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관련 시설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관측된다는 보도와 관련해 미국의 단호한 협상 태도에 북한이 불만과 실망감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전직 관리들은 북한의 실제 미사일 발사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지금까지 어렵게 끌고 온 미북 외교는 종말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의 동창리 발사장에 이어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서도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섰던 전직 관리들은 북한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1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김정은이 일부 비핵화 조치와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공위성 발사를 재개할 준비가 됐다는 경고를 워싱턴에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비핵화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며 현 상황에 매우 만족한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상기시키며 김정은은 현 상황에 불만이 있으며 이를 깰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부시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미사일 발사 유예 위반으로 간주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온 만큼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면 (미북) 협상은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도 북한이 미국이 하노이 회담에서 보인 입장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하는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의 불쾌감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기자회견에서 드러나며 영변 핵시설 폐기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했던 북한이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갈루치 전 특사는 “현 시점에서 북한은 미국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미사일 실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도발에 나선다면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경고처럼 미 행정부는 더 강력한 대북제재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 미사일 발사장 관련 정보에 과잉 반응하지 않겠다”며 “북한이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겁먹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하노이에서 만만치 않은 미국의 제안에 놀랐지만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는 설명이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의 미사일 시설의 일부 움직임이 실제 미사일 발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북한과의) 모험에서 참을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만약 북한이 미사일 실험에 나섰다면 (대북) 외교 단계의 종말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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