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김정은, 비핵화 약속 이행할 것으로 확신”

북한이 13일 비핵화 협상 교착의 원인을 미국에 돌리면서 “조미(미북)관계의 축에 미국의 바퀴를 가져다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14일(현지시간) 북한의 비난에 대해 김정은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것을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시간은 미국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줄 것이다’는 제목의 개인 논평을 통해 “우리는 미국이 허튼 생각의 미로에서 벗어나 제정신으로 돌아올 때를 인내성 있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특히 “출로는 미국이 우리가 취한 조치들에 상응한 조치들로 계단을 쌓고 올라옴으로써 침체의 구덩이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밝혀 미국의 상응조치를 촉구했다.

논평은 “조선이 앞에서 끌어당기고 국제사회가 뒤에서 떠밀고 있지만 진창 속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떡 버티고 있는 것이 미국의 모양새”라며 미북협상 교착이 “두말할 것도 없이 미국 탓”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이어 “조선이 움직이고 미국은 들러붙은 듯 꿈쩍 않고 있는데 어떻게 협상 열차가 움직일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논평은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중단, 미군 유해송환 등을 거론하며 “지금 우리에게 크게 빚지고 있는 것도 미국이고 우리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것도 미국”이라며 “조미관계의 전도는 미국이 어리석은 사고에서 언제 깨어나는 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수십 년 동안 제재 속에서 살아오면서 자력갱생의 정신과 자급자족의 기질이 뼛속까지 체질화된 우리 인민들에게는 조선에 조금만 더 압력을 가하면 굴복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미국이 오히려 가긍하게 보일 뿐”이라고 했다.

‘핵 목록 신고’에 관해서는 “신고서란 우리더러 자신을 타격할 좌표들을 찍어 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서 미국이 그 부당함과 무례함을 깨닫고 스스로 철회한 것이 결코 당근을 준 것으로 될 수는 없다”고 했다.

통신은 “압박이라는 썩은 방망이를 그만 휘두르고 유연한 사고를 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라며 “물 속에서 불을 피울 수 없듯이 조미관계 개선과 제재압박은 병행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런 입장은 미북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을 이어가고 미국이 제재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미국이 북한에 대한 상응조치로 제재완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개인 논평이라는 형식을 사용해 협상의 판 자체는 깨지 않기 위해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대미 비난에 대해 미 국무부는 북한이 여전히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것으로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14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비핵화 협상 교착이 대북압박 기조를 고수하는 미국 때문’이라고 비난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대한 RFA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한 (비핵화) 약속이 이행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덤스 대변인은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했다”며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의 관영 선전선동 매체들은 14일 내년도 우리정부 예산에서 국방예산이 증액된 사시을 지적하며 “북남선언들과 군사 분야 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며 북남관계 개선과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완화 흐름에 역행하는 엄중한 도전행위”라고 반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최대규의 군비증강 놀음은 무엇을 시사해주는가’라는 제목의 개인필명 논평에서 지난 8일 국회에서 가결된 내년도 정부 예산 중 국방예산이 전년 대비 8.2% 늘어난 점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대외 선전용 매체인 ‘메아리’도 이날 ‘터무니없는 군비증강, 관계개선과 양립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남조선 당국은 북남관계 개선과 양립될 수 없는 군비증강책동이 어떤 파국적 후과로 이어지겠는가 하는데 대해 심사숙고하고 함부로 설쳐대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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