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어닝시즌)가 중반으로 치닫는 가운데 지금까지 실적을 공시한 기업들이 둘 중 하나꼴로 ‘어닝 쇼크’(실적 부진 충격)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상장사 가운데 1월 말까지 실적(연결재무제표)을 발표한 기업은 83개사다.

이 중 66.3%인 55개사는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으며, 특히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10% 이상 미달한 '어닝 쇼크' 기업도 44개사(53.0%)에 달했다.

시가총액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경기 급락으로 영업이익이 전망치를 각각 19.3%, 13.0% 밑돌아 어닝 쇼크 기업 명단에 포함됐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부진에 연말 마케팅 비용 확대 등이 겹쳐 영업이익 규모가 기대치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757억원에 그쳤다.

현대중공업도 조업 물량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 고정비 부담 증가, 선가인상 지연,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시장 전망치의 5.3배인 2030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예상 영업 적자는 39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 1월 말 SK이노베이션이 공표한 영업 적자액이 2788억원에 달해 충격을 주었다. 적자 규모가 시장 전망치의 71배에 달한 셈이다. 회사 측은 대규모 적자 원인으로 유가 급락, 제품 마진 약세 등을 꼽았다.

이밖에 대한항공(-65.5%), 아모레퍼시픽(-61.9%), 현대차(-36.3%), SK텔레콤(-23.1%), LG화학(-18.5%) 등도 영업이익이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쳤다.

반면 시장 기대치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상장사(적자 축소·흑자 전환 포함)는 28개사(33.7%)에 그쳤다.

이중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10% 이상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호실적)' 기업은 12개사(14.5%)에 불과했다. 삼성생명(223.9%), LG디스플레이(97.2%), 효성(53.4%), 한미약품(50.3%), SK네트웍스(12.4%), 현대모비스(12.0%) 등이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작년 4분기 실적에 대해 "시장의 눈높이가 많이 낮아졌는데 그마저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 및 중국의 경기 둔화가 실적 부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실적에 대한 시장 눈높이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며 "일부 기업의 실적 목표(가이던스)가 나오면서 시장 기대치도 거듭해서 하향되고 있어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