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靑대변인 "인간의 생체리듬과 기류 문제 등으로 체코로 경유지 정해"
그러나 과거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도 남미 갈때는 LA 거쳐
조선일보 "文대통령 전용기, 미국의 대북 제재 대상" 보도...靑 "조선일보 보도는 오보"
北 방문했던 비행기 6개월 동안 美 방문할 수 없어
9월 뉴욕 방문 당시 '제재 예외' 인정 절차 밟아
G20 정상회의 참석 당시 '중간 기착지' 체코로 급하게 결정한 이유도 제재 때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열린 아르헨티나를 방문하면서 이례적으로 미국이 아닌 체코를 경유해 간 사실과 관련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전용기가 미국의 대북(對北) 제재 적용을 받고 있어 체코를 경유했다는 이날 조선일보의 보도와 관련해 "조선일보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오보 되풀이에 강력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아르헨티나 방문시 경유지를) 체코로 정한 것 역시 (대북) 제재 문제와 무관하다"며 "급유 문제 등 경유지에서의 지원 등 기술적 측면을 고려했고, 체코를 경유하면서 양자 정상외교의 성과를 거두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체코 경유 이유를 부연 설명하며 "대표단의 시차 적응 문제도 고려했다"며 "비행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라. 52시간 비행기를 타는데 인간의 생체리듬과 기류의 문제 등으로 해서 (동쪽인 미국을 경유하는 것보다) 서쪽으로 가는게 훨씬 시차 적응에 유리하다. 그래서 서쪽으로 가는 것으로 처음부터 결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몇가지 후보지들이 나왔는데 꼭 체코로 가야된다기보다 다른 이유로 다른 도시들이 제외된 것"이라며 "스페인과 네덜란드, 헝가리와 스웨덴 등이 대상이었는데 스페인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G20을 가면서 스페인을 들러 제외가 됐고 네덜란드, 스웨덴, 헝가리는 내년에 공식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의 '생체리듬' 변명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역대 대통령의 중남미 방문 동선을 보면 동쪽으로 항로를 잡아 미국을 경유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중남미 4개국 순방을 하면서 갈 때는 LA를, 올 때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2004년 남미 방문 시 갈 때는 LA를 거쳤고, 귀국길에는 하와이를 경유했다. 두 전직 대통령들의 참모들은 대통령의 '생체리듬'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미국을 경유해 중남미를 방문했을까?

한편 조선일보는 이날 문 대통령의 전용기는 '북한을 방문했던 비행기는 180일(6개월) 동안 미국을 방문할 수 없다'는 내용의 제재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9월 24일 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전용기로 뉴욕을 방문할 때 '제재 예외'를 인정받는 절차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과 협의해 특별 허가를 받으면 미국을 방문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런 제재 면제 절차는 1회가 아닌 미국 방문 때마다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갔다온 모든 비행기는 180일 이내에 미국 땅에 들어올 수 없다는 내용의 대북 독자 제재(행정명령 13801호)에 지난해 9월 서명했다. 제재 내용에는 특별 허가를 받으면 제재를 면제하는 예외 규정이 있다. 문 대통령의 전용기가 9월 평양에 다녀온 뒤 뉴욕을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예외 규정 때문에 가능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런 사실을 확인하면서 "북한을 방문한 이상 한국 대통령 전용기도 제재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역시 외교‧안보 라인에서 "제재 예외를 인정받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최근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아르헨티나를 방문하는 중간 기착지로 체코를 급하게 결정한 것도 대통령 전용기 제재 적용 문제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청와대는 애초 중간 기착지로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 들러 동포 간담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뒤늦게 밀로시 제만 대통령이 부재(不在) 중인 체코를 방문해 혼선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체코로 떠나기 전 '원전 세일즈'를 부각시켰다. 하지만 막상 체코에 도착해선 '원전 세일즈'는 커녕 '체코 잔혹사'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의 미숙한 외교력을 보여줘 국민들과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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