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쟁의행위 목적 정당성 있으면 회사가 징계 조치 할 수 없어...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
사측 "살인을 해도 회사의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고 할 것이냐?" 강하게 반문..."노조원들이 이제 마음대로 폭력 써도 회사가 징계 못해"
"음주 상태로 회사에 출근하고, 직원의 목을 조르고, 안면을 수차례 가격해도, 쟁의기간이면 단체협약상의 신분보장 규정으로 '출근정지' 징계 조차 못하는 현실"

유성기업 제공

법원이 유성기업 노조의 폭력 행위에 대한 회사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비록 쟁의기간이라 할지라도 이같은 법원의 판결은 노조의 폭력을 용인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극심한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유성기업은 일부 폭행을 저지른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상대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징계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이에 반발했고,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해당 징계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최근 받았다. 지난 11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제1민사부는 유성기업이 2013~2016년 징계한 37건에 대해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유성기업은 이같은 법원의 판결에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3년간 사내 직장동료 대상 폭행, 모욕 전과 10범도 회사가 징계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유성기업(피고)이 폭행을 저지른 노조원들을 상대로 징계한 내용은 출근 20일에서 최대 출근 정지 3개월이었다. 사측은 이같은 징계를 내린 이유에 대해 "형사처벌만으로는 회사 임직원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없어 출근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사측이 징계한 37명은 모두 폭행으로 형사처벌을 이미 받았던 노조원들이었다. 일례로 강xx씨는 구내식당 내에 확성기를 설치하여 노동가를 부르던 도중 항의하는 회사직원들을 폭행하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상해, 폭처법)로 처벌받은 바 있으며, 폭행을 말리는 직원의 목을 조르고 주먹으로 배를 때려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또 다른 강xx씨는 음주 상태로 회사에 출근, 소화기로 사무실 문을 찌그러뜨리고 동료 차량을 훼손해 형사처벌을 받았다. 기xx씨는 유성지회 노조원 40여명과 제2노조 조합원을 폭행, 직원의 목을 조르고 주먹으로 수차례 가격해 특수폭행죄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1심에서 부당징계로 판결 받은 일부 노조원 사법처리 결과 내역

사측은 "최대 전과 10범에 이를 정도로 폭행을 일삼는 조합원들로 인해 직원들의 정신건강이 극도로 악화돼있어 직원 보호차원에서 출근 정지 징계를 내린 것이지, 정당한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징계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단체협약에서 '쟁의기간 중에는 징계나 전출 등의 인사 조치를 아니 한다'고 정하고 있는 경우, 징계 등으로 인해 노동조합의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다"라고 명시했다. 법원은 사측의 징계가 단체협약상의 신분보장 규정에 위반된다고 판단, 노조의 폭력에 대한 회사의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어 "쟁의행위가 부적법하거나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까지 징계나 전출 등의 인사조치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쟁의행위가 그 목적에 있어 정당하고 절차적으로 노동조합법의 제반 규정을 준수함으로써 정당하게 개시된 경우라면, 비록 그 쟁의 과정에서 징계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쟁의가 계속되고 있는 한 그러한 사유를 들어 쟁의기간 중에 징계위원회의 개최 등 조합원에 대한 징계정차의 진행을 포함한 일체의 징계 등 인사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적시했다.

이에 사측은 "어느 회사가 쟁의기간 중이면 임원과 직장동료를 폭행하고 어떤 불법행위를 해도 징계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납득하겠는가?"라며 "단체협약상의 신분보장조항을 무기 삼아 파업을 일삼으며 수년간 각종 폭행을 저질러도 면죄부가 주어지는 상황"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덧붙여 "지금도 사내 폭력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 달라는 하소연과 자신의 정신과 치료 기록을 공장장에게 메일을 보내는 직원들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찰이 출동해도 경찰을 조롱하는 발언을 하면서 보란듯이 회사 임원을 감금하여 폭행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노조의 쟁의행위와 관련해서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쟁의행위와 관련, "제2노조와 피고(유성기업)에 대한 비난 등의 행위를 하였던 사실은 인정되나, 이를 이 사건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이라고 할 수 없다"며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이 훼손되었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법원의 판단은 쟁의행위가 목적의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면 각종 폭력을 포함한 비위행위를 용인하게 될 수 있어 사측이 반발하는 이유다.

유성기업서 폭력 사건이 크게 불거진 시기는 지난해 10월 4일 11명의 유성기업 해고 노동자들이 2011년 해고 이후 7년 만에 대법원에서 해고 무효 판결을 받은 이후다. 이들은 당월 복직한 뒤 10월 15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달인 11월 회사의 임원인 김 상무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노무담당 대표인 김 상무가 금속노조원들을 상대로 징계와 고소·고발한 것에 대해 금속노조원들이 악감정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한 회사 관계자는 "대부분 폭행 사건이 2013년에서 2015년 초까지 벌어졌다. 이후 김 상무라는 분이 회사에 들어온 뒤 이들을 상대로 징계도 하고, 고소·고발을 하니까 폭력 행위가 잦아들었다"라며 "그런데 작년에 해고됐던 노조원들이 복귀하고 난 뒤 사내 폭력행위를 해도 회사가 징계를 할 수 없다는 명분을 얻자 1달 만에 또 폭행사건이 터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해고 무효 판결을 받은 노조원들은 복직한 뒤 회사를 상대로 임단협을 위반했다며 '부당 노동 행위'로 고소했다. 이들은 대법원에서 해고 무효 판결을 받은 법리를 그대로 차용했고, 검찰은 이를 기소 처분해 현재 해당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 회사 관계자는 당시 기소 처분을 내린 검사에게 "살인을 해도 회사의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고 할 것이냐?"라고 강하게 반문했지만, 검사 측에선 "사법처리 하시면 되지 않냐"라고 답했다며 "노조원들이 이제 마음대로 폭력을 써도 회사가 징계하지 못한다는 걸 아니까 이렇게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극심한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유성기업은 "금속노조 조합원이 폭력을 행사해 형사처벌까지 받은 노조원들의 단체행동권만 일방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폭행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보호하는 밖에 되지 않는다"며 "폭력을 동반한 불법행위에 대해 금지 약속을 하지 않는 한 노사타결은 없을 것인데 결국 이번 판결은 폭력행위와 노사갈등의 장기화만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