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 형사1부, 지난달 31일 '사찰농단 폭로' 金 사무실서 문건·하드디스크 확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파문 관련 수사 중인 검찰이 '특감반 내부고발자' 김태우 수사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나흘 지나서 확인됐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1부(김욱준 부장검사)는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김태우 수사관이 작성한 각종 문건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이는 앞서 청와대가 김 수사관이 '여권 고위인사 비위 보고 묵살' '민간인 사찰' 등 의혹 폭로 과정에서 내부기밀을 유출했다고 고발한 사건 수사에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청사.(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14일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검찰로 복귀 조치된 김태우 수사관은 대검찰청의 감찰을 받은 끝에 12월28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됐다.

복귀 이후 검찰에서 1개월 남짓 근무하면서 일부 언론과 접촉하며 청와대 내부 부조리를 폭로했다.

김 수사관은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1000만원 금품수수 첩보를 보고했으나 묵살됐고, 이외에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 더불어민주당 출신 공직자·공공기관장들의 비위 보고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주장했다. 여권 고위인사 비위 첩보 보고가 계속되자 미운털이 박혀 청와대에서 쫓겨났다는 것이다.

그는 특감반원으로 재직한 약 1년 6개월 기간 동안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 윗선으로부터 민간인 사찰에 해당하는 지시를 받아 이행해왔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김 수사관의 첩보보고서 대부분을 "지라시" "불순물"로 치부하다가도, 내부기밀이 외부로 새어나갔다며 김 수사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폭로 내용 전반을 "허위 주장"이라고 규정해놓고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고발은 하지 않았다.

금품수수 폭로 대상이 된 우윤근 주러대사도 김 수사관에 대한 명예훼손 고발을 검토 단계에서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여권 유력 인사의 비리 첩보를 알고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김태우 수사관이 3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청와대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여권 유력 인사의 비리 첩보를 알고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김태우 수사관이 1월3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지난달 27일 청와대 행정관 2명을 고발대리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김 수사관의 통화내역과 이메일 송수신 기록, 포털사이트 가입정보 등을 확보해 문건 등이 언제,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 추적했다.

검찰은 사무실에서 압수한 증거물을 더해 외부 접촉의 사실관계를 추린 뒤 김 수사관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자유한국당이 고발한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는 3일 김 수사관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김 수사관의 진술을 토대로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 지시를 내린 것으로 지목된 청와대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김 수사관은 오후 1시30분부터 10시46분까지 9시간여 조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차후 조사에 협조해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 수사관의 변호인이던 석동현 변호사가 2일 사임하면서 3일 조사에는 새로 선임된 이동찬 변호사(38·변호사시험 3회)가 동행했다. 

김 수사관은 검찰에 출석하면서 만난 취재진에게는 "(청와대가) 자신들의 측근 비리 첩보를 보고하면 모두 직무를 유기하는 행태를 보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 폭로 배경을 밝혔다. 

또한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고교 동문인 첩보 혐의자에게 불리한 감찰 정보를 누설한 의혹이 있다며 "조만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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