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인권위원장 직접 사과문 발표..."국민 인권 지켜야했지만 스스로 과오 범해"
2008년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 인권위 사무총장이었던 김옥신 변호사에게 10여 명 명단 건네
일각에선 MB정부 당시 모든 일 '적폐'로 치부되는 현실 모순된다 주장도

최영애 인권위원장이 11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영애 인권위원장이 11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작성하고 관리한 '인권위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11일 제19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이날 직접 사과문을 발표하고 "인권위의 존재 이유는 오직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것임에도, 스스로 정체성과 독립성을 유기하는 과오를 범했다"고 말했다.

인권위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2008년 10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이 있다고 판단하고 경찰 징계 등을 요청하자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에서 당시 인권위 사무총장이었던 김옥신 변호사에게 '정부와 함께 할 수 없는 직원'이라며 10여 명의 명단을 건넸다는 것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2009년 10월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10여 명이 포함된 인사기록카드가 전달됐다. 10여 명 중 확인된 사람은 5명으로 이 가운데 2명은 2009년 조직개편으로 면직됐다.

인권위는 이 블랙리스트가 당시 촛불집회 관련 인권위의 업무 활동에 불만을 가진 이명박 정부가 좌파성향 시민단체 출신의 인권위 별정·계약직 직원을 찍어내고, 인권위 조직을 축소함으로써 미처 축출하지 못한 직원들을 사후 관리하고자 작성한 것으로 파악했다.

일각에선 인권위 결정의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2008년 당시 촛불집회의 불씨를 당긴 '광우병 허위보도'의 책임자 최승호 사장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공영방송 MBC의 수장이 되어 있는데 반해 이명박 정부의 사람들은 '적폐'라는 프레임에 갇혀 재임 시절 했던 모든 일들이 단죄해야 할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지난 8월 청문회 당시 여성 우월주의 사이트 '워마드'를 옹호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최 위원장은 워마드에 대해 "넓은 의미의 페미니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며 "어떤 커뮤니티든지 굉장히 인권 침해적이거나 혐오적이면 안 되지만 왜 분노가 분출됐는지를 좀 더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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