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안 여론조사, 설문 대상자에게 현행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전제한 뒤 질문
공수처 법 여론조사 역시...공수처가 고위공무원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기관이라고 적시
범여권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강행 직전, 후의 여론조사에서도 엉터리 '편파' 질문 이어져
몇몇 여론조사 전문가들, '질문지가 균형 상실한 점' 등의 이유 들어 문제 제기하고 있는 상황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상민 위원장이 본청 220호에서 507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로 장소를 옮기고,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뒤 나중에 출입을 허용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상민 위원장이 본청 220호에서 507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로 장소를 옮기고,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뒤 나중에 출입을 허용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적격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를 두 차례 실시하면서 설문 문항을 교묘히 바꿔 2차 조사에서 적격 여론이 높아졌다는 식으로 민의를 사실상 왜곡한데 이어 이번엔 패스트트랙 관련 여론조사를 하면서 찬성 응답이 높을수 밖에 없게 설문 문항을 구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먼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해 11월 7일 전국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선거법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8.2%, 반대한다는 응답이 21.8%로 조사됐다.

해당 설문 문항은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에서는 2위 이하를 찍은 투표는 모두 사표(死票)가 되고,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고 전제했다. 설문 대상자에게 현행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전제한 뒤 답변을 물어본 것이다. 또 선거제 개정에 대해 '개혁'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특정 답변을 이끌어내려는 듯한 인상을 줘 당시 일각에선 리얼미터가 민주당 산하기관을 자처하는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이 문항은 선거법 개정시 현행 의원정수인 300석보다 의석 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국민 통념상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측면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장 조차 "국민은 선거제도를 다 알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할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서도 '사표를 최소화하고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선거제 개혁'이라고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해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지난 1월 10일 발표된 공수처법 관련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1월 9일 전국 유권자 5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공수처 설치 찬성 응답은 76.9%, 반대응답은 15.6%로 집계됐다.

공수처법 설문 문항은 "재작년 9월, 대통령, 국회의원, 판·검사, 고위공무원과 경찰 등의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권고안이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고위공무원의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기관을 공수처라고 적시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공수처법 47개 조항을 살펴보면 검사와 판사를 수사해 재판에 넘길 권한을 갖는 '절대 권력'만 부여돼 있고, 그 권력을 제한하거나 견제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치명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결국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직접 지시만 받기 때문에 공수처가 대통령의 입맛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지정 강행 직전, 후의 여론조사 문항도 편파적이긴 마찬가지다. 민주당 등 범여권 4당이 한창 패스트트랙 처리를 시도하려는 와중인 24일, 리얼미터가 강성 좌파 매체 오마이뉴스 의뢰로 23일 전국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패스트트랙 합의에 대한 긍정 평가는 50.9%, 부정 평가는 33.6%였다.

설문 문항은 다음과 같다.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편,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개혁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국회 본회의 표결에 자동 상정하는, 이른바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데 합의했다." 이번에도 '개혁'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특정 답변을 유도했다.

(사진=리얼미터·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자료)
(사진=리얼미터·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자료)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필사 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범여권 4당이 패스트트랙 처리를 강행한 후 지난 2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 tbs 의뢰로 전국 성인 503명에게 패스트트랙 처리에 대한 인식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잘했다'는 긍정 평가가 51.9%, '잘못했다'는 부정적 평가는 37.2%로 조사됐다.

설문은 "여·야 4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선거제 개편, 공수처 설치 등 관련 쟁점법안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반대하고 있다. 이 같은 패스트트랙 안건 지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였다. 굳이 '한국당은 반대하고 있다'는 하지 않아도 될 부연 설명을 넣어 여론을 호도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 같은 엉터리 '편파' 여론조사들을 인용해 대다수 국민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찬성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을 하고 철야농성에 들어갔는데, 참 명분 없는 민망한 일이다. 왜냐하면, 공수처에 대한 국민의 찬성률은 80%에 이르고 선거제 개혁도 최근 여론조사를 봤더니, 찬반이 58대21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여야 4당이 함께 하겠다는데 이에 반대해 장외투쟁을 하고 농성하는 것은 국민의 뜻과 거꾸로 가겠다는 선언이다"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8일 발표된 선거제 개정 여론조사를 언급한 것이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4일 결과가 나온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여론조사를 두고 "리얼미터 조사에 의하면 패스트트랙 합의에 대해 긍정 평가가 50.9%, 부정 평가는 33.6% 였다. 국민은 선거제도 개선과 공수처 설치를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몇몇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질문지가 균형을 상실한 점', '여권에 유리하게 설계된 설문이라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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