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장 "공사에 투입된 금액 1조까지 언급되고 있어"...건설 재개 검토 필요성 언급
'정부의 톱다운 방식' 비판..."원전 건설 여부 시장에 맡겨야 한다"
"무조건 반대 아닌 에너지 산업에 대해 전문가들 모여 논의해야"...'정치쟁점화' 경계
전기요금 소신발언도..."한전의 독점적 전력 판매시장 개방하고 발전원가를 가격에 반영해야"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

국책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원구원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은 중단하고 보다 실질적인 논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재개 검토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지난 29일 울산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울 원전 3·4호기 공사에 이미 투입된 금액이 4900억원에서 1조원까지 언급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투입된 비용을 명확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투입 비용이 1조 원이라면 경제학자로서 이를 묻어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하며 "문제를 그냥 덮고 넘어가기보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정치적으로 찬반을 나누기보다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이 이같이 밝힌 이유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에 그동안 투입된 금액과 더불어 전문가들의 지적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이 각종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23년까지 설비용량 1.4GW 원전 2기를 지을 예정이었던 신한울 3·4호기 프로젝트는 용지 조성이 거의 마무리됐고 주기기 제작도 마쳤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탈원전'으로 이미 투입된 비용은 증발될 위기에 놓였으며, 무리한 태양광 에너지 사업 확대로 부작용만 속출하고 있다.

조 원장은 "에너지 전환은 기본적으로 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발전원별로 얼마만큼 늘리고 줄이자는 것은 최선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을 짓고 안 짓고는 더 이상 톱다운 방식으로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터놓고 이야기해야 한다"며 "정책이 급진적으로 갈지, 점진적으로 갈지도 시장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 원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탈원전'을 둘러싼 정치쟁점화를 의식한 듯 "세계적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도기에 야당이든 여당이든 원전을 무조건 반대하거나 신재생을 무조건 옹호하는 식으로만 다투고 있다"며 "에너지 산업이 정치쟁점화만 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더 이상 이렇게 소모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애경연 측도 이와 관련해 30일 "국민들에게 에너지산업의 이해도를 높이고 투명하게 소통하겠다는 선의로 행사를 진행했는데 의미가 퇴색됐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 국무총리 소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을 역임해 대표적인 '친환경론자'로 평가된다. 다만 그는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되 원전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하는 입장이다. 원전의 안전성과 에너지 효율, 친환경적 요소 등을 고려하면 원전보단 석탄발전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국가적인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독일과 영국을 사례로 들었다. 영국은 탈석탄을 하면서 원전 비중을 늘려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수급 문제를 해결했지만, 독일은 탈원전과 함께 석탄발전을 늘려 온실가스 감축에도 실패했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이처럼 영국과 독일 사례를 언급하며 "석탄발전이 줄어드는 것에 맞춰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안 되면 원자력발전량을 늘려 조절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탈석탄과 탈원전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조율할 여지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석탄발전이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용기 있게 탈석탄을 먼저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전기요금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최소한 송배전, 판매, 발전단가를 구분하는 원가연동제를 중심으로한 전기요금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총괄원가 제도는 발전 원가를 가격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 일반 가정에서 내는 전기료는 1인당 GDP 대비 0.97% 수준으로 일본(1.2%)과 비교해봤을 때 전기요금을 부담할 능력은 있지만, 부담할 의사가 없는 수용성에서 문제가 있다"며 "정부를 포함한 그 누구도 이를 이야기하지 못하는데 용기있게 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기, 가스 등이 지역 독점 방식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외국은 전기사업자가 전기 외 가스를 공급하기도 하고 소비자가 전력 생산자가 되기도 한다"며 "한전의 (독점적인) 전력 판매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신재생에너지 확대도 잘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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