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종립대학 한동대, 숭실대에 불어닥친 '종교의 자유 침해' 위기
인권위 '기독교 건학이념 이유로 성소수자 차별 말라' 권고

한동대 본관(연합뉴스)
한동대 본관(연합뉴스)

기독교 가치관에 따라 인재를 양성할 목적으로 설립된 기독교 종립대학들에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기독교 건학이념을 이유로 교내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말라'고 권고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학교들이 교내에서 동성애와 페미니즘 등 기독교 사상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사의 개최를 불허(不許)하고, 이를 어기고 행사를 강행한 학생들에 징계를 내린 것 등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징계 취소 처분과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을 권고한 것.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를 앞세워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교육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심지어 정교분리의 원칙을 위반해 특정종교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12월 8일 저녁 경상북포 포항시에 위치한 기독교 종립대학 한동대학교에서 한 강연회가 열렸다. ‘흡혈사회에서 환대로-성노동과 페미니즘 그리고 환대’라는 제목의 이 강연회에선 매춘을 ‘성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미등록 학생자치단체 ‘들꽃’은 대학측이 ‘기독교 건학이념에 어긋난다’며 행사 불허 통보를 했지만 결국 이날 교내에서 강연회를 개최했다.

페미니스트 인사들이 강사로 나선 이날 행사에선 “나는 창녀라고 불리는 그런 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모든 몸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히 성을 파는 것에 대해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떨까?” “스스로 나의 성을 자율적으로 충분히 사고 팔 수 있고 협상할 수 있다” “저 역시 20대 초반 성노동 경험이 있다. 지금 폴리아모리라고 하는 비독점다자연애 상태로 애인이 2명 있다” “젠더라는 것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때론 여성일 수도 남성일 수도 있다” 등의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2018년 2월 28일 한동대는 학생들에게 징계조치를 내렸다. 강연회를 주최한 본교 학생 석모 씨에게는 무기정학을, 또 다른 학생 3명에게는 향후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 등의 특별지도를 징계했다. 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 포항지부, 정의당 경북도당, 포항 녹생당, 포항여성회 등 78개 단체들과 ‘한동대학생 부당징계 철회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학교 측으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당시 거의 모든 언론들은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한동대를 강하게 질타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기독교 종립대학 한동대, 숭실대에 '건학이념 이유로 대학 內 성소수자 자유 침해 말라' 권고결정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7일 한동대에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취소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학교측이 ‘기독교 정신이라는 불명확하거나 막연한 건학이념을 이유로 교내에서 성소수자 강연회를 불허한 것은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학문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동대 측은 “학내에서 동성애,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고 다자성애 즉 폴리아모리를 지향하는 내용의 강연회를 개최하는 것은 본교의 건학이념인 기독교 신앙에 어긋난다”며 “본교에 부여된 종교의 자유, 학문의 자유 및 대학의 자율권을 이유로 그 개최를 거부하거나 장소 대관을 거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학생들은 본교에 입학할 때 스스로 건학이념과 기준에 따르기로 서약했으며 교내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충분히 행사를 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015년 기독교 종립대학인 숭실대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이 학교 성소수자 모임 회원들은 동성애자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의 자서전적 동성결혼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마이페어 웨딩’을 교내에서 상영하겠다며 강의실 대관을 신청했다. 당시 학교측은 기독교 학교에서 동성애 영화 상영을 허가하느냐는 비판 여론이 쇄도하자 ‘동성애를 주제로 한 영화 상영은 학교의 설립이념인 기독교적 가치관에 위배되는 활동’이라며 대관 허가를 취소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한동대에 대해 징계취소 등의 권고결정을 내린 지난 7일 숭실대에 대해서도 ‘대학의 자율성 및 종립학교의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를 배제하는 행위가 허용될 수는 없다’며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를 금지하며 향후 시설대관을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심지어 국가인권위원회는 “기독교 정신은 규정될 수 없는 개념이며 기독교 내에서도 성소수자를 대하는 입장에 차이가 있다”며 스스로 기독교 교리를 해석판단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숭실대 황준성 총장은 지난 28일 국회포럼에서 “122년 전 평양에서 우리나라 최초 4년제 기독교 민족대학으로 설립된 숭실대는 일제강점기 시대인 1938년 신사참배에 반대해 스스로 자진 폐교했다”며 “국가가 또다시 숭실대에 사학이념에 배치되는 성매매, 동성애, 다자성애 등을 강요하는 것은 제2의 신사참배”라고 했다. 황 총장은 “이번 인권위의 권고결정을 보며 과연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에 대해 분개를 느낀다”며 “‘죽으면 죽으리라’는 마음으로 기독교 사학 이념을 지킬 것”이라고 역설했다.

