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립 이틀 만에 철거된 필리핀 '평화의 소녀상' (연합뉴스)
건립 이틀 만에 철거된 필리핀 '평화의 소녀상' (연합뉴스)

필리핀에 설치돼 있던 일본군 성노예 ‘한국인 소녀상’이 공개된 지 이틀 만에 철거됐다.

미국 UPI통신은 마닐라 신문을 인용해 필리핀 라구나 주(州) 산 페드로 시에 있던 일본군 성노예 소녀상이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철거됐다고 전했다.

12월 28일 건립된 이 소녀상은 청동으로 만든 의자에 한복을 입은 단발머리 소녀가 앉아있는 조형물로 2011년 12월 14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운 것과 같은 작품이다. 당시 이를 조각한 김서경·김운성 작가 부부가 제작했다.

카타퀴즈 산페드로시 시장이 2017년 9월 충북 제천을 방문했을 때 소녀상 건립을 제안하고 이근규 당시 제천시장 등이 적극적으로 추진해 성사됐다. 제막식에는 이 전 시장과 김서경·김운성 부부 등 한국대표단 8명은 물론 카타퀴즈 시장을 비롯한 현지 대표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청동 소녀상은 28일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자비로운 성모마리아 노숙인 쉼터’ 앞에 설치됐다. 마닐라 주재 일본 대사관은 30일 “세계 각지에 소녀상이 설치되는 것에 극도로 유감”이라며 “일본 정부와 양립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 성명을 냈다. 이날 인부들이 소녀상을 철거해 카타퀴즈 산페드로시 시장의 사저로 옮겼다.

카타퀴즈 시장은 지난 3일 성명에서 "평화와 여권신장을 기원하고 한국인과 필리핀 국민의 우정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한국인들이 소녀(상) 옆에 필리핀 여성상을 두지 않아 원래 개념이 곡해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필리핀과 일본의 좋은 관계를 훼손할 의도가 없었는데 '미완성' 조각상으로 그런 우려가 제기돼 더 이상의 논란을 피하려고 철거했다"고 밝혔다.

쉼터 소속 수녀들은 “소녀상이 철거되기 전에 어떤 사전 설명이나 통보도 없었다”며 “우리도 뭐가 어떻게 됐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마닐라신문에 전했다.

필리핀 정부 대변인은 “정부는 철거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UIP통신은 필리핀 인프라 건설의 중요 돈줄인 일본의 압력에 필리핀 정부가 소녀상을 철거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해 4월에도 수도 마닐라에 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 동상이 일본 측의 강력한 요청이 있고 난 뒤 철거됐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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