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작년말 해리스 대사 통해 靑에 '분담금 10억달러-협상주기 1년' 최후통첩
'1조원 못넘는다' 고수해온 文정부 '1조원-주기 3년'으로 逆제안한 상황
12월 10차 협정 결렬후 올 1월들어 美 정부당국자 "무조건 10억달러↑" 추가압박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해 12월28일 청와대를 방문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제시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조건 최종안은 '액수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협정 유효기간 1년'으로 23일 전해졌다.

한국 측 지불액은 2017년 협정에서 체결된 9602억원(약 8억4800달러) 수준인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10차례에 걸친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과정에서 '1조원을 넘겨선 안 된다'며 미 측의 요구를 거부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금액을 일정부분 양보하는 대신 유효기간 협정을 미국이 제안한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안을 역제안한 상황이다.

이날 뉴시스에 따르면 한 여권 관계자는 "3년 정도의 근사치로 우리 정부가 역제안했고 현재 협상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쪽은 1년을 고집하고 있어서 교착 상태"라며 "대신 우리는 상징적인 숫자인 '1조(원) 돌파'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원칙은 '9999억원'이라며, 최대한 원칙을 지키겠으나 타협 카드로 양보하는 안을 검토해 본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미간 방위비 분담금 총액을 둘러싼 이견이 가장 큰 가운데, 미국은 차기 협정의 유효기간을 1년으로 제시해 압박 수위를 높인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가 미국 측에 제시한 금액은 1조원 코앞인 9999억원(약 8억8300달러)이다. 이는 기존 9602억원에서 4.1% 증액한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재의 약 2배 수준인 16억 달러(약 1조8000억원)를 제시한 뒤 한국이 반발하자 11억 달러(약 1조2400억원)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해리스 대사가 지난 달 말 정 실장과의 면담에서 10억 달러(1조1300억원)를 최종 카드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대비 약 15% 이상 인상한 수치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1조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대신 미국은 차기 협정의 유효기간을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하자고 제안했는데, 정부는 이 역시 반대했다.

현재 정부는 '1조(원)'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양보하는 대신 미국이 제안한 협정 유효기간 1년에서 3년으로 역제안 한 상태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두고 한미가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내부에서는 언제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갈 수 없다는 위기감도 감지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관계자는 "협상 중인 상황에서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협상에는 여러 기법이 있고, 교착상태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서로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 측은 '10억달러' 선에서 더 이상 양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앙일보는 23일 '한·미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부담할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과 관련해 미국 정부 당국자가 지난주 "단위가 10억(billion)달러여야 한다. 현재의 100만(million)달러 단위는 절대 못 받는다"고 알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미국 당국자의 발언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1조원'을 마지노선으로 정한 반면 미 측은 '빌리언'을 기준으로 내세운 것이다.
 
소식통은 이 미국 정부 당국자는 다른 한국 측 인사에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더 내든지, (주한미군을) 우리가 빼든지(Either they pay or we pull out)'라는 입장이 강경하다"고 전했다.

특히 이 당국자는 "우린 입장을 정했고, 협상 여지는 없다"고도 알렸다. 이는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예고이자, '최후통첩'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열렸던 10차 한미 SMA가 사실상 결렬돼 한·미 외교 당국 간 실무진의 손을 떠난 가운데 올들어 미국 당국자가 한국 측에 '액수 마지노선'을 거론한 게 알려지면서, 미국 정부가 향후 주한미군 감축을 방위비분담금 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커지게 됐다.
  
특히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독려하는 보상으로 주한미군 감축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미국 측이 미 본토를 타격권으로 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요구하면서 연합훈련 중단 및 주한미군 감축을 상응조치로 내놓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주한미군) 철수를 바란다"고 한 뒤 "(철수가) 지금은 아니다"고 여지를 남겼었다.

미국의 압박이 커지면서 청와대는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정의용 안보실장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 의제로 올리며 매주 점검 중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직접 만나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설득하려 했지만 차질이 생겼다. 

강경화 장관은 다보스포럼(23~25일)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이 문제를 논의하려 했는데 미국의 셧다운(연방정부 업무 일시정지) 사태로 폼페이오 장관이 포럼에 불참했다. 

이에 따라 강 장관은 지난 21일 폼페이오 장관과 전화 통화로 협의를 대신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21일(미 현지시간) 홈페이지에 로버트 팔라디노 부대변인 명의로 폼페이오-강경화 통화 사실을 브리핑했는데, "그들(양국 외교장관)은 북한과 한 미국·한국 각각의 약속을 서로 새로이 했다(updated each other on)"며 "폼페이오 장관과 강 장관은 한미동맹의 지속적인 강력함을 확인했다"고만 적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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