 오히려 이를 이용해 미국에서 좋은 조건으로 원전 기술을 도입했다. 간단하게 말하면 우리나라 원자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원자력”이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세 번 원자력학회에서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거의 유사하게 원자력 발전 확대나 유지 의견이 약 70%로 계속 높게 나오고 축소나 폐지는 30%정도로 나오고 있다. 이제 정말로 정부의 공론화 또는 국민투표를 통한 탈원전정책의 포기나 수정이 필요하다. 작년 11월에는 대만에서도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2025년 원전 제로’라는 탈원전정책도 폐기 순서를 밟게 됐다. 우리나라도 빨리 탈원전이라는 잘 못된 허상을 떨쳐 버리고 원자력을 통해 힘차게 번영하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석좌교수 

현) 한국 원자력진흥위원회 위원

현) 세계원자력학회연합회 수석부의장/차기의장

현) 미국 원자력학회 석학회원

전) 한국원자력학회 학회장

전)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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