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민간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첫 사전공개...'거세지는 기업 압박'
국민연금, 민간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첫 사전공개...'거세지는 기업 압박'
  • 홍준표 기자
    프로필사진

    홍준표 기자

    이메일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최초승인 2019.03.14 13:35:56
  • 최종수정 2019.03.14 17: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사전 공지 통해 '과다한 보수' 지적
조양호 회장 해임 문제와 배당 확대에 대한 논의 결과도 공개될 예정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의결권 사전 공지를 공시했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은 앞으로 기업의 지배구조 및 배당 확대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4~20일 사이 주총을 여는 상장사 23곳에 대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 공시했다.

이같은 사전 공시는 지난해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의 후속 조치다. 사전 공시 대상은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10% 이상이거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1% 이상인 상장사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사전 공개 대상 상장사는 2018년 말 기준 100여개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사전 공시한 23개 기업 중 국민연금으로부터 반대표를 한 건이라도 받은 회사는 총 11곳으로, LG하우시스·LG상사·한미약품·현대글로비스·현대건설·현대위아·신세계·농심·풍산 등이다. 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기 등 3개사 안건에 대해선 모두 찬성했다. 

국민연금은 사내이사 선임과 사외이사 선임, 감사 선임 안건 등에 집중 반대표를 행사하며 상장사들의 이사회 견제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현대글로비스, 신세계, 한미약품 등 9개 기업의 이사·감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특히 현대위아의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 안건에 대해서는 "경영 성과 대비 과다한 보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반대할 것을 예고했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연임 문제와 배당 확대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도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그동안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밝힌 내용을 보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사의 해임과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해온 바 있어, 국민연금의 기업의 배당 확대 압박이나 경영권 개입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올해 2월 처음으로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 관련 배임·횡령의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때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의 정관변경을 추진했다. 이 정관으로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대한항공 회장이 만약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한진칼 이사 자격은 상실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결정이 이뤄질 대한한공의 주주총회는 오는 27일로 예정돼있다.

다가오는 주총에 앞서 14일 이상훈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참여연대 등 3자 연합은 대한항공 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참여연대는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적극적인 표 대결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 중 이상훈 변호사는 수탁자전문위에 소속되어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수탁자전문위는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기금본부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기 곤란한 사항을 위임받아 논의하는 곳이다. 국민연금은 우선적으로 투자위원회에서 대상기업 주총 안건 전체를 검토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지만, 결정하기 곤란한 사항일 경우 수탁자전문위에 권한이 넘어간다. 투자위원회의 요청이 없더라도 전문위원 3인 이상이 요구하면 기금본부는 수탁자전문위에 안건을 넘겨야 한다.

국민연금이 올해 들어 이처럼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는 것은 올해 1월 발표한 '국민연금 기금 국내주식 수탁자책임 활동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문제 등도 포함된다.

배당 성향을 높이는 것 또한 사회적 책임의 일부분이라고 국민연금은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배당 성향이 낮거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을 시, 해당 기업에 대해 '대화 대상 기업→비공개 중점관리→공개 중점관리' 순으로 조치를 취하며, 개선이 없다고 판단하면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 나서게 된다.

이같은 절차를 통해 국민연금이 올해 한진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선 곳은 남양유업이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남양유업에 '배당정책 수립·공시와 관련해 심의·자문하는 위원회(이사회와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주주제안을 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남양유업이 배당정책과 관련해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판단, 위원회 설치를 통해 배당을 늘리도록 압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편 수탁자전문위는 14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한진칼·대한항공·현대차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기업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한다. 정부는 이날 회의 종료 후 논의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