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열린 '증거청문 심리' 참석한 웜비어 부모, 北향한 분노 감추지 못해
웜비어 母, 자신을 '투사'라고 소개..."북한이라는 악마에 대항해 맞서 싸울 것"
웜비어가 건강한 상태로 석방됐다는 北 주장 반박
이성윤 교수 "웜비어의 증언이 강압적인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것 기자회견 발언 통해 알 수 있어"

프레드 웜비어(左)와 신디 웜비어(右)가 2017년 6월 22일 미국 오하이오주 와이오밍에서 열린 아들 오토 웜비어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프레드 웜비어(左)와 신디 웜비어(右)가 2017년 6월 22일 미국 오하이오주 와이오밍에서 열린 아들 오토 웜비어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석방 후 의식불명 상태에서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악마에 대항해 맞서 싸울 것"이라고 분노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9일(현지시간) 북한에 소송을 제기한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이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열린 '증거청문 심리'에 참석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는 자신을 '투사(fighter)'라고 소개하면서 "북한보다 더 악마 같은 존재는 없다"며 북한을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열악한 인권 환경에 놓인 북한 주민들과 일본인 납북자들,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 사건 등을 언급하며 북한 정권의 악랄함을 부각시켰다.

웜비어 가족들은 또한 웜비어가 건강한 상태로 석방됐다는 북한의 주장을 반박했다. 웜비어 송환길에 동행했던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웜비어의 건강이) 양호한 상태'라는 서류에 서명해야만 웜비어를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한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는 "웜비어의 증언이 강압적인 상태에서 이뤄졌다"며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들을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웜비어가 '미국의 적대적인 (대북)정책'이라는 표현을 세 번이나 사용한 건 북한 당국의 개입이 있었다고 볼 수 있으며, '동생들의 대학 등록금을 내야 한다'고 말한 것 또한 장남이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한국과 북한 문화에서나 나올 법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심리를 이끈 베럴 하월 워싱턴D.C 연방법원장 판사는 증인들의 청문을 모두 들은 뒤 "미국 법원은 발언의 자유를 보장한다"며 "(오늘 발언들은)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토 웜비어는 지난 2016년 1월 관광을 위해 찾은 북한에서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같은 해 3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2017년 6월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돼 엿새 만에 사망했다.

이에 웜비어의 가족은 북한을 상대로 11억 달러(약 1조2400억 원)의 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북한이 배상금을 지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 연방법원은 2015년 탈북자 지원활동을 하다 북한에 납치돼 사망한 김동식 목사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3억 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당시 북한은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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