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검팀 "국회의원이 사조직 활용해 민의왜곡 관여…사라져야 할 병폐"
드루킹 김씨, 재판과정서 "김경수 요청으로 댓글조작 해왔고 (인사)청탁도 해"
'드루킹 게이트', 올 1월 與 수사의뢰로 촉발…'잡고 보니 與당원 소행' 파문 커져
특검 수사대상 드루킹 측에 한정했지만 결국 '文 수행단장 출신 실세' 김경수 겨눠
김경수, 결심공판서도 '배신당했다' '속았다' 토로한 드루킹에 직접반박 않고 부인
최후진술서 "드루킹, 경공모 장악하려 내 선의 악용…文 공격한 드루킹 처벌받아야"

댓글조작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좌)와 허익범 검사(우).
댓글조작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좌)와, 허익범 특검 수사팀장(우).

‘드루킹 등 더불어민주당원 포털 기사 댓글 1억회 조작’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댓글조작 공범'으로 지목,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경수 지사의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선거를 위해서라면 불법 행위를 하는 사조직을 동원할 수 있고, 공직을 거래 대상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일탈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구형에 적용된 혐의는 업무방해 징역 3년, 공직선거법 위반 징역 2년이다. 김 지사는 앞서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지난해 5.9대선 전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날 허 특검팀은 댓글조작 사건 전말에 대해 "유력한 정치인이 선거지원 명목으로 사조직을 접촉하고, 댓글 조작에 가담해 정치적 민의 왜곡에 동참하고, 그 조직의 요구에 외교관직을 제안한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민의를 파악하고 국정에 반영해야 할 임무를 가진 국회의원이 사조직을 활용해 민의 왜곡에 관여하고 지원받으며 은밀한 요구에 휘둘리는 행태는 개탄스럽다"며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서라도 (댓글조작은) 사라져야 할 병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이 세 번이나 (드루킹 일당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이 있는 경기도 파주에 찾아간 건 파주 시민의 안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출판업계를 살피기 위해서 간 것이 아니라는 게 명백하다"며 "경공모 접촉은 누군가 떠밀려 한게 아니라 김 지사의 선택이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김 지사는 이날 오전 출석하면서 “저는 이 사건의 초기부터 실체를 밝혀달라고 요구해왔고, 특검도 내가 먼저 요구했다”며 “특검 조사에 충실히 임했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고 주장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은 올해 1월부터 제기된 의혹이다. 일부 기사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조직적인 댓글 활동이 포착되자,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가 “당 차원에서 이를 고발하고, 네이버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한 게 발단이었다. 실제로 경찰에 댓글 수사를 의뢰했다.

민주당이 자신들을 '댓글 매크로의 피해자'로 규정하는 주장을 펴는 동안, 경찰은 3월 하순 드루킹 일당을 체포했다. 그러나 4월 중순이 가까워져서야 친(親)정부 매체 한겨레 보도(4월13일)로 드러났다. 범인들은 '잡고 보니 민주당원'이었다. 이후 경찰의 댓글조작범 검거 늑장공개, 드루킹 김동원씨(49)와 민주당간 관계가 잇따라 드러났고, 야당에서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촉구했지만 민주당 측은 '경찰·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주장으로 거부했다.

언론을 통해서는 여당 핵심인사가 댓글조작단과 연루돼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서는 댓글조작 사건을 권력형 비리로 보고 ‘드루킹 게이트’로 명명하고 특검 도입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그 핵심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19대 대선후보 시절 수행단장을 지낸 김경수 당시 의원을 가리킨 것이었다. 줄곧 '방탄'을 자처하던 여당을 상대로 야권은 간신히 드루킹 일당을 중심으로 수사를 전개하는 방향으로 합의하고 특검 도입을 관철했다.

이 사건으로 김 지사를 조사한 허 특검팀은 드루킹 김씨가 19대 대선 전인 2016년 12월부터 김 지사에게 의뢰받아 댓글조작 팀을 구성하고, 매크로(킹크랩) 제작 등 ‘댓글 조작’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봤다. ‘드루킹’ 김동원 씨는 구속 이후 ‘김 지사와 나는 댓글조작 등으로 인사청탁을 하면서 꾸준히 연락하던 사이’ 라는 취지의 폭로를 지속해왔다. 그는 또 “(우리 측에서)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김 지사에 청탁했는데, 김 지사가 이를 거부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악성 댓글 달기를 시작해왔다”고도 했다.

특검 도입 이후, 드루킹 측은 김 지사와의 유착 관계를 실토한 것은 물론 댓글조작을 직접 시연했다고 주장했지만 김 지사 측은 지속된 특검 조사와 재판 등에서 “드루킹과 자주 안 만났고 댓글조작 시연도 본 적 없다. 관계가 없고 (의혹 등은) 정치공세다”라며 부인했다.

김 지사는 이날 결심에서도, 김씨가 지난 26일 본인 결심 공판에서 '김 지사에게 배신당했다. 속았다'고 원망한 데 대해 “그 말의 진실성을 기자분들도 충분히 판단하실 것이다. 오늘 재판에서도 누구 말이 진실인지, 어떤 것이 사실인지 밝혀질 것”이라고 강변했다.

또 최후진술로 "(드루킹이) 조직(경제적공진화모임)장악을 위해 저의 선의를 악용했다고 생각한다. 불법적인 활동을 동원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한 저들의 행위는 반드시 처벌을 물어야 한다"며 "나는 노무현 정부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타이틀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이고, 노 전 대통령께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늘 처신에 주의를 기울여왔다. 내가 겨우 두세 번 만난 사람과 불법을 공모하고, 온라인에서 선거운동을 도모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앞서 검찰은 김씨에 대해 7년을 구형했다. 김씨에 대한 구형량에는 댓글조작 외에도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드루킹 특검의 거액 수뢰혐의 조사 중 투신자살)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 김 지사의 전 의원실 보좌관에 뇌물을 건넨 혐의 등이 포함됐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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