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JSA는 우리가 관리" 에이브럼스 사령관 입장 확고

유엔군사령부가 관활하는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남북 정권이 체결한 9.19 군사합의 내용 중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자유 왕래가 북한 정권의 '유엔군사령부 배제' 요구로 늦춰지고 있다. 정작 JSA를 포함하는 비무장지대(DMZ)가 유엔사 관할임에도 무리한 요구로 일관하면서 북한이 스스로 합의 이행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일보는 8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JSA 관리 주체를 놓고 유엔군사령부는 빠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JSA 내 관광객 자유왕래 합의 이행이 벽에 부닥쳤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의하면 JSA 비무장화 이행을 위해 꾸려진 남·북·유엔사 3자 합의체에서 JSA 운영을 규정하는 '공동근무 및 운영 규칙'을 놓고 3자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규칙엔 JSA의 경비와 운영에 대한 조항들이 담긴다.

북한은 JSA의 외곽 초소 4곳 중 남측 2곳의 운영 주체를 놓고 문제를 제기했다. JSA 비무장화에 따라 남북은 JSA 내부의 초소 9곳(한국 4곳, 북한 5곳)을 없앤 뒤 JSA 진입로에 각각 2곳씩의 초소를 세웠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9·19 군사합의는 남북이 이룬 성과라 유엔사가 개입해선 안 된다. 남측 초소를 남측(한국)이 관리하라'는 내용을 주장한 뒤로는 3자 협의는 답보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해 11월13일 판문점에서 실무협의체를 연 이후 3자 협의는 추가로 진행되지 않았다. 또 다른 소식통도 "초소 관리 조항의 세부사항을 놓고 남북이 군 통신망을 통해 서류 교환으로 조율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술 더 떠 북한은 JSA 공동관리기구에서도 '유엔사를 빼라'는 입장이다. 북한이 유엔사 배제 주장을 굽히지 않자 문재인 정부는 한국군이 유엔사의 권한을 위임받아 대신 관리하는 중재안을 내놨다고 한다.
 
소식통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위해 연 출입경사무소(CIQ)는 한국이 DMZ 남측을 관할하는 유엔사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운영하는 것"이라며 "JSA도 CIQ처럼 운영하겠다는 뜻을 유엔사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사는 "JSA는 유엔사가 관리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특히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의 입장이 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해 9월 미 상원 청문회에서 "DMZ 내 모든 활동은 유엔사 관할이기 때문에 남북이 대화를 계속하더라도 관련 사항은 유엔사에 의해 중개·판단되고 준수·집행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일보에 의하면 외교 소식통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유엔군사령관으로서 임무를 다하겠다는 소신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북한은 그간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해버리고, 정전체제를 관리하는 유엔사의 역할까지 부정해 왔다. 지난해 9·19 군사합의에서 '남·북·유엔사 3자 협의체를 구성해 JSA 비무장화 조치 방안을 협의·이행한다'는 조항에 동의해놓고도 유엔사 역할 배제 주장으로 일관한 셈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의 이번 주장은 정전협정을 흔들어 유엔사의 존재감을 약화한 뒤 결국 주한미군 철수 주장까지 이어가려는 복선"이라며 "'유엔사의 JSA 경비'는 일종의 인계철선"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북한은 JSA에서 유엔사, 즉 미국을 배제했다는 식의 치적을 만들어 내부 선전·선동 활동에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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