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남북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 사전점검 차 방북한 우리측 선발대가 지난 23일 금강산 문화회관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금강산 남북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 사전점검 차 방북한 우리측 선발대가 지난 23일 금강산 문화회관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행사를 위해 경유 1만 리터를 북한으로 반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남북 간 상호주의 원칙 및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와 미국의 독자 제재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밖에도 남북 합동공연에 필요한 조명기기와 음향기기 등 각종 행사 장비도 북한에 가져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월초쯤 금강산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남북 합동문화공연에서 사용될 경유 1만 리터(약 63배럴)와 전기 패널 등 행사 장비를 가지고 30일 방북할 계획이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북한에 문화행사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책임져달라고 말했지만 '남측이 지은 시설이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결국 전력은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남북은 올림픽 개막 전 북측 금강산 지역에서 남북 합동문화행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 행사는 금강산문화회관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과거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 시절 사용했던 발전기가 가동될 거승로 보인다. 이 발전기에는 경유가 연료로 사용된다. 통일부는 29일 안으로 해당 물자 반출과 관계자의 방북 승인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조명, 음향 등 무대장비 등도 2월 1일 북한으로 반출할 계획이다.

당초 정부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체류비는 남북협력기금으로 충당하고 우리측 선발대 비용은 북한이 부담하는 ‘남북 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상호 간 편의제공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협의 과정에서 남측에 전력 공급 등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우리 정부가 경유와 무대장비 등을 북측에 보내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지역에서 열리는 합동공연 비용도 사실상 우리 정부가 떠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금강산 남북 합동 공연 준비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저자세와 눈치보기로 남북 간 상호주의 원칙이 유명무실해졌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가 북한에 경유를 제공할 경우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에 위배될 수 있다. 우선 지난해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정유제품의 대북 공급랴잉 연간 50만 배럴로 정해졌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8월 서명한 ‘북한ㆍ러시아ㆍ이란 패키지법'에 따르면 미 대통령은 북한 정부에 원유, 경질유, 정유제품, 천연가스 등의 유류를 직간접적으로 판매, 이전, 공급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외국인이나 외국 단체도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인도주의 목적’ 등을 인정해 예외를 적용하더라도 미 의회가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

한편 통일부는 유엔 대북 제재는 북한에 대한 정유 제품 공급을 연간 50만 배럴까지 허용하고 있는 만큼 대북 제재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정유 제품의 북한 반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번 경유 반출을 놓고 미국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교부 등은 아직 이 문제에 관한 한미 간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경유 반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원칙을 무너뜨리고 한미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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