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에 대한 맹세, 옛 버전으로 돌아가야”
국민의례 수정, 태극기‧애국가 ‘지우기’와 같은 맥락
국기에 대한 맹세에 추가한 ‘정의’는 그들만을 위한 정의인가

‘대한민국 지우기’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의 원래 버전을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태극기와 애국가가 빠져 ‘평양 올림픽’이라는 비판을 받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국기에 대한 맹세라도 이전 문구를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편소설 '트러스트미'를 쓴 김규나 작가
장편소설 '트러스트미'를 쓴 김규나 작가

장편 소설 <트러스트미>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김규나 작가는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며 “대통령도 빼앗기고, 태극기도 빼앗기고, 애국가도 빼앗기고, 국기에 대한 맹세도 빼앗기면, 우리에게 빼앗길 무엇이 또 남아 있는 것일까”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현재 쓰이는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라는 문구 대신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집합니다”라는 이전 문구를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쓰이는 맹세문은 지난 2007년 노무현 정권 시절에 수정됐다. 당시 행정자치부는 ‘조국과 민족의’라는 문구가 세계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로 변경했다. 또 ‘몸과 마음을 바쳐’라는 문구는 애국심을 강요하는 느낌이 든다며 삭제했다.

김 작가는 그러나 ‘국기에 대한 맹세’에 추가된 정의는 허구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의로운’이라는 말을 들으면 정의구현 사제단이 제일 먼저 떠올라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한다”며 “신의 보호도 없이, 공화국의 가치를 빼고 남은 앙상한 정의란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의구현 사제단은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 촉구 활동 등을 하는 좌파 성향의 종교 단체다.

‘국기에 대한 맹세’는 지난 1968년 당시 충청남도 교육청 장학계장이던 유종선씨가 자발적으로 만든 것을 1972년 문교부(현 교육부)가 전국 학교 시행을 지시하며 널리 사용됐다. 이후 1984년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이 대통령령으로 법제화되며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

김 작가는 추가로 지난 2014년 애국가의 음을 3도 낮춰 우울하고 축 처지는 듯한 느낌으로 편곡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여전히 힘찬 느낌이 든다”며 “사람들이 쉽게 의식하지 못하는 부분을 (과거 정권이) 다 건드려 놨다”는 취지다.

김 작가는 마지막으로 “이 나라가 왜 이렇게 혼란스러워졌는지 알 것 같다”며 “저들은 그들이 말하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작가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전문이다.

<전문>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오랜만에 들었다. 그런데 내가 외우고 있는 문장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와 다르다는 것을 처음 인지했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였다. 모르고 있었다. 2007년부터 바뀌었다고 한다. ‘정의로운’이라니. 정의구현사제단이 제일 먼저 떠올라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했다. 찾아보니 미국 국기에 대한 맹세에 대한 표절 같다

-I pledge allegiance to the flag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o the republic for which it stands; one nation under God, indivisible, with liberty and justice for all. 나는 미국 국기와 그 국기가 상징하는, 하나님의 보호 아래 나누어질 수 없으며 모든 사람들에게 자유와 정의를 베푸는 공화국에 충성을 맹세합니다.

그들이 그토록 증오하는 미국을 따라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신의 보호도 없이, 공화국의 가치를 빼고 남은 앙상한 정의란 위험할 수밖에 없다.

이 나라가 왜 이렇게 혼란스러워졌는지 알 것 같다. 1948년 8월15일 건국과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해 말하면 친일파로 몰리고, 민족의 가난을 구제하고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게 한 발판을 만들어준 박정희 대통령은 독재자로 몰아세우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려 애쓰는, 유래가 없이 청렴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아무런 근거 없이 끌어내려 단두대에 세우려 하는, 지금 저들은 그들이 말하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을 역사적으로 바로 평가하는 날이 올 때 그때 대한민국은 다시 설 것이다. 좁은 소견이지만, ‘국기에 대한 맹세’부터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 그렇게 하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애국 모임에서만이라도 본래의 문장대로 해야 한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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