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천안함 46용사 유족협의회장 이성우씨 인터뷰
"北 인정도 사과도 않는데 두팔벌려 환영, 평화 운운 자격 있나"
"현충일 행사때 유족지정석·헌화자명단·대통령기념사 없었다"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료회의에 공동보도문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리선권은 천안함 폭침을 기획·주도한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현 통일전선부장)의 심복으로 알려져 있다. 천안함 폭침 사건은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경계 임무 수행 중이던 천안함이 북한 어뢰를 맞아 침몰했다. 해군 장병 104명 가운데 40명이 사망했고, 6명이 실종됐다.(사진=연합뉴스)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료회의에 공동보도문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리선권은 천안함 폭침을 기획·주도한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현 통일전선부장)의 심복으로 알려져 있다. 천안함 폭침 사건은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경계 임무 수행 중이던 천안함이 북한 어뢰를 맞아 침몰했다. 해군 장병 104명 가운데 40명이 사망했고, 6명이 실종됐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참가를 관철시키고자 남북 회담과 선발대 파견 등 교류에 부심하는 가운데, 지난 2010년3월26일 북한이 자행한 천안함 폭침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운영 주체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리선권 위원장은 지난 9일 현 정부의 첫 남북 고위급 회담에 북측 수석대표로 등장해 천안함 46용사를 잊지 못한 사람들을 술렁이게 했다. 회담을 전후로, 리선권이 천안함 폭침을 기획·주도한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현 통일전선부장)의 심복이라는 사실이 다시금 회자됐다.

26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천안함 사건 당시 만기 전역을 1개월 앞뒀던 고(故) 이상희 하사의 아버지 이성우씨(57)는 17일 이 신문 기자와 만나 울분을 토했다.

"조국을 지키던 우리 아이들은 북한 때문에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죽었다. 북한은 여전히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았는데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말 한마디 못 꺼낸다. 이런 북한을 오히려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우리 정부가 과연 평화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천안함 유족들은 2010년 이후 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장병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선거철 정치권의 손길도 뿌리쳤다고 한다. 지난해 1월부터 '천안함 46용사 유족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씨는 "천안함 폭침 사건이 정치적으로 변질될까 항상 노심초사했다"고 했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대북 저자세를 보이는 데 대해 많은 유족이 망연자실하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입을 열게 된 이씨는 "리선권은 2011년 2월 열린 군사실무 회담에서 '천안함 사건은 철저하게 우리(북한)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라며 "우리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그런 사람의 손을 잡고 웃을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천안함 사건 직후 당시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5·24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정부는 현재까지 폭침에 대한 시인과 사과는커녕, 추가 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북측의 약속조차 받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여당이 5·24 조치를 스스로 해제할 가능성을 운운하는 데 대해, 이씨는 "천안함 유족들의 억장이 또 무너진다"며 "아이들의 명예를 위해 침묵을 지켜온 게 정말 잘한 일이었는지 후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천안함 유족들은 그 누구보다 남북 관계 개선을 염원한다. 그러나 과거 북한의 도발 행위를 눈감은 채 찾은 평화는 지속적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씨는 현 정부가 천안함 유가족을 '홀대'하고 있다고 추정할 만한 정황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6월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행사 때 천안함 유가족들을 위한 지정석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흩어져 일반인석에 앉거나 행사 내내 서 있어야 했으며, 순서에 따라 호명하던 헌화자 명단에서도 천안함 유족들은 제외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 현충일 행사를 총괄한 대전시 관계자는 "처음 안 사실"이라며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석연치 않은 해명을 남겼다.

지난해 9월 28일 국군의날 행사는 기존 충남 계룡대에서 처음으로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로 급(急)변경돼 열렸다. 당시 청와대는 "(행사 장소를) 2함대 사령부로 선정한 것은 천안함과 연평해전 등 2함대가 갖는 상징성이 반영됐다"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기념사에서 천안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씨는 "유가족 입장에선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애써 외면하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우리가 원하는 건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입대했던 청년들의 희생을 국가와 국민이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것, 그거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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