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영 칼럼] 선거제 개편안, 개악(改惡)인 이유
[김인영 칼럼] 선거제 개편안, 개악(改惡)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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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 증원' 명분없고, 선후 뒤바뀌어…民主-國民-正義 외면한 개편안
'지역구 축소' 해결않고 비례부터 늘려, '초과의석' 슬쩍 감추는 국민 기망
의정활동 책임 못 묻는 '무책임 국회의원' 셀프 증원을 언론도 지적해야
석패율제 최대계파 당선도구化, 선거연령 18세는 大入포퓰리즘 난무 우려
여당-준여당간 '공모투표' 유도시 '100년 집권'도 가능…개편안 노림수
비례대표 폐지가 위헌? 헌법엔 '법률에 위임'뿐 '비례대표 의무' 조항 없어
국민투표로 비례대표제 존치 묻자…'이석기 당선통로 폐지' 지지받을 것
김인영 객원 칼럼니스트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 선거제 개편

지난 17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비례대표 의석 75석에 전국 정당 득표율의 50%를 연동형으로 반영하는 선거제 개편안을 마련했다. 이 개편안에 대해 한국당은 '입법쿠데타', '독재 3법'이라는 표현으로 비판했다. 한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도출하는 구체적인 계산법에 대해 "산식은 여러분들이 이해 못한다...수학자가 손을 봐야 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산식이 필요 없다"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번 선거제 개편안은 개편안 그 자체로 볼 때 개악(改惡)이다. 그리고 개편안을 만든 과정 또 앞으로 개편안을 통과시키는 입법과정을 종합해 예상할 때 한국정치사에 ‘여·야 합의 없는 선거제 개편’이라는 나쁜 선례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제 개편안의 핵심은 현행 국회의원 300석 가운데 현행 비례대표 47석을 75석으로 28석 늘리고, 그 '비례 75석'을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에 기반해서 의석을 배정하되,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눈 '권역별 득표율'도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개편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안을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합의해줌으로써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빠진 상태로 만들어졌다. 경기를 하던 중 다음 라운드(round)의 ‘게임의 룰’(the rule of games)을 변경하면서 상대방의 동의도 받지 않고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룰을 바꾸고 경기를 계속하자는 해괴하고 비민주적 룰 개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선후가 뒤바뀐 선거제 개편

또 선거제 개편안을 만들면서 앞으로 국회의 '패스트 트랙' 입법을 채택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패스트 트랙’에 필요한 최장 330일의 데드라인인 3월 15일을 넘김으로써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라는 비민주적 방식을 사용하여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국회의 민주적 운영을 가장 많이 주창해온 정당들이 스스로 합의에 의한 상정 및 통과라는 민주주의 절차를 포기하는 방식으로의 선거제 개편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나아가 지역구 의석 253석을 225석으로 축소하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가장 어려운 과제는 뒤로 미루는 꼼수를 쓰고 있다. 합의한 정당들이 정당명에 표기하고 있는 ‘민주(民主)’, ‘국민(國民)’, ‘정의(正義)’를 외면한 선거제 개편안이 추진되고 있는 현실이다.

가장 어렵고 중요한 지역구를 줄이는 과제를 해결하지 않고 비례대표부터 늘리는 일의 선후가 뒤바뀐 선거제 개편으로 정당들은 무엇을 얻을 것인가? 민주당은 공직수사처 설립법안과 경제관련법의 통과를 얻고, 거기에 석패율제를 얻고, 또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추가 선물까지 받게 된다. 정의당은 실제 선거에서 얻게 되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최근 여론조사에 따른 정당지지율로만 본다면 12~15석이 증가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바른미래당은 정당 지지율이 극히 미미하고 또 정당의 미래가 불투명해 현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선거제 개편안이 지닌 문제점들

