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담보 없는 기업, 기술력만 보고 대출 가능토록 하겠다"...'금융시스템 붕괴 위험성' 지적도
금융위 "담보 없는 기업, 기술력만 보고 대출 가능토록 하겠다"...'금융시스템 붕괴 위험성'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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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기업여신시스템 전면 개편 방안 발표
여신 평가에 기술력-미래성장성 반영키로
오정근 교수 "금융시스템 붕괴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

 

문재인 정부가 이번엔 '혁신 금융'을 꺼내들었다. 내년부터는 부동산 담보가 없는 중소기업도 기술력만 있으면 은행에서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기업의 과거 재무정보를 넘어서 산업 업황, 기술력, 영업력 등을 함께 평가해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새로운 여신심사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기업여신시스템 전면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중소기업은 부동산 담보가 없으면 자금조달이 쉽지 않았다"며 "기술력만 갖추면 신용등급도 높아질 수 있도록 여신심사모형을 개편하고 은행의 전 여신과정에서 총체적 상환능력 평가가 내재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이날 발표한 새로운 기업여신시스템은 쉽게 말해 중소기업이 기술력만 충분하면 부동산 담보가 없어도 은행에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방안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눠서 진행된다.

우선 금융위는 올해 안에 동산담보법 개정을 마무리해 일괄담보제도를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일괄담보제도는 기업이 가진 다양한 종류의 자산을 한 번에 담보로 평가하는 제도다. 지금은 기계, 재고, 채권, 지적재산권 등을 자산종류별로 나눠서 담보로 설정했는데, 일괄담보제도가 도입되면 자산종류에 상관없이 하나의 담보로 평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뿐 아니라 기업이 보유한 다양한 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된다. 또 금융위는 중소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자영업자도 동산담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내년부터는 은행이 중소기업의 대출 심사를 할 때 기술력을 비롯한 미래성장성을 따지도록 할 계획이다. 기술력만 있으면 중소기업의 신용등급이 개선될 수 있도록 새로운 통합여신모형을 개발하는 게 첫 단계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기술력이 신용등급 평가시 보조지표로만 활용됐기 때문에 대출의 가부에는 영향을 줄 수 없었다"며 "앞으로는 신용등급 평가 자체에 기술력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기술력이 좋으면 재무제표가 나쁘더라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기술력 외에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도 개발해 여신심사에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신용정보법이 개정되면 전자상거래, 외상매출채권 등 여러 비금융 데이터를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과거 재무제표에 국한하지 않고 미래성장성을 평가해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여신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새로운 여신심사시스템을 활용해 향후 3년간 100조원의 자금을 중소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기술금융으로 90조원, 일괄담보대출로 6조원, 성장성기반 대출에 4조원이 투입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이 새로운 여신심사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금융 ICT 융합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오정근 전 건국대 교수는 금융위의 계획과 관련해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을 요하는 벤처캐피탈이나 엔젤투자의 업무와, 은행을 통한 금융업무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은행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추구하는 금융업무가 아닌, 예금자들의 예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업무를 하는 곳”이라며 “만약 정부가 개입해 은행들의 안정적인 대출심사 체계를 허물려 한다면, 금융시스템 전체가 무너지는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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