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성렬 외무성 부상(연합뉴스)
북한 한성렬 외무성 부상(연합뉴스)

북한의 대표적인 미국통인 한성렬 외무성 부상이 지난해 실각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통일부는 최근 발간한 ‘2019 북한 인명록’에서 외무성 부상 명단 7명에 작년까지 수록했던 한성렬 이름을 지었다. 정부 소식통은 조선일보에 “작년 하반기 한성렬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는 정보를 관계 기관에서 전달받고 이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30일 정통한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9월 한성렬이 국장급 간부 5명과 함께 ‘혁명화 처벌’을 받고 함경남도 검덕광산에서 사상 교육 중”이라며 “김정은에게 올린 미북 회담 관련 제의서가 당 방침과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혁명화 교육이란 잘못을 저지른 간부들을 지방의 탄광, 광산, 농장, 양계장 등지로 보내 고된 육체노동을 시키는 처벌이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간부들의 군기를 잡는 방법의 하나다. 검덕 광산행은 혁명화 조치 중에서 가장 엄한 처벌로 정치범 수용소행을 겨우 면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강도가 세고 작업 환경이 열악해 대부분 폐인이 돼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소식통은 “한성렬의 실각은 그가 대미 라인에 오래 종사한 것과 무관치 않다”며 “대미 창구 역할을 오래해 ‘미제 스파이’ 같은 혐의를 씌우기가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1954년생인 한성렬은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1980년부터 외교부(현 외무성)에서 근무했다. 1993년부터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공사, 차석 대사(2회)를 지내는 등 20여 년간 대미 외교를 담당했다. 한성렬은 1990년대 후반 딸을 컬럼비아대에 유학 보냈는데 학비를 한인 단체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1998년 초 북한 대표부 차석 대사 시절 “미국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렬의 실각은 연좌죄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는 2017년 2월 북한전략센터와의 인터뷰에서 “2013년 처형된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 사건에 연루돼 한성렬 부상의 사돈이 숙청됐고, 사위와 손자도 수용소로 보내졌다”고 했다.

한편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북한 외교 사령탑에 오른 뒤 과거 외무성 주류였던 ‘강석주 라인’을 2선으로 후퇴시키고 있는 것과 관련해 강석주 인맥인 한성렬에게도 불똥이 튀었다는 해석도 있다.

‘2019년 북한 인명록’의 외무성 부상 명단에선 한성렬과 함께 박길연(76)도 사라졌다.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대사를 지낸 박길연 역시 강석주 인맥으로 분류된다. 박길연과 한성렬은 뉴욕에서 각각 대사와 차석 대사를 지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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