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3대 품목 중 9개가 마이너스 성장
對中 수출 -3.1%, -14.0%, -19.1%로 갈수록 악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올해 수출 증가율 반토막 날 것"
전문가 "활력 찾기 어려워...거시경제 악화 가능성"

부산항 신항 컨테이너터미널과 다목적부두 일대에 안개가 끼어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이 연초부터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우리 주력 품목 대부분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지난달 수출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여기에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수출 부진 흐름이 지속된다면 한국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기준(전년대비) 13대 주력 품목 가운데 자동차(12.9%), 차부품(12.8%), 철강(3.3%), 일반기계(1.7%)를 제외한 가전(-0.3%), 섬유(-3.3%), 석유제품(-4.8%), 석유화학(-5.3%), 디스플레이(-7.5%), 선박(-17.8%), 반도체(-23.3%), 컴퓨터(-28.2%), 무선통신기기(-29.9%) 등 9개 품목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이중 작년 기준 우리 수출의 20% 이상을 점유했던 반도체 수출의 경우 마이너스로 전환한 작년 12월(-9.2%)과 비교해 감소폭이 더욱 커졌다.

반도체 주력인 D램 수요 감소 및 단가 하락 기조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이 반도체 수출 감소를 부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수출이 부진하다보니 전체 수출도 덩달아 줄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반도체과 함께 수출을 이끌었던 석유화학 수출액은 국제유가에 따른 단가하락으로 작년 12월과 올해 1월에 각각 8.3%, 23.3% 줄어들며 두달 연속 마이너스를 행진했다. 석유제품은 작년에 줄곧 수출액이 늘었지만 지난달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국가별로 보면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갈수록 줄고 있다. 작년 기준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비중은 전체 가운데 26.8%에 달한다. 

작년 11월 -3.1%를 기록한 대중 수출 감소율은 12월 -14.0%, 올해 1월 -19.1%로 확대됐다. 중국 산업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일반기계·석유제품·무선통신기기 수출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2.5%), 한국금융연구원(2.1%)은 올해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이 작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도 수출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수출증가율 전망치를 종전 5.5%에서 2.5%로 내렸다. 유진투자증권은 3.5%에서 1.0%로 낮춰잡았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시각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세계 경제 상장 둔화가 한국 경제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쳐 수출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수출이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한국은행은 올해 수출액이 작년보다 1.4% 감소해 3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한국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7년 3.1%에서 작년 2.7%로 떨어졌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를 2.6∼2.7%로 잡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수출을 버티게 했던 반도체 산업이 하향 사이클로 들어가면서 수출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다른 산업이 괜찮으면 좋겠지만 활력을 찾기가 좀처럼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수출 부진은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고 거시경제 지표를 악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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