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공화당 지지자들 모두 '겸허함과 정직한 자기 반성' 있어야"
"민주당 지지자들은 근거없이 트럼프에게 혐의 제기한 것 사과해야"
"공화당 지지자들은 제도에 의한 특검에 냉소 보낸 것 사과해야"
"정보는 한정적인데, 뉴스 프로그램은 24시간...추측성 보도 남발의 부작용"
"정치는 유권자들의 삶을 위한 것이지, 독선적인 TV쇼를 위한 것 아냐"
'탄핵 정변' 당시 수많은 가짜뉴스 쏟아내고도 반성 않는 한국언론과는 차이

 

미국을 2년간 뒤흔들었던 '트럼프-러시아 공모 스캔들'이 무혐의로 드러난 가운데, 미국 언론사 중 중도좌파성향으로 분류되는 뉴욕타임스(NYT)에 '우리는 또 모두 바보짓들을 했다'(We've all Just Made Fools of Ourselves-Again)는 반성을 담은 칼럼이 게재됐다. 이 칼럼을 작성한 NYT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월스트리트저널 출신으로 NYT의 전반적인 논조와 달리 중도우파성향으로 알려진 언론인으로 PBS NewsHour의 논평가이기도 하다. NYT의 이번 칼럼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변' 과정에서 수많은 거짓과 과장, 왜곡과 선동의 '가짜뉴스'를 쏟아냈음에도 지금까지 사과나 반성을 하지 않는 대다수 한국 언론들과 달라 눈길을 끌고 있다.

브룩스는 칼럼에서 이번 '트럼프 무혐의 건'을 계기로 민주당 지지자들과 공화당 지지자들 모두 "겸허함과 정직한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증거에 기반하지 않은 채 트럼프 대통에게 통탄할 수준의 혐의를 제기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공화당 지지자들도 뮬러 특검을 마녀사냥이라고만 치부하며 정부기관들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냉소를 퍼뜨린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의 몰락을 상상하며 이 일련의 사태에 동참했던 일반 국민들도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 정치가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로 정책을 통해 지지자들을 끌어모으기보다는 스캔들을 폭로해 상대편을 파괴하는 수준으로 저급화 되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추측성 보도들이 쏟아 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정보는 한정적인데, 미디어는 24시간 뉴스를 내보내야 하는 구조가 되다보니, 부작용이 잇따르는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유권자들에게 있어 정치는 자신들의 삶을 위한 관한 것이지, 독선적인 TV쇼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가십(gossip)과 추측이 난무하는 미국의 정치가 '심도있는 내용' (substance)에 집중하는 정치로 거듭다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뉴욕타임스 칼럼 번역문 전문(全文)

We've All Just Made Fools of Ourselves-Again" (우리는 또 모두 바보짓들을 했다)

국가차원에서 안식일을 선포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스캔들에 열중하는 일에서 한 발 물러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볼 때일지도 모른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 시기를 겸허함와 정직한 자기반성의 자세로 맞이할 수 있다. 많은 민주당원들이 증거에 기반하지 않은 채, 대통령에 대해 통탄할 수준의 혐의 제기를 한 것은 명백하다. 베토 오루크와 존 브레논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를 ‘배신자’라고 불렀는데, 그 비난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 유일하게 올바른 행동은 사과를 하는 것이다.

공화당 지지자들과 숀 해내티 스타일의 ‘트럼피안’ 지지자들도 이 시기를 겸허함과 정직한 자기반성의 자세로 맞이할 수 있다. 그들은 2년간 뮬러 특검을 마녀사냥이라 불렀다. 그들은 2년간 워싱턴에는 정직한 브로커가 없다는 비방을 퍼뜨렸다. 전부 딥스테이트(숨은 권력집단) 음모론이다. 그들은 우리 나라의 제도와 정부기관들을 약화시키는 냉소를 퍼뜨린 것을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들은? 뮬러 리포트에 대한 추측과, 트럼프의 파멸과, 그리고 그 추측성 내용들을 시청하고 읽으며 보냈던 그 수많은 시간들은? 우리가 만들었고, 함께 살고 있는 이 스캔들 정치의 상부구조는?

