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맘에 안드는 말이 실정법 걸리면 고소로, 법 없으면 '망언 금지법'이란 군중법으로 덤벼드는 시대"
"민주를 내건 정권이 되레 입에 반민주적 재갈을 가장 혹독하게 물리나"
"다양한 역사해석 강조하더니 5.18엔 도그마 강요…가치 의심받을 것"
"언론들마저 눌려 오직 한 목소리만 내고 있다"
"보도지침은 국보위에서 나왔든 군중의 격정에서 나왔든 똑같이 나쁜 것"
"5.18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것.그걸 전적으로 금하거나 특정해석만 강요해선 안돼"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5.18 광주사태 논의에 대한 집권세력 등의 '억압적 분위기'와 관련해 "불가근의 종교가 되어 갈수록 광주는 모든 이에게서 더 멀어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행범 교수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제 맘에 안드는 말이 실정법률에 걸리면 고소로, 법이 없으면 '망언금지법'이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군중법으로 덤벼드는 시대"라며 "조금만 더 지나면 1919년 3월 1일을 건국일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망언'이 되고 국회의원은 쫓겨나게 될 것"이라고 현 정치권과 시대상황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민주'를 내건 정권이 되레 입에 반민주적 재갈을 가장 혹독하게 물리나"라며 "이런 정도의 주관을 민주의 신성모독죄로 몰아가는 이런 전율스런 결과를 얻기 위해 우리는 80년 봄 그토록 상심 속에서 광주 사태의 고통을 공유했었단 말인가"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여권(與圈)을 중심으로 5.18에 대한 재갈 물리기 공세가 거세진 것과 관련해 "금기어가 아직 확고하게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로 굳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더 초조한 모양이다"라며 "어떤 금기어도 굳어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5.18 문제를 다루는 최근 언론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김 교수는 "이 사태에 언론들마저 눌려 오직 한 목소리만 내고 있다"며 "보도지침은 국보위에서 나왔든 군중의 격정에서 나왔든 똑같이 나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80년 봄 이후 한 세대가 지나도 언론은 아직도 또다른 보도지침에 매여있지 않은가"라며 "불가근의 종교가 되어 갈수록 광주는 모든 이에게서 더 멀어질 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교수는 12일 페이스북 글에서는 "광주 5.18에 대한 재해석 요구를 마치 소위 '광수' 문제와 동일 사안으로만 치부하여 두 쟁점을 싸잡아 비난하는 건 바른 관점이 아니다"라며 "후자는 그 주장자들이 객관적 증거를 보여주지 못하는 한, 확증 불가의 가설로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본질은, 그런 부수적 사안과는 관계없이, 5.18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걸 전적으로 금하거나 정의, 민주, 법원 판례 및 안녕 등을 근거로 들며 특정 해석만을 강요하는 집권층의 그런 식 5.18 추종이나, 역시 그 앞에 눌려 있는 야당의 기이한 도덕적 열등의식은 이제 일소되어야 할 미신이다. 바로 이 점이 초점이고 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다양한 역사 해석을 늘 내세우던 자들이 실은 더 철저히 도그마를 강요한다면 그들이 주장한 모든 5.18 가치는 오히려 근본적으로 더 의심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