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참여연대 등 좌파 간판단체에 與의원들도 참석...文 "우린 촛불정부, 동지의식 갖고있다"
우파간판단체엔 초청장도 안 갔다…중도우파 범사련 "들러리 서지 말쟸지만 할말 하러왔다"
중국發 미세먼지 미해결 논란 의식한 듯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 미뤄
경제실패 비판론엔 "소득주도, 세계적으로 족보있어" 희석 시도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좌파단체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들과 집권여당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저도 지역에서 꽤 오랫동안 여러 시민단체에 참여해서 활동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동지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여러분은 단순한 비판자가 아니라 이끌어가는 주역이고 변화하는 사회의 주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연 시민사회단체 초청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오늘 이 자리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각계 시민사회단체 여러분께서 참석해 주셨다"면서도, 정권의 기존 노선을 참석 단체들에게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참석 단체들의 좌우 균형부터가 맞지 않았다.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 50분까지 열린 간담회에는 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좌파성향 단체들이 대부분을 이룬 가운데 범시민사회연합(범사련) 등 우파단체 소수를 아울러 80개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조정식 정책위의장, 김현권 대외협력위원장과 남인순, 김상희, 박홍근, 박주민, 이재정, 권미혁, 정춘숙 등 좌파성향 단체 출신 의원들이 참석하기까지 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진보뿐만 아니라 보수도 초청했다"며 "문 대통령 취임 후 보수 시민단체를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처음"이라고 자찬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 청와대 관계자는 간담회 참석단체 선정과 관련 "각 분야별로, 여성·지역·환경·인권·소비자 등의 영역별로 그 쪽 단체들에서 추천한 것"이라며 "보수적인 단체로는 범시민사회단체연합, 환경과 사람들, 나라 살리는 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 여성단체협의회 등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우파 '간판'단체라고 할 만한 단체들은 이날 청와대의 초청을 받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테이블 배석자를 보면 범우파 측에서는 이갑산 범사련 상임공동대표, 최금숙 여성단체협의회 대표 등만 눈에 띄었다는 후문이다. 반면 좌파단체 측에서는 정강자 참여연대 대표, 김호철 민변 회장, 신철영 경실련 공동대표, 백미순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대표가 참석했다. 전체적으로 비(非)좌파단체는 범사련 등 두곳과 더불어, 환경과 사람들·나라살리는헌법개정국민주권회의 등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우파 성향 지식인·시민단체로 널리 알려진 '바른사회시민회의' 측은 이날 한 언론에 "청와대로부터 초청을 받지 않았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한반도선진화재단 측 역시 초청을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자유와 세출 집행 투명화를 지향하는 '한국납세자연맹' 측도 초청받지 못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청와대가) 보수 성향이라는 범사련도 보수를 대표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문 대통령은 "저는 지금 정부와 시민사회의 관계가 좋다고 믿고 싶은데, 그렇게 믿어도 되겠나"라며 "정부와 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 또는 협치관계, 그리고 국정을 함께 동반해가는 관계는 갈수록 강화되고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시민사회는 그간 국가에 대한 견제와 비판, 대안 제시라는 중요한 역할을 누구보다 잘해왔고 우리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왔다"고 했다.

그는 특히 "우리 정부는 촛불의 염원을 안고 탄생했다. 촛불혁명의 주역이었던 시민사회는 '국정의 동반자이자 참여자'이다. 여러분의 목소리가 곧 국민들의 목소리"라고 추어올리며 "지금처럼 매서운 감시를 하면서도 동시에 우리 사회를 함께 이끌어가는 동료가 돼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더욱 복잡해지고 다양해졌다"며 "경제정의, 양극화와 인권, 성평등, 환경·생태, 소비자 보호, 남북관계, 글로벌한 기후변화 대응까지 우리 사회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하고 전 지구적으로 함께 풀어 가야 할 문제들이 우리 앞에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는 정치,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크지만, 적대와 대결 구도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국민들이 평화를 가장 소중한 가치로 받아들이고 일상 속에서 실천하도록 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일상에서의 평화가 한반도 평화로 이어지도록 함께 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또 "국민은 일상에서 조그만 불공정도 용납하지 않는다"며 "공정경제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외부 감시자가 되어주시고, 여성과 청년 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지혜를 모아달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중요한 것은 갈등의 소지가 매우 큰 중대한 현안과제들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일"이라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서 백미순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여성이 국민의 절반을 이루지만 여성 대표성은 과소 대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하고, 여성할당제를 강화해야한다"고, "채용 성차별과 성별 임금격차 해소는 반드시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정권 초반 각 부처마다 적폐청산과 개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잘못된 관행과 결별하고 다양한 개혁 조치들이 반영되기를 기대했다"면서 "(현재는) 수많은 위원회 논의가 유명무실해졌거나 행정을 집행해왔던 관료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며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국정과제들이 그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지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성좌파진영 입장에서 주장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도 "최근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가 약해진 것 아닌가하는 비판이 많다"며 "법 개정을 통하지 않고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추진할 수 있는 재벌개혁 방안이 있다"고 재촉했다. 구자인 한국마을지원센터 연합 이사장은 "다양한 마을공동체 정책 사업들이 공무원 순환보직제와 정책 칸막이로 인해 오히려 마을자치의 기반을 훼손하는 상황"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마을공동체 기본법' 통과가 꼭 필요하다"고 민원성 의견을 제시했다. 조정식 의원은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법은 개혁입법의 상징과도 같다"며 "재보선 직후에 (패스트트랙) 협상을 더 진척시켜나가겠다"고 정부·여당 관심현안을 거론했다.