전국 328개 대학 3207명 교수들의 모임인 동성애동성혼반대교수연합의 제양규 한동대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기독교 종립대학이 종교적 신앙에 따라 인재를 교육할 자유가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제 교수는 펜앤드마이크(PenN)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현재 우리나라 초중교 기독교 학교는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심지어 기독교 학교 교목에게 다른 종교에 대해서 가르치라고 이야기할 정도"라며 "대광고 사건으로 인해 학교에서 채플이 무효가 된 것처럼 초중교에선 이미 종교의 자유가 거의 없어졌다. 남은 것이 대학교인데 상징적인 기독 대학교가 한동대와 숭실대라고 보고 이 학교들만 깨버리면 대학도 자기들이 접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인권위, 종교의 자유·대학 자율성 침해·정교분리 원칙 위반” 

법률 전문가들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결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심지어 정교분리의 원칙을 위배해 국가가 특정 종교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음선필 홍익대 법대교수는 “한동대 학생들의 경우에는 건학이념에 반하는 내용의 강연회를 학교 외의 장소에서 자유롭게 개최할 수 있지만 한동대의 경우에는 학생들에 대한 징계조치를 내리지 않을 경우 기독교 대학으로서의 정체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음 교수는 Pe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의 본질적 내용은 기독교 대학의 종교교육의 자유와 학생들 특히 성소수자들의 표현의 자유의 충돌"이라며 "이 두 가지 기본권 충돌에 있어서 무엇이 우선인가의 문제를 논의할 때 무엇보다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특히 종교 교육의 자유가 우선해야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밝혔다.

이정훈 울산대 법대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은 헌법의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헌법 20조 2항은 국교부인, 정교분리 원칙 명시하고 있다"며 "사실상 '기독교적 인재 양성'이라는 건학이념으로 설립되고, 기독교적 신앙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선교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기독교계의 후원으로 인해 설립된 대학이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의 강연회나 영화상영을 불허할 수 있다. 또한 학교는 강연이나 영화의 내용이 기독교적 가치관에 부합되는지 여부의 판단은 국가가 아닌 학교가 판단할 문제이며, 이는 당연히 학교에게 부여된 종교의 자유를 구현한 것에 다름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초헌법적 권한을 남발하며 마치 사법기관처럼 ‘입맛대로 판결’을 내리는 현상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원로 헌법학자인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전 한동대 석좌교수)는 지난 1월 28일 국회학술포럼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사실상 문제의 진앙지”라고 꼬집었다. 최 명예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행사하는 권력은 국회, 행정부, 사법부 모두에 해당하지만 이를 통제하는 효율적인 견제와 균형의 장치가 부재하다”며 “국회가 나서서 국가인권위원회법을 폐기하거나 개정하지 않는 한 인권위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나 장치는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2001년 이래 ‘차별금지법’ 기능하며 동성애 옹호·조장에 앞장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인권위원법에 의해 설립된 국가기관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항에 명시된 ‘성적지향’에 의한 차별금지 조항에 근거해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차별금지법의 역할을 해왔다. 2003년 ‘동성애’를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기준에서 삭제할 것을 권고하고, 2006년에는 동성애 차별금지법의 입법 추진을 권고했다. 2010년에는 군대 내 동성애를 금지한 군형법 폐지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2011년에는 기자협회와 인권보도준칙을 맺어 동성애가 에이즈의 상관관계를 보도하지 못 하도록 막았다. 2017년 이래 국가기관으로는 최초로 동성애 퀴어축제에 공식 참석하고 있다.

한편 동성애동성혼반대교수연합 제양규 한동대 교수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이른바 ‘좌파형 인간’을 키워내기 위해 교육 제도를 송두리째 바꾸는 시도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제 교수는 "소위 진보, 좌파라고 하는 쪽에서는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교육"이라며 "핵심은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말한 것처럼 특정 정치 세력이 앞으로 몇 십 년을 계속해서 집권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의 생각을 이런 식으로 바꿔놓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라며 "사실 나는 이것이 가장 우려가 된다"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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