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버티기' 일관…손혜원 이해충돌-김태우 폭로-신재민 폭로 국정조사, 조해주 임명철회 모두 막혀

현안 관련 합의점을 찾지 못해 여야의 대치상태가 이어지는 4일, 여야 원내대표들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회동을 하기 위해 국회 본청 운영위원장실로 각각 들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2019.3.4
3월4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회동을 하기 위해 국회 본청 운영위원장실로 각각 들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두달여 간 '개점휴업' 상태였던 국회가 사실상 집권여당의 '버티기'를 못 이긴 제1야당의 양보로 열리게 됐다. 각종 여권발(發)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를 열자는 야권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로다. 첫 본회의는 오는 7일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국회 개의를 위한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협의는 불발됐지만, 자유한국당이 여당 출신 손혜원 의원 이해충돌·투기논란 국정조사 카드를 결국 내려놓고 '복귀 선언'을 했다. 이는 한국당 내 무게중심이 나경원 원내지도부에서 신임 황교안 지도부로 옮겨간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오전 국회 정상화를 위한 담판 회동을 벌였으나 회동은 약 50분 만에 종료됐다. 

민주당 출신 손혜원 의원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간사 재임 중 전남 목포 문화재 거리 지정 및 사업구역 부동산 대거 차명매입, 문광위 피감기관 갑질·인사개입 의혹 등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하자는 게 한국당 입장이었으나 여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데 따른 것이었다.

국조에서 상임위로 격하된 청문회를 열자고 중재안을 냈던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제가 더 이상 얘기하거나 할 역할이 없다"며 먼저 자리를 뜨기도 했다.

다만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책임 있는 야당으로서 저희 스스로 결단을 내려 국회를 열기로 했다. 오늘 내로 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브리핑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늦었지만 국회가 정상화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한국당은 김태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원이 폭로한 비리,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청와대발(發) 국채조작·민간기업 인사개입 폭로 건,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 출신'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장관급) 임명 철회, 손 의원 투기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조 등 조치를 요구해왔다.

민주당은 '아무 것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집한 가운데, 바른미래당이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국회 공전은 길어져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를 열기로 결단한 데 대해 "'방탄 국회'로 일관하는 여당에게 최소한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줬지만 여당은 끝내 발로 걷어찼다"며 "합의에 의한 정상화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고 이 부분은 여당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생을 챙겨야 하는 1차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으나 지금 여당은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자신들의 잘못과 비리를 감추는 데 급급하고 있다"며 "국가 안보 초유의 상황으로, 경제는 실질적 일자리 재앙이고 양극화 대참사인 상황에서 이런 국정 난맥상을 그대로 수수방관할 수 없다"고 한국당이 단독으로 국회 개의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자체적 결단에 의해 3월 국회를 소집하는 만큼 당초 주장했던 비리와 관련된 국정조사 및 청문회 등 요구사안을 모두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가 그동안 주장해왔던 일종의 비리에 대해서도 진실을 밝혀야 할 부분이 있다. 여당이 자신의 기회를 걷어찬 이상 저희가 국회 상임위를 조속히 열도록 하겠다"며 "그동안 주장해온 4대 비리를 확실히 짚어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황교안 한국당 신임 대표는 이날 국회의장-여야 5당 대표가 함께 하는 정례모임 '초월회'에 참석해 "이런 저런 정성들이 모여 국회가 오랜 공백기를 가졌다가 다시 열리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민생경제를 챙기고 국민에게 필요한 것들을 입법화 해나가는 생산적인 국회가 됐으면 좋겠고, 한국당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법은 좋은 법안이어야 하고 적기에 입법화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그 과정에서도 여야 간에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불통의 정치가 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밝혀 '무조건 입법 협력'과는 거리를 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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