그럼 선거제 개편안이 지닌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보자. 문제점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비례대표 의석이 현행보다 28석이 더 늘어나 75석이 되는데 비례대표 의석이 늘어나야만 하는 합당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 물론 현행 ‘소선거구 다수 선거제’가 거대 정당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표의 등가성(等價性) –정당이 얻은 득표만큼 의석을 배분하는 것– 을 높이는 선거제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동안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공천헌금 수납이라는 정치부패와 국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정당 지도부가 자신에게 충성할 자파(自派) 인사를 심는 제도로 왜곡 운영되어온 과거 역사를 부인할 수는 없다. 본인은 “선거제 개혁이 초래할 국가 위기를 우려한다”(2018년 12월 25일자)는 제목의 본란 칼럼에서 “비례대표제가 공천장사에 이용되고 또 계파정치의 도구로 활용되어 왔음을 지적하며 비례대표 선발 제도의 개선도 없이 투표의 ‘비례성’ 확보라는 명분만으로 비례대표 의원을 늘리자는 주장은 현실을 외면한 이상론이 될 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비례대표제도의 개선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비례대표 의원 수를 증원하는 것은 개악이 되는 선거제 개편이라는 의미였다. 정치권이 과거의 비례대표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전제가 먼저이고, 비례대표 의원의 증원이 그 다음에 이루어져야 함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제 개편은 ‘떡고물’ 줍기에만 관심이 쏠려 비례대표 리스트와 순위 선정(選定)을 국민에게 돌리는 진정한 정치개혁은 논의하지도 않았고 문제점도 감춘 ‘거짓 개혁안’이라고 할 수 있다. 정당 지도부가 마음대로 결정하는 비례대표 리스트와 순위라면 그런 비례대표제는 없는 것이 낫고 비례대표제를 없애는 것이 진정한 정치개혁이 될 것이다.

둘째, 이번 선거제 개편안은 의원수 증가를 감춘 국민을 속이는 선거제이다. 국민들은 현행 국회의원 300명도 많다, 200명도 많고 300명은 절대 넘지 말라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면서 생기는 초과의석(surplus seats)은 “발생할 수도 있고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다”는 식으로 슬쩍 감추고 어느 정당도 확실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는 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의 국민 무시, 국민 기망(欺妄) 행위이다.

초과의석 발생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정당투표로 총 의석을 결정한 뒤, 지역구 당선인을 먼저 의석으로 계산하고 나머지를 비례대표로 채우는 제도이기 때문에 결정된 총의석수보다 지역구에서 당선인을 더 많이 배출한 경우 당선자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초과의석이 50석이 될지 그 이상 그 이하가 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독일 총선의 초과의석은 1994년에는 16석이었지만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대표연설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2017년 9월의 선거에서는 111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하여 의원정수 598명이 총709명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초과의석의 발생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치명적 약점이다. 그런데 여당과 야3당은 이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채 ‘비례성 확보’라는 명분으로 국민을 기망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독일의 2017년 총선에서 지역구에서는 한 석도 못 얻은 정당이 비례로만 80석을 배당 받았다는 사실은 또 다른 중대한 사안이다(김형준, “선거제도 개혁의 해법은 없나,” 광주일보, 2019년 3월 15일). 사회의 크고 작은 개별 이슈를 내건 정당들이 수없이 탄생하고 –물론 최소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 의석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국회의원이란 국민의 대표이지만 동시에 지역을 대표하는 역할을 한다. 지역구 의원은 의정 활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비례대표는 국민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도 무책임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개편안을 ‘개혁’이라고 합의한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난감하다. 최근 언론의 보도도 문제인 것이 이번 선거제 개편안이 국민의 심판을 받지 않는 무책임한 의원을 ‘셀프 증원’한다는 점이 핵심인데 이 부분을 상세히 지적하지 않고 있다.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에는 투표의 ‘비례성 확보’와 ‘사표(死票) 방지’라는 논리가 자리하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은 한 측면만 본 것이다. 비례성이 확보되고 사표는 줄겠지만 대신 국민 누구를 대표하는지 그 대표성과 국민에 대한 책임성(responsibility)은 떨어지게 된다는 문제점은 외면하고 있다.

셋째, 석패율제의 도입도 따져볼 문제가 많고 또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방안의 도입도 큰 사안이다. 석패율제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출마자를 비례대표 후보로도 이중으로 등록할 수 있게 하고,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킬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그렇게 하면 영남이나 호남에서 근소한 차이로 낙마한 유능한 인재들이 당선될 수 있어 이를 통해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명분은 지역주의 완화이지만 이 역시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비례대표를 정하지 않고 정당이 결정하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권한을 확대하는 제도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당의 권위주의화로 정당 민주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반민주적 제도의 도입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구에서 낙선한 친문(親文)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등 각 당 지도부나 최대 계파가 원하는 인사를 당선시키는 도구나 방안으로 전락할 것이 명징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지역주의를 반민주적 제도를 도입해서라도 극복해야 하는가”라는 즉 “반민주적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문제가 제기된다. 따라서 석패율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의 의견을 물어야 할 것이다.

