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특위 "미세먼지 중국 아닌 경유차 탓"… 文정부 2017년 국책연구기관 결과와 '배치'
정유업계 "경유세 인상 수익성에 악영향 줄 수 있다"…기재부 "경유세 인상 신중히 검토"
경유세 인상 '탈세 경유 유통' 지하경제 활성화로 이어져…정부 세수확보에 오히려 악재

작년 4월 공식 출범한 뒤 10개월간 문재인 정부의 조세개혁방향을 연구한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 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지난 26일 공식 일정을 마감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을 역임한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던 특위가 최종 확정한 '재정개혁보고서'에는 경유에 대한 세금을 조정해 사용을 줄여야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는 권고안이 포함됐다.

특위는 미세먼지의 원인을 중국이 아닌 경유라고 판단했고 경유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경유세 인상을 정부에 권고한 것이다. 정유업계 일각에서는 경유세 인상에 따른 수익성 감소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 경유세 인상을 최종 결정할 기획재정부 역시 경유세 인상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27일 원유(crude oil)를 가공해 경유를 생산하는 정유업계는 경유세 인상으로 소비가 줄어들면 수익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유업계가 원유를 가공해 생산하는 석유제품 중 경유가 30% 정도를 차지하기에 경유세 인상으로 경유 소비가 줄면 재고 부담이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연료(유종)에 대한 세금 인상은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자의 제품 선택에도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에너지 수급과 기업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유 소비량이 감소하면 남는 공급분은 해외 수출물량으로 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특위의 경유세 인상 권고안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특위의 재정개혁보고서가 공개된 직후인 지난 26일 기재부는 "경유세 인상에 대해서는 미세먼지 저감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결론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회사들의 이권을 대변하는 대한석유협회(회장 김효석)도 정부의 세금 정책에 대해서 공식적인 발언을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지만 특위의 권고안에 포함된 경유세 인상을 실제로 실행할 기재부가 경유세 인상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협회는 2년 전 4대 국책연구기관이 경유세 인상과 미세먼지의 저감효과를 조사한 결과 경유세금을 2배 올려도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2.8%에 불과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재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4개 부처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교통연구원 등은 2017년 7월 4일 지난 1년간 공동으로 진행한 경유세 인상과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경유세 인상이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 실효성이 없다고 결론을 냈었다. 

미세먼지 저감효과라는 명분을 내걸고 경유세 인상을 주장하는 특위가 국민 다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에 등록된 경유차는 992만9537대로 2017년보다 35만3142대 늘었다. 증가규모로 역대 최대다.

전체 자동차 중 경유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37.11%에서 작년 42.8%로 매년 늘고 있다. 휘발유, 액화석유가스(LPG), 전기 등등 다양한 수송용 에너지원이 있지만 경유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경유세 인상이 가계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미미한 경유세 인상이 결과적으로 정부의 세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1960년대부터 이어진 경유는 산업용 연료, 휘발유는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공장도 가격이나 국제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에서나 휘발유보다 사용처가 많아 리터당 50원 이상 비싼 경유가 휘발유에 리터당 900원, 경유에 700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정부의 정책으로 시장에서 휘발유보다 경유가 더 저렴해지는 시장 왜곡이 일어나고 있다"며 "경유세 인상은 시장 왜곡을 확대해 점점 확대되는 정유업계의 지하경제인 '탈세 경유 유통'을 활성화시키면서 정부의 세수 확보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유와 성상이 비슷한 등유, 석유화학제품인 솔벤트(solvent·용제) 등이 '탈세 경유'로 유통되고 있는 상황인데 경유세가 인상되면 탈세 경유를 유통하는 업자들의 수익성이 증대되는 효과가 있다"며 "경유에 부과되는 리터당 700원이라는 세금이 더 높아지면 등유와 솔벤트를 경유로 유통시켜 얻는 수익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교수는 경유세 인상은 면세 경유를 사용하는 농어민에 대한 보조금과 영업 목적으로 경유차를 운행하는 업자들에게 주는 유류세 환급금을 확대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농어민에게 면세 경유를 제공하는데 경유세가 인상되면 결과적으로 보조금 액수가 높아진다"며 "트럭 등 영업용으로 경유차를 운행하는 사업자들에게 경유에 부과된 리터당 700원에 대한 유류세를 환급해주는데 경유세 인상이 환급액 확대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정부가 부담해야 할 세금은 경유세 인상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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