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경두 국방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2018년 마지막과 2019년의 처음이 공존했던 이번 새해 첫주. 기해년 돼지의 해를 맞아 국민들은 풍요와 희망을 기원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돌출발언들로 어지러울 지경이다.

# "(언론 취사선택 보도 때문에) 경제 실패 '프레임' 워낙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의 마지막 날까지 '언론 탓'으로 경제위기론을 무마하려 나섰다. 지난해 12월31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오찬에서 "성과가 있어도 우리 사회에 경제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서 그 성과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며 언론에 대고 "취사선택해서 보도하고 싶은 것만 부정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고 책망했다. 대통령 취임 후 공개적으로 특정 현안을 두고 언론을 비난한 사례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소비지표가 좋은데도 언론은 소비심리지수의  악화만 계속 얘기한다는 식으로 비난했는데, 경제신문들 사이에선 소매판매액지수 지표가 부진하다거나 불리한 생산-투자-고용 지표는 왜 언급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즉각 나왔다. 노무현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1월2일 JTBC 방송 토론에서 경제위기론을 "보수 기득권층의 이념동맹, 이해동맹, 이익동맹"이라고 폄하했다가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로부터 "저는 과거 회귀를 이야기한 적도 없고, 보수 대기업이 뭔지도 모른다. 기득권 방어라는 말은 더 모르는데 35년 학자에 대한 굉장한 인권 모욕"이라고 반발을 샀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역시 연말 한 인터넷 방송에서 "우리 경제가 4~5% 성장률을 보이지 못한다고 위기라고 하는 것은 전혀 경제를 모르는 것"이라고 치부하는 발언을 해 문 대통령과 궤를 같이했다.

# "(KT&G 사장교체용 문건) 견제 장치 만들려고 노력한 건 오히려 매우 가상한 일"

청와대 '2인자' 임종석 비서실장의 비상식적인 민간기업 인사개입 정당화 논리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청와대 특별감찰반 사찰농단, 기획재정부 경제농단 의혹 현안보고차 출석해 기재부가 KT&G 사장교체를 꾀하고 실행했다는 동향문건 관련 비판을 두고 "그나마 올해 들어서 이런 견제장치를 만들려고 노력한 건 오히려 매우 가상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세금이 들어간 담배 회사에 정부가 아무 감시 기능을 못하고 있다"거나 "절반이 넘는 외국인 지분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배당을 해준다"고 대놓고 경영을 문제 삼는 발언도 이어갔다. 임 실장의 태도를 두고 1월2일 조선일보에선 "전직 대통령과 경제수석이 민간 기업 인사 개입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전 정권이 하면 범죄가 되는 일을 이 정권이 하면 '가상한 일'이 된다"고, 문화일보는 "신적폐로 부를 만한 일이 수두룩하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이를 두고 '국정농단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 사과 받으라는 여론에) 과거에 머무르지 말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새해 벽두부터 국방부 장관은 군(軍)의 본분을 저버린 듯한 발언을 했고, 공영방송인 KBS가 이를 여과없이 선전해 역시 파문이 일고 있다. 1월1일 오후 KBS1 '신년기획 한반도의 미래를 묻다' 외교-통일-국방 장관 초청 대담 프로그램에서 정경두 국방장관은 '북한 김정은의 서울 답방 시 천안함 연평도 사건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시민패널 질문에 "현재 남북관계는 앞으로 미래를 보면서 우리가 실질적으로 비핵화를 달성하고 또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시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구태여 "과거에 머무르지 말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못박기까지 했다. 현 정권 국방부에선 74년 전 종식된 식민지배를 매개로 반일감정 고취용 선전을 쏟아내온 반면 북한에는 9년 전 발생한 군인-민간인 희생과 영토 공격을 단순 "과거"로 덮어놓는 저자세를 또 다시 보인 것이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참군인이길 포기했다" "정신을 잃은 국방장관", "당장 그 군복 벗으라", "서해안에서 우리 군인들이 치른 희생이 정 장관 때문에 모두 개죽음 되게 생겼다"고 비난이 쏟아졌다. 국방부는 뒤늦게 "북한이 책임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한 직접적인 해명과 사과는 없었다.

# "청와대 범죄행위가 낱낱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에서 여권 고위인사 비위첩보를 다수 올린 이후 축출돼, '사찰농단' 내부고발자로 돌아선 김태우 수사관이 언론 인터뷰에서보다 청와대 비판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는 1월3일 청와대가 공무상비밀누설로 고발한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하던 중, 기자들을 만나 "청와대 범죄행위가 낱낱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청와대를 범죄주체로 못박았다. 김태우 수사관은 "업무를 하던 중 공직자에 대해 폭압적으로 휴대전화를 감찰하고 혐의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 사생활까지 탈탈 털어 감찰하는 걸 보고 문제의식을 느꼈다. 자신들의 측근 비리 첩보를 보고하면 모두 직무를 유기하는 행태를 보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 토로했다. 직속상관이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겨냥해서는 "제가 올린 감찰 첩보에 관해 첩보 혐의자가 자신의 고등학교 동문인 것을 알고 직접 전화해 감찰 정보를 누설했다"며 "이것이 공무상비밀누설"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하고 순진한 표정을 만들어 내며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친문재인계이자, 정청래 전 의원의 서울 마포구을 지역구 후임 격인 손혜원 의원이 1월2일 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한 인신공격, 음모론이 담긴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가 3일 오전 '신재민 자살설'이 퍼지자 마자 삭제해 논란이 집중되고 있다. 손혜원 의원은 "신재민은 진짜로 돈을 벌러 나온 것"이라고 단언하거나 "나쁜 머리로 의인인 척 위장하고 순진한 표정을 만들어 내며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방했다. 또 "불발탄 양손에 든 사기꾼" "썩은 동아줄" 등으로 비유했다. 신 전 사무관은 유서를 남기고 잠적할 때 "공익제보자가 매장당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곳곳에 남겼다. 언론계에선 손 의원을 겨냥해 "누가 신재민을 죽이려 했나"라고 비판했다.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위원일 땐 최순실의 남창이라고 도마 위에 오르던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함께 사진을 찍어 올리며 "의인"이라고 치켜세우더니, 신 전 사무관에게는 도 넘은 이중잣대를 발휘하고 있다는 실망감이 담긴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선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에게 "금메달 따는 거 어려운 일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쏘아붙이거나,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정청래 전 의원과의 팟캐스트 방송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을 "계산된 것"이라고 표현한 것 등 '손혜원 막말사'를 조명하기도 했다. 손 의원은 4일 페이스북 글에선 신 전 사무관을 "순수한 공익제보자로 보기엔 문제가 많다"거나, "본인이 한 행동을 책임질 만한 강단이 없는 사람"이라고 또 다시 깎아내렸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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