선거연령 18세 하향조정은 OECD 국가가 모두 18세에 투표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OECD 국가들의 대부분은 우리보다 입학 연령이 낮아 18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나 대학에 나와 있는 상태다. 하지만 우리는 18세라면 대부분 고등학교 3학년이어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세를 하게 되면 고등학교 교실은 선거 난장판이 될 것이다. 입시 공부에 치중해야할 학생들이 공부는 뒤로하고 정치판 이슈에 기웃 거리게 하는 제도는 대한민국을 나락(奈落)으로 이끄는 잘못된 제도다. 먼저 입학 연령을 낮추고 난 뒤 18세로 선거연령을 낮추던지 아니면 현행대로 대학이나 사회에 나가 투표하게 하는 방식이 올바르다. 공부해야 할 나이에 공부를 하지 않게 된다면 지력이 부족한 시민으로 성장하게 되고, 결국 국가적 손실로 귀결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고등하교 3학년 학생들의 표를 얻고자 ‘대학 입시 폐지’, ‘서울대학 폐지와 전국대학의 평준화’, ‘대학 등록금 무상화’와 같은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할 것인데 이는 이성이 확보되지 않은 학생들의 균형적 사고를 망치는 길이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소수를 배려하자는 선거제를 만들면서 제1야당을 배제하는 모순

선거제 개편안이 제1야당이자 선거의 당사자인 자유한국당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경쟁하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한편이 일방적으로 ‘게임의 룰’을 정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고, 민주적이지도 않다. 기울어진 게일의 룰로 경기를 하자는 것과 다름이 아니라서 정의롭지 않다. 이렇게 비례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선거제를 고친다고 하더라도 정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합의의 민주적 관행을 이야기할 수 없게 된다. 소수를 배려하자는 선거제도를 만들자면서 여당과 야3당이 ‘다수’가 되어 제1야당을 배제한 게임의 룰을 만드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

대통령제와 다당제

마지막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져올 다당제는 대통령제의 핵심인 의회의 대통령 견제를 어렵게 할 것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대법원장도 임명하고 헌법재판소장과 재판도 임명하고 감사원장도 임명하는 (초)제왕적적 대통령제 하에서 입법부 국회라도 대통령을 견제해야 하는데 야당이 친여 성향 정당과 친야 성향 정당으로 나뉘어 다투고 분열되어 있다면 국회의 대통령 견제는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남미(南美) 정치가 보여주고 있는 대통령제와 다당제 병행이 상시화 된 정국 불안정과 국력 쇠진(衰盡)을 결과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선거제도 개편임에도 불구하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선거제를 바꿔야 한다는 국민들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모두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라”는 국민 절대 다수의 의견은 묵살하고, 자기 몫 부스러기 챙기기에 열중하고 있음은 보지 않는 외눈박이 논리다. 자유한국당이 이번 선거제 개편안을 ‘입법쿠데타'이며 '독재 3법'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이러한 맥락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미국은 대통령제로 양당제의 안정성을 특징으로 한다. 우리도 그 동안 양당제의 전통을 지켜왔지만 최근 5당이 함께하는 정치체제는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몇 개의 ‘준여당’ 대 야당 자유한국당, 그리고 정체모를 중도 바른미래당으로 혼란 속에서 제대로 대통령과 청와대를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다당제에 더 많은 군소정당이 등장하여 강력한 여당과 분열되고 혼란한 군소 야당들의 등장으로 귀결될 선거제 개편을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제 개편안을 한국정치 ’개혁(改革)‘이 아니라 ’개악(改惡)‘으로 이끄는 방안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공모’ 투표와 100년 집권론

