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필사 저항' 결연한 의지 다지고 있어...25~26일 '격렬한 몸싸움' 재연될 가능성↑
與홍영표 "바른미래당 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
"평화당과 권은희 의원 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것이 동의된 것 아니지만 동의할 것으로 본다"
與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이상민 "구멍가게에서 물건 바꿔치기하듯 주고받고 할 수 있는 게 아냐"
이재정 "여기까지 왔으니 바미당 안 못 받을 것 없지만...오죽하면 '권은희 명예회복법'이라는 말까지 있다"
평화당도 반발하고 나서...권 의원 "與野 4당 합의 법안과 자당 발의 '공수처법' 동시 지정돼야"
평화당 "4당 합의 깨는 것...패스트트랙 제도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左),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左),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공직선거법, 공수처 설치법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강행을 두고 국회에서 '극한 대치' 하고 있는 가운데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전북 군산·재선)가 '새로운 변수'를 들고 나왔다. 민주당은 이 '변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이 29일 중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강행할 뜻을 보임에 따라 한국당과 여야4당(민주당·정의당·민주평화당·바른미래당)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25~26일에 벌어졌던 '격렬한 몸싸움'이 재연될 가능성도 크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전북 군산·재선)는 29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은희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공수처 법안까지 국회 사개특위에서 동시에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새 공수처 법안은 기소심의위원회 설치 규정을 신설해 공수처의 기소 문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자유한국당에서는 '꼼수'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윤한홍 한국당 의원은 "바른미래당 안까지 두 개 안을 올려서 논의한다고 해도 패스트트랙은 자동 상정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기존 안으로 추진되지 않겠냐"며 "아무 의미없는 쇼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선거법과 공수처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올리는 것 자체가 과정도 불법이고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같은 기조로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패스트트랙 상정을 위해선 위원회 위원의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현재 사개특위 위원 정수는 18명이기 때문에 11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사개특위 위원은 민주당 8명, 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평화당 1명이다. 바른미래당이 민주당·평화당과 연합한다고 가정하면 자체 공수처 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다수 위원을 가진 민주당이 자신들 안을 관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당에서 김 원내대표의 '진의'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김 원내대표의 발언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바른미래당의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했다"며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의 안이 발의됐고 우리 안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바른미래당의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했다"며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의 안이 발의됐고 우리 안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어 "평화당과 권은희 의원 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것이 동의된 것은 아니지만 동의할 것으로 본다"며 "오늘 중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주 한국당의 '필사적 저항'에 법안 상정에 실패했던 민주당을 비롯한 여야 4당은 이번에는 한층 더 과격한 방법으로 한국당 의원들의 '인의 장막'을 뚫으려 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바른미래당의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한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사개특위 위원장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 안에 전혀 거론되지 않던 것이 있다"며 "이런 것들은 쉽게 구멍가게에서 물건 바꿔치기하듯 주고받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난색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 역시 "여기까지 왔으니 바른미래당 안을 못 받을 것도 없지만, 과연 그렇다면 여기서 끝날 것인가"라며 "오죽하면 '권은희 명예회복법'이라는 말까지 있다"고 편치 않은 심기를 드러냈다.

사개특위 여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도 "권은희 의원의 안과 우리 안은 굉장히 큰 차이가 있어 받을 수 없는 안"이라며"이라면서도 "그런데도 패스트트랙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민주평화당도 바른미래당의 독자적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반발했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당 합의를 깨는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제도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병완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성사만을 위해 동일 사안에 대해 내용이 다른 두 법안의 동시 상정이라는 억지 절차를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장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될 경우 3/5이 넘는 의원이 서로 다른 두 개의 법안에 대해 동시 찬성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점과 법안 표결 시 어떠한 법안을 표결하고 우선해야 하는지 논란이 생길 수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이번 독자적 '공수처법' 지정 요청을 하며 또 다시 '거짓말'을 해 정치권에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김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주말 동안 사개특위에서 선임한 오신환·권은희 의원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시한에 쫓겨 협상이 중단됐고, 바른미래당 제안이 최종 논의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이런 점 등을 고려해 두 분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4당 합의사항 이외의 내용을 담아 바른미래당 공수처 법을 별도로 발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신환·권은희 의원이 공수처 법안 별도 발의가 받아들여지면 '사보임은 양해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지만, 오신환 의원은 즉시 "저는 (공수처 법안 별도 발의) 합의 또는 동의한 적이 없다"며 "불법 사보임을 즉각 원위치 시키기를 촉구한다. 김관영 원내대표의 새빨간 거짓말이 또 시작됐다"고 분노했다. 김 원내대표가 사실상 거짓말을 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사보임 관련해서도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오 의원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을 강행한 김 원내대표를 비판하며 과거 '오 의원의 사보임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그의 녹취록을 24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한 사실을 알렸다. 이런 명백한 증거에도 김 원내대표는 "오 의원의 사보임계를 내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없다"고 했다.

자유 우파 진영 일각에선 "김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꼼수'와 '거짓말'로 점철됐다. '공수처 법안 별도 발의'로 이 상황을 흐지부지 넘어가려는 것 같은데 턱도 없다"며 "자체 공수처 안을 패스트트랙에 함께 올려봤자 다수 위원을 가진 민주당이 자신들의 뜻을 강행하면 바른미래당 입장에선 별다른 방법이 없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 2중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개탄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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