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철도연결 착수식 취재진은 김윤혁 北 철도성 부상 발언 ‘통일연방'으로 들어
박지원 “한국은 힘이 없다...김정은 서울 답방해 비핵화 선언하면 美 여론 달라질 것”
‘평양랭면 목구멍' 발언 논란의 장본인 리선권은 현장에서 말 아껴

북한 김윤혁 철도성 부상이 26일 오전 개성 판문역에서 진행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착공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 김윤혁 철도성 부상이 26일 오전 개성 판문역에서 진행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착공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차관 격)이 26일 ‘통일연방’을 직접 언급한 것과 관련해 파문이 일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김윤혁이 언급한 ‘통일연방’은 북한의 통일노선인 고려연방제를 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이날 김윤혁의 발언 내용은 ‘통일연방’이 아닌 ‘통일열망’이었다고 주장했다. 현장취재를 간 기자들은 분명히 ‘통일연방'이라고 들었다는데 통일부는 '통일열망'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정확한 발언 내용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김윤혁은 이날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에서 “북남 철도·도로 사업의 성과는 우리 온 겨레의 정신력과 의지에 달려 있다”며 “남의 눈치를 보며 휘청거려서는 어느 때 가서도 민족이 원하는 통일연방을 실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적인 북남 공동선언은 온 겨레가 어떤 정세하에서도 변함없이 높이 들고 나가야 할 자주통일의 기치 밑에 민족 번영의 이정표”라며 “지금이야말로 통일의 경적 소리 기적 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질 그날을 위해 각오를 돋(세우)고 역풍에 흔들림 없이 똑바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김윤혁이 말한 ‘통일연방’은 ‘고려연방제’를 의미한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의 통일전략은 크게 무력통일과 고려연방제통일 2가지가 존재하는데 이들은 모두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을 의미한다. 고려연방제통일은 주체통일 즉 적화통일로 가는 징검다리에 불과하며 이 역시 북한주도의 통일을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의 고위 관리가 ‘남의 눈치 보며 휘둘리지 말고 우리민족끼리 통일을 하자’고 말한 것은 결국 북한 주도의 적화통일을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북한의 주장하는 낮은단계의 연방제는 북한의 3대 세습 독재체제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하나로 합치겠다는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가장 폭압적인 독재체제와 자유민주주의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결국 연방제는 북한이 주도하는 적화통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설령 통일부가 주장하듯 김윤혁이 ‘통일열망’이라고 말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문제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주체통일 즉 적화통일에 대한 열망을 공식적으로 포기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 모르게 북한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전문가는 “남북 공동 행사에서 북한의 고위 관리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문재인 정권이 보여 온 대북행보를 볼 때 북한과 암묵적인 공동 목표를 가지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남북 정상이 국민들 모르게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대해 사전에 협의했다면 이는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에 대해 의혹을 갖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북측 조평통 인사와 만나 “한국은 힘이 없다”며 “착공식, 착수식 하려고 우리 정부가 얼마나 노력했나. 그 이상은 진전할 수 없다”고 했다. 박 의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울에 답방해 비핵화를 하겠다고 ‘서울 선언’을 하면 미국 여론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냉면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선권은 이날 착공식이 끝난 뒤 소회를 묻는 질문에 “감개가 무량합니다”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실제 공사는 언제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엔 “남측과 협의할 것”이라고만 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이후 남측 기자들이 더 이상 질문을 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았다.

한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착공사에서 “철도·도로 연결을 통한 남북 간 교류와 왕래는 한반도의 평화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착공식에는 김 장관 외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정부 고위 인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야 지도부 등 남측 인사 100명과 북측 인사 100명이 참석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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