이기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회장은 "곧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이한다"며 "'대북지원 민간정책협의회'의 복원과 민관으로 구성된 '인도적 지원 제재 면제 승인 태스크포스팀' 구성이 필요하다"고, 명호 생태재평연구소 부소장은 '정부차원의 DMZ 보전 정책 확정'과 '남북 산림협력분과 회담의 환경 분야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으며, 참여연대 출신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강화'와 '국민기초생활보장', 교육비·주거비·의료비·통신비 등 가격 통제정책을 지지해 좌파정권 기조를 뒷받침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요청했다고 청와대는 소개했고, 박옥순 장애인 차별철폐 사무총장은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예산문제에 관심'을 요청했다고 한다. 안승화 한국자원봉사센터 협회장은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개정안 통과'와 '정부의 재난재해 자원봉사활동 관련 지휘체계 일원화', 임현진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시민사회발전위원회의 시도 단위 설치' 등을 요청했다.

이 가운데 이갑산 범사련 상임공동대표는 "언론보도에 '문재인 정부 최초로 보수단체 초청했다'고 하는데, 신년회에도 초청받아 최초는 아니다"면서 "우리 연합 운영위를 개최하며 오늘 행사 참석 여부를 논의했다. '보수로서 들러리 서지 말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하고 싶은 얘기를 하자'로 의견을 모아 참석하게 됐다"고 청와대와 각을 세웠다. 이어 "대통령께서 양보, 타협, 합의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시는데, 다름을 인정해야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합의와 국민통합이 가능하다"고 충고했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은 중국발(發) 미세먼지 논란을 인식한 듯 "미세먼지는 전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라면서도 "발전소의 경영과 에너지 수급, 일자리, 서민들의 생계까지 연계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장기적 과제'로 미뤘다. 이어 "국민께 약속드린 대로, 전문가와 시민, 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범국가기구를 조속히 설립하여 대응해가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경제실패 비판에 관해서도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은 상당히 세계적으로 족보가 있는 이야기"라며 "원래 국제노동기구(ILO)가 오래전부터 (소득주도성장의 모체인) 임금주도성장을 주창해 왔었고, ILO가 주창한 임금주도성장은 많은 나라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희석시키려 나섰다. 

이어 "그래서 최저임금제도가 새로 마련된 나라들이 있고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나라들도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도 시정연설 이런 쪽에서 말한 적도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간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강화’와 ‘국민기초생활보장’ 등에 대한 정책 의지를 요청하자 나온 답변이라고 한정우 부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은 단순히 최저임금을 높이자는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첫째는 소득을 높이고, 또 통신비라든지 교통비라든지 주거비라든지 여러 가지 필수 생계비를 낮춰주고, 또 그에 대해서 일자리까지 늘려주는 여기까지가 다 포용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책이) 지금 성공하고 있냐, 반드시 그렇게 말하자면 선을 긋듯이 말할 수는 없을지 모르겠다"면서도 "대체로 고용된 노동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진 것은 틀림없는 성과라고 보인다"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의 소득을 올려주는 부분은 긍정적인 성과인 만큼 계속해 나가면서 노동에서 밀려나는 분들이 없도록 또 그런 분들의 소득까지도 충분히 보장돼서 소득의 양극화가 해소되는 사회안전망까지 제대로 구축하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부연했다. 경제노선의 개선보다는 '자기 합리화'에 목적을 둔 발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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