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제공

지난해 현대차의 중국 공장 가동률이 사드 보복 충격이 있던 2017년보다 더 떨어졌다.

13일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의 중국 생산량은 80만6214대로 2017년(82만7941대, 가동률 45.7%)보다 더 떨어졌다. 특히 상용차를 생산하는 쓰촨현대는 가동률이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쓰촨현대 공장은 연간 16만대의 상용차를 생산할 수 있다. 이 공장의 연간 판매량은 2013년 4만5300대를 기록하다가 지난해에는 1만2228대까지 떨어졌다. 현지 업계에선 쓰촨현대에 대한 조치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동반 진출한 부품사들은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문을 닫을 수 있다.

이처럼 현대차가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로는 과거 현대차를 구매하던 고객층이 더 이상 현대차를 사지 않고 중국 현지 업체가 만든 차를 사고 있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리, 창안, 창청 등 현지 업체들은 현대·기아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2014년 115만대, 2015년 110만대, 2016년 118만대를 기록하다가 사드 보복 충격을 받았던 2017년 81만대까지 하락한 데 이어 작년엔 80만대로 하락했다. 이처럼 최근 2년간 판매량이 급감하자 재고 소진은 더뎌졌다. 판매량이 줄어 재고가 쌓이자 이에 따라 생산은 더욱 감소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생산 물량을 동남아시아로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은 최근 극심한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과 달리 사정이 나쁘지 않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오는 2020년 아세안 10개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480만대를 기록하며 세계 6위권 시장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현대차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현대차를 동남아에 팔면 현지 가동률을 끌어올리면서 재고 물량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동남아 시장에선 일본차와의 경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차의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국가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일본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무려 98%에 달한다. 동남아 6개국을 더한 점유율은 80%가 넘어 현대차 입장에서도 쉽게 진출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인도의 경우 현지화 전략을 통해 지난해 현대차 판매량이 55만대, 시장 점유율은 16.3%에 달해 전망이 밝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결국 사드 보복만이 위기 원인이 아니었다는 것"이라며 "품질은 유럽·일본 자동차에 밀리고 가격은 중국차에 밀리는 경쟁력 약화가 중국 시장 부진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