이번에 합의된 선거제 개편안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군소정당이 ‘공모’ 투표(또는 이원투표 split-ticket voting)하여 내각제식 연립 정권이 성립할 가능성을 예측한다. 이것이 더불어민주당이 ‘20년 집권’에서 ‘100년 집권’을 공언하는 이유이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 중부유럽 또는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지역 선거에서 한 표는 자기 정당 지역구 후보자에게, 다른 한 표는 연립정권으로 함께 할 정당에게 투표할 것을 암암리에 권고하고 있다. 역으로 독일 자민당은 지지자들의 이원투표를 유도했는데 당선가능성이 적은 1석 선거구 표를 연립정부 파트너에게 양보하고 대신 대정당 지지자들의 정당투표를 흡수하는 선거전략을 사용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일부 지역에서 정의당과 선거연합을 하여 민주당 후보로 단일 후보를 출마시키는 경우를 가정하면 두 번째 투표는 정의당에게 주어 정의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게 하는 짬짜미 투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의당 후보가 당선가능성이 적다면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어주고 대신 민주당 지지자들의 제2투표를 정의당이 받는 방식의 역의 이원투표도 가능하다. 그럴 경우 지금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노동, 복지, 경제정책이 다르지 않는데 민주당-정의당의 정책연합 내지는 연립 정권식의 연합이 가능하게 되고 민주평화당과 같은 또 하나의 정당만 더 확보하면 앞으로 ‘100년 집권’은 예측 가능한 꿈이 될 것이다. 이번 선거제 개편에 숨겨진 엄청난 계산법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합법화된 정권연장이겠지만 정권이 여당-야당으로 오고가지 않는다면 독재와 다를 바가 없다.

정치발전과 선거제의 제도화

정치학자 헌팅턴(S.P.Huntington)은 ‘정치발전’(political development)을 ‘정치적 조직 및 절차의 제도화’라고 정의했다. 이때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란 “조직과 절차가 안정성을 얻는 과정”을 말한다. 제도화의 수준이 낮다면 정치발전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진보좌파들은 바꾸면 언제나 더 나아질 것으로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바꾼 결과가 예측과 달리 더 나빠지는 결과는 수도 없이 많다. 가깝게는 소득주도성장이 대표적이다. 임금을 올리면 소득이 늘어나고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나고 있음을 우리는 명확히 보았다.

미국이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엘 고어(Al Gore) 후보가 전국 득표수에서는 조지 부시(George W. Bush) 후보를 앞섰지만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의 확보에서 밀려 대선에서 패배한 문제점, 즉 득표수와 선거인단 숫자 불균형을 고치지 않는 이유는, 다시 말해 대통령 선거에서 사표를 만드는 현행 선거인단 제도를 바꾸지 않는 이유는 연방 헌법을 고쳐야 하는 어려움에 더하여 대통령을 뽑는 절차의 선거제도가 ‘게임의 룰’(the rule of game)로 자리 잡아 안정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폐지를 국민에게 물어야

국민은 당 지도부가 정해준 국회의원이 아니라 직접 뽑는 300명 이하의 국회의원을 원한다. 비례대표의 문제점을 본다면 폐지가 정답이지만 비례제를 통한 표의 등가성 확보를 위해 현행 47명도 나쁘지 않다. 공천에서 여성 정치인에 대한 배려도 가능하다. 28석의 지역선거구 축소라는 문제도 피해갈 수 있다. 나아가 게임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개임의 룰을 마음대로 정하는 비민주성과 정의롭지 못한 선거제라는 비난도 피할 수 있다. 국민의 동의 없는 ‘셀프 증원’이라는 국민의 비판도 피할 수 있다.

현행 선거제가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바꾸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선거제를 바꾸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하지만 바꾼다면 자유한국당이 제안한 비례대표 폐지와 국민이 직접 뽑는 지역구를 더 늘리는 것이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비례대표제 폐지가 위헌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제41조 ③항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를 편협하게 해석한 것이다. 비례대표제를 할 경우 구체적인 방식을 법률로 위임한다는 것일 뿐이지 헌법 어디에도 비례대표제를 실시해야한다는 조항은 없다. 따라서 ‘비례대표제가 헌법사항’이라는 주장은 편의적 확대 해석이다.

비례대표제 폐지가 논쟁이 된다면 정답은 국민에게 있다. 비례대표 의원 확대든 폐지든 국민에게 먼저 의견을 구하고 결정도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 그런 취지에서 ‘비례대표 폐지’ 또는 ‘비례대표 확대’를 국민투표로 국민에게 직접 물을 것을 제안한다. 국민은 이석기가 국회의원이 되는 통로로 이용된 비례대표제의 폐지를 압도적으로 지지할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김인영 객원 칼럼니스트(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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