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주 37년' 마이클 브린, 최근 출간한 책 '한국, 한국인'에서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의식 제기
"이 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가 民心에 기반한다는 아주 강한 믿음"
"대중의 정서가 특정 임계질량에 이르면 앞으로 뛰쳐나와 야수로 변모...한국인들은 이 야수를 '민심'이라 불러"
"스위스 은행에 수십억 달러 있거나 청와대에 시체가 숨겨져있다면 30년 넘는 형량 가능하지만 朴이 뭘 잘못했나"
"박 前 대통령에 대한 혐의 중 증명된 것 아무것도 없어...사람들이 나더러 박근혜 지지자라 하는데 나는 '정의 지지자'일 뿐"
"나뿐 아니라 수많은 외교관이 아리송해했다...내가 만일 판사라면 거리에 수백만명 나와도 내 일 하겠다"

지난 2017년 2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2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가 볼 때 박근혜 전(前) 대통령 혐의 중 증명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이클 브린 전(前) 주한 외신기자클럽 회장은 15일 조선일보 인터넷판(조선닷컴)을 통해 보도된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문제점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의 부당함을 강도 높게 지적했다.

영국 출신인 브린은 1982년 처음 한국에 와 서울에서 37년간 살고 있는 '한국통'이다. '가디언', '더 타임스', '워싱턴타임스' 등에서 한국과 북한 담당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글로벌 홍보컨설팅 회사를 운영 중이다.

브린은 최근 출간한 책 '한국, 한국인'에서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브린이 한국 민주주의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지켜보면서다. 특히 책의 4부 '한국사회와 민주주의' 중 한 구절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거리 시위에 의해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형태의 민주주의에 강력하게 맞설 만한 위치에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민 정서에 힘입어 일거에 청와대의 주인이 되었을 뿐 아니라 독재에 저항하면서 최루가스 속에서 성장한 세대에 속하기 때문이다"라고 꼬집었다.

브린은 이에 대해 "이 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가 '민심(民心)'에 기반한다는 아주 강한 믿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어떤 쟁점에 대한 대중의 정서가 특정한 임계질량에 이르면 앞으로 뛰쳐나와 모든 의사 결정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야수로 변모한다. 한국인들은 이 야수를 '민심'이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브린은 그러면서 "(탄핵 시위 당시) 수백만 명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시위했고 시스템은 그에 응답했다. '공화국(republic)'이란 제도에 의한 통치를 뜻하는데, 한국식 사고에서는 민중이 통치자다. 그건 혼돈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민심'에 의해 살해당했다. '민심'이라는 아이디어는 굉장히 위험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린은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량을 언급하며 "스위스 은행에 수십억달러가 있거나, 청와대에 시체가 숨겨져 있다면 30년 넘게 감옥에 가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나는 박 전 대통령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이어 "나뿐 아니라 외교관 등 수많은 한국 거주 외국인이 아리송해했다. 내가 볼 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 중 증명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이 나더러 박근혜 지지자라고 하는데 나는 '정의(justice) 지지자'일 뿐이다. 내가 만일 판사라면 거리에 수백만 명이 나오든 말든 내 할 일을 하겠다. 현 대통령 또한 어떤 시점에 민심이 발현하면 탄핵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브린의 책을 보면 대부분 한국에 대해 비판적이다. 브린의 눈에 비친 한국인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천박할 정도로 신체적 아름다움에 집착하며, 토론할 줄을 모른다. 하지만 브린은 37년간 한국에 살았고, 누구보다 이 나라를 사랑하기에 비판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언급했다.

브린은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쓰고 말하면서 한국인들이 자기를 좋아해주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내 비판은 사실 내부자로서의 비판이다"라고 설명했다.

브린은 마지막으로 "한국인이야말로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이라며 "내가 한국에서 산 이래 사람들은 항상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을 때조차 그랬다. 한국인은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 존경받을 만한 중앙 리더십이 없어서인 것 같다. 아직 많이 젊은 나라라 그렇겠지?"라고 미소지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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