슬픈 사실은 워터게이트 사건이 미국의 정치적 통일체에 독약을 심었다는 것이다. 리처드 닉슨의 몰락은 정의로웠으며 중요했다. 그러나 그것은 또 한편으론, 지지자들을 얻기 위해 힘든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군침 돋는 가능성을 열어버렸다. 힘든 노력대신, 반대편을 스캔들로 파괴해버리면 되는 것이다.

워터게이트 이후의 정치는 일련의 스캔들들과 가짜 스캔들들의 연속이었다. 이란 콘트라, 화이트워터, 밸러리 플레임, 벵가지, 솔린드라, 스위프트 보팅 등이 그것이다. 폴리티코는 지난해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더하다고 여겨졌었던 46개의 스캔들 리스트를 정리하기도 했다.

미국 좌우의 근본적인 차이는 여전히 이데올로기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순수한 철학적 차이로서 접근해 싸우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상대편이 부패 하다며 비난하고 고발한다. 정치는 더 이상 토론과 논쟁이 아닌, 혐의제기를 통해 상대방의 삶을 파괴하려는 시도다.

이제 TV를 포함한 정치적 미디어들은 견본이 갖춰진 것이다. 스캔들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올 때, 어떻게 시청자들을 추측성 이야기 속으로 낚을 것인지에 대한. 틴달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의 3대 방송사가 2018년에 두번째로 많이 보도한 사건이 ‘러시아 공모 수사’이다. 가장 보도를 많이 한 것은 캐버노 청문회인데, 그것 또한 스캔들 사건이다.

모든 플레이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한다. 스트레이트 기사를 담당하는 기자들은 열심히 잘 일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보의 흐름이 24시간 뉴스의 페이스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독성이 가득한 생 추측들이 쏟아진다.

혐의 제기를 받는 정치적 반대편들에겐 최대의 유죄가 상정된다. 상상력이 가득한 전문가들은 몇 가지 정보의 점들을 이어서 거대한 추측성 유죄의 별자리를 만들어낸다.

혐의 제기를 받는 쪽은 수사기관들에 대한 공세를 취한다. 그들은 실제 스캔들이 늘 그렇듯, 알려졌던 것보다 작은 것으로 드러났을 때, 그들 나름대로의 정신적 우월감을 즐긴다.

이것은 정말 멋진 게임이다. 경제나, 빈곤층 문제, 외교 문제에 대한 지루한 정책들에 대해 전혀 몰라도 된다.

여러분들이 공적인 삶(public life)을, 사느냐 죽느냐 수준의 가십(gossip)의 장으로 생각한다면 정치나 미디어에서 긴 커리어를 가질 수 있다.  

워터게이트가 ‘수사의 시대’(Age of Investigation)를 연 이후부터 정부는 매우 투명해졌다. 그 결과로, 국민들의 정부 기관에 대한 신뢰는 추락했다. 스캔들 문화가 특정 정당을 유리하게 만든 것도 아니다. 그저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부식성의 냉소가 퍼지도록 했을 뿐이다.

희망의 줄기 하나는, 더 이상 유권자들이 캠페인 트레일에서, 스캔들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지난 몇 달간, 러시아 공모건에 대해 말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 대선에 걸맞은 ‘정책등의 내용’(substance)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유권자들인 것이다. 그들은 이런 내용에 집중하고 싶어한다: ‘무엇이 지난 대선 때 수많은 미국인들이 믿을 수 없는 대통령 후보를 뽑도록 만들었는가?’ ‘어떻게 하면 알맞은 가격의 국민 건강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는가?' ‘중국은 미국의 불구대천 원수인가?’

민주당은 2018년 중간선거에서 ‘러시아 공모 건’이 아닌 정책 이슈에 집중해 승리했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에게 정치는 자신들의 삶을 위한 것이지, 독선적인 TV쇼를 위한 